원도심 속 생태 공동체를 꿈꾸는 벗님들
-중앙본당 하늘땅물벗 ‘돌담벗’ 창립을 축하하며-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생태적 회개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생태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이 2016년에 창립된 이후 제주교구에서도 하나둘씩 열매가 맺어 익어가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제주시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중앙본당에서 하늘땅물벗 ‘돌담벗’ 창립미사가 거행되어 26명의 새로운 벗님들이 탄생했다.
미사를 마치고 반석벗 이소민(로사), 디딤벗 이경희(세레나), 살림벗 현순선(리나)을 만나 쉽지만은 않았을 그간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교구 틀낭학교(생태영성학교)를 수료한 사람들이 6월 초에 모여 하늘땅물벗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등봉 공원, 아시아 기후변화 센터, 용머리 홍보관, 제주 에너지 미래관 등 네 차례 탐방을 통해 우리의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공감하고 생태 감수성을 회복하는 배움과 체험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돌담벗’ 이름으로 하늘땅물벗을 창립하게 된 것이다.
‘돌담’벗 이름이 ‘제주’스러우면서 정겨웠다. 제주의 상징인 돌 하나하나가 쌓여 돌담을 이루듯 벗님들 한 명 한 명이 모여 생태 돌담을 쌓고 생태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려는 의지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주임 사제인 현경훈(미카엘) 신부님도 하늘땅물벗 창립을 축하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지만 성실히 걸어갑시다. 우리 각자의 힘은 미소할지 모르지만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힘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다양한 힘을 그 자리에 맞게 사용하면 됩니다.”라는 기쁨의 인사를 전해왔는데, 이 또한 ‘돌담 정신’이 아닐까 한다. 획일화된 모양이 아니라 각양각색 돌들이 쌓여 담을 이루고 강한 비바람에도 끄떡 않는 돌담.
이들이 앞으로 본당 공동체와 함께 풀어나갈 활동들이 궁금했다. 아직 정식으로 논의를 거치지는 못했지만 기쁘게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례객들이 많이 찾는 본당의 특색을 살려 텀블러를 갖고 오면 생수를 받을 수 있는 ‘지구별 약수터’ 운동에 동참하기,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업체와 연계하여 세제통과 화학 세제를 덜 사용하기, 주차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하기, 본당 안 제로 웨이스트 운동, 신자들과 나눌 수 있는 5분 영상 제작하기 등등. 그리고 이런 생태적 실천을 위한 다양한 기획이나 프로그램에 앞서 그들 안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토론하며 뜻을 같이하는 다른 생태 공동체들과의 연대 계획도 밝혀 주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이 일은 우리가, 그리고 누구나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새내기 벗님들. 이런 작은 마음들을 모아 쌓기 시작한 돌담벗 공동체를 응원하며 이제 내딛기 시작한 그들의 발걸음에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