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자 안에 담은 무한한 자유의 노래 거류면 출신 황영숙 시인
제10회 올해의 시조집상
두 번째 시집 ‘매일 아침 매일 저녁’
간결한 표현이 주는 깊은 울림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8월 26일
ⓒ 고성신문
가슴 한 구석에서 글자들이 스멀스멀 솟으면 못견디고 연필을 들고야 마는 문학소녀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학 때까지 글은, 소설은 그의 꿈이었다. 교사로 교단에 섰지만 꿈을 꾸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소설가를 꿈꾸던 소녀는 시를 쓰게 됐고, 우연히 참가한 교원예능대회에서 시조로 1등을 하면서 시조의 참맛을 알게 됐다. (사)한국시조시인협회가 시상하는 제10회 올해의 시조집상은 황영숙 시인에게 그래서 더욱 감사한 상이다.
“저보다 더 곡진한 시조집이 수 없이 많았을 텐데 제 시조집에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 선후배님께 깊이 감사합니다. 늘 꿈만 꾸었던 이름을 얻게 되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늦게 출발한 만큼 더 열심히 정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 온 결과를 이렇게 돌려받으니 행복하기 짝이 없습니다.”
황영숙(얼굴 사진) 시인의 시조집 ‘매일 아침 매일 저녁’ 표지에는 세 쌍의 발이 서로 맞대고 있다. 잃어버릴 수 없는 인연들인지 붉은 실의 발들은 고단한 삶이기도 환희에 찬 미래이기도 할 테다. 발바닥들은 미묘하게 다른 틈을 그린다. 어머니의, 딸의, 손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거류면 출신인 황영숙 시인은 1974년 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통영 노대초등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러나 늘 미뤄둔 꿈이 아쉬웠다.
교직생활 30여년을 채울 때쯤이었다. 교원들이 제각기 재능을 겨루는 대회에 참여해 가장 으뜸이 되는 상을 거머쥐었다. 아, 늦지 않았구나 싶어 가슴이 뛰었다. 2011년 시 전문지인 ‘유심’에 ‘찻잔 앞에서’라는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쉬지 않았다. ‘오늘의시조시인상’과 ‘올해의 시조집상’ 수상이 값진 것은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니 더욱 그렇다.
“이 상들은 작품만으로 평가받고 경쟁한 상이라 제겐 더욱 의미가 큽니다. 문장은 쉬우나 뜻은 깊을 것, 율격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현대시조의 특징이라 백미라고 생각해요. 그 맛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황영숙 시인의 작품에는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표현이 없다. 글감 역시도 지극히 일상적이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고구마 줄을 벗겨 파는 할머니들의 검은 손끝을 보며 어머니의 자줏빛 손톱을 떠올린다. 담백하고 간결한 표현인데도 깊은 울림이 있다.
“주력하는 내용이 난해하면 독자는 이해할 수 없어요.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말하되 율격을 벗어나지 않게 함축적 이미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오감으로 경험한 것들을 어떤 것은 날것으로 즉시, 또 어떤 것은 오래 쟁여두었다가 될 수 있으면 난해하지 않게 잘 읽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서사적인 것을 이미지화하면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장의 낙차 한 방이 아쉬워 늘 고뇌하고 있습니다.”
황영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크리넥스’, 두 번째 시집 ‘매일 아침 매일 저녁’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글 속에는 가족과 이웃이 등장하기도 하고 울고 웃는 일상이 들어있기도 하다. 두 권의 작품집이 모두 사변적 이야기였다면 이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정신적인 시조를 단수시조로 써 볼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문학작품이고 역사입니다. 시인은 삶과 역사를 읽으며 인생항로를 비추는 등대와 같습니다. 45자 안에 더 큰 세상을 담는 시인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최민화 기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