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다카의 모습을 본 숫드다나왕은, 이미 일의 진상을 파악했다.
찬다카의 처연한 모습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찬다카의 더듬거리는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아쇼다라는, 울음을 터뜨렸다.
고다미라는 셋째 후궁도,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둘째 부인 고파는, 고타마 출성의 소식을 듣고는, 그날부터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고타마는,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고타마와의 대화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뇌리에 깊이 새겨져 언제라도 생생하게 회상할 수가 있었다.
자기만큼 고타마를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정처와 제3부인 사이에서, 여자의 운명을 한탄한 적도 있었지만
고타마의 얼굴을 가까이하면, 그런 감정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일시적인 기쁨에, 여자의 사는 보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고타마의 출성과 함께, 그러한 기회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고타마가 없는 자신은, 빈 껍질이며,
육체는 있어도 하루하루, 의식의 감각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찬다카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멀어진 의식을 현실로 되돌려 주었다.
궁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전부 모인 대청으로 들어가 찬다카의 모습을 바라보았을 때는
그가 고타마가 아닌가 마음이 산란해졌다.
찬다카의 보고는, 고파의 한 줄기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녀는 목이 말랐고,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숫드다나왕은, 찬다카의 보고를, 귀 기울여 듣다가,
“그만 됐어. 수고했다.
너도 피곤하겠지. 빨리 돌아가서 쉬도록 하여라.“
하고 그의 말을 가로막아.
보고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말했다. 수고를 위로했다.
대청은 여인들의 슬픔을 반영하여,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연로한 숫드다나왕은 냉정하였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그에겐 아직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고타마는 아직 젊다.
<생로병사>의 수수께끼는, 붓다가 아니면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타마의 자질은 아버지인 자기에게도 불가해(不可解) 한 것이 도처에 보였지만
결국은 인간의 자식이고,
내 아들이 아닌가 언젠가 때가 되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돌아 올 날을 위해서 다섯 명의 무사들이 나와 고타마와의 끈을 연결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5. 한 여인의 보시(布施)
산중에서의 생활은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역시 상상 이상의 혹독한 것이 있었다.
그 첫째가 마시는 물이다.
마시는 물은 내에서 길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개울물은 거의 탁해서,
그것을 그대로 마시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배탈, 설사, 역병을 각오한다면 그래도 좋으나,
카필라와 달리 무엇을 하는 것도 혼자이다.
깨달을 때까지는 무슨 일이든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음료수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체에 잘 걸러 마셨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를 흘러 온 물이다.
잡균이 버글거려, 아무리 잘 걸러도 악취를 풍길 때가 많았다.
그런 물을, 눈을 감고, 단숨에 마실 때의 기분은 아무래도 싫은 것이었다.
카필라의 물은 맛있었다고 감회를 느낄 때는 그런 물을 마실 때였다.
먹는 음식은, 산속의 숲이나 강가에 수목이 번성하여 과일이 많아 허기는 면할 수가 있었지만,
날마다 과일만으로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따금 때를 보아 죽을 구하러, 마을로 나가 탁발했다.
인도는 당시부터 사로몬(비구)에 대한 보시심이 강하여,
문간에 서면, 사람들은 인심좋게 쌀이나 야채를 주었다.
먹거리는 매우 초라한 것이지만
탁발을 나가면 사람들의 인정이 직접 피부에 전해져서
감사의 마음이 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어쩌다 한 채의 초라한 오두막집 앞에 서고 말았다.
집안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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