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뿌려진 새들의 허다한 울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자란 것이 늪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썩어 문드러진 소리까지 결 삭여
질척이는 숨소리로 누덕누덕 시침질하고 있는
늪은,
애초엔 조금 젖었을 거야 젖는 줄 모르고
젖었을 거야 고이는 줄 모르고 온몸으로
고이게 했을 거야 제가 갇히는 줄 모르고
제가 앓는 줄 모르고 부둥켜 끌어안고 질퍽이는
질척이는 내가 너를 네가 나를 결코 놓지 않아
놓아줄 수 없어 푹푹 빠져들었을 거야
더 깊숙히 곤두박질치는
늪은,
내 몸 속으로 엉겨들었다 긴 뿌리로
축축한 맨발이었다
흐르는 물소리가 구설수인 늪,
벌떡 일어나 떠날 수 없는
추억을 뿌리 채 솎아낼 수 없는
속깊은 침묵을 가만가만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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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시인이 뽑은 이달의 詩
이 시의 제목에는 쉼표가 찍혀있다.
문자적 의미만을 따라 읽다보면 부호가 품고 있는
의미망을 놓치기 쉽다.
늪과 쉼표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늪의 생성이 오랜 시간을 요하는 점진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듯이 쉼표 역시 숨고르기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완충지대를 위해 마련된다.
늪을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던 것처럼 쉼표 역시 마침표나
느낌표나 물음표에 비해 그 존재 가치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을 밖으로 보기에는 느리고 작고 연약했지만,
안으로는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늪이 '속 깊은 침묵을 가만가만' 숨기고 있다면
쉼표는 '흐르는 물소리'의 '구설수'를 숨기고 있다.
-동보서적 <책소식>9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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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늪을 아주 아름답고..., 늪의 본질과 맞아 떨어지게 표현한 시란 생각이 들어요. 즐감하고 갑니다.
그렇네요.존재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았다. 늪은, 그리고 쉼표는...섬짓한 전율을 느낍니다^^
이 늪이란 작품은 시집을 받아 읽으면서 좋아서 접어 놓았던 것 이더군요. 너무 잘 썼다고 생각이 들었지요.부럽습니다.^^*
존재의 통찰...혜원님의 통찰...이 가을에도, 더욱 영롱하소서...
말하지 못한 늪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시라고 생각해요.오늘도 아침 산책에서 이 늪에 와서,새소리를 듣습니다.허다한 내면의 소리같은..,
허공에 뿌려진 새들의 허다한 울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자란것이 늪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결삭여 누덕누덕 시침질하고 있는 흐르는 물소리가 구설수인 늪 속깊은 침묵을 가만가만 들려주고 있었다...
애초엔 조금 젖었을 거야 젖는 줄 모르고/젖었을 거야 고이는 줄 모르고 온몸으로/.... <늪은,>은 저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우리들 모두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별빛님의 삶의 이야기...입니다..
늪의 침묵, 가만가만 듣고 갑니다._()_
썩어 문드러진 허공의 소리, 소리가,,,가만가만할때뵙겠습니다. _()_
산 높고 골 깊은...화천의 바람소리 놓아두겠습니다..
결~삭여/누침진터/늪이라는데,,,/조관우늪도있데요~(일잔일노래늪에빠져,,시침질은하네요. 헤~`)
늪이 '속 깊은 침묵을 가만가만' 숨기고 있으며.... 쉼표는 '흐르는 물소리'의 '구설수'를 숨기고 있습니다... 일잔의 일노래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 저의를 파악하고 있는 아침입니다...^^*
,,, 세상에!/ 虛空에, 새 들의 울음소릴 뿌리다니,,, (無常과 無我를 통찰한 시인의 三昧) ㅎ~
늪의 바닥까지...해부하시는........월인천강님~ㅎ
,,,늪은, 04.9.06부터~09.9.06의 오늘까지, 5년을 시침질하고 있었다. (달빛에, 옹기와 돌 담아 추억하면서,,,)
5년 동안의 ...속깊은 침묵..... 가.만.가.만.... 듣습니다...
늪의 철학을 의미하는 날. _()_
늪이가만가만침묵하라네,구설오른다고~/ _()_
지금은 침묵할 때....
虛空에,,,새들의울움도모아늪에,당신의늪을이루신~詩人님.
우포 늪에 ..이 詩碑가 세워진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世上을맑히는일. 5월은장미,,,人生은 황혼? / 우포늪에혜원시인의詩(늪)의詩碑가있음참조화로울것같습니다._()_
고맙습니다..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ㅎ~
늪은,,, 習의識을저장하는宇宙.
우포늪 시비는....언제쯤.....^^*.....5년 안에는 가능하겠죠?~~~
@박선희 2012.11.19~5년이면,,,2017.11.19.,,,가능합니다.
혜원의 詩 <늪>에의 刃息(인식),,,지혜롭게했습니다. 금샘도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우포 내년 하반기 쯤. 건강 하세요~~~
우와~............신난다~~
참깨 들깨 노는데 아주까리는~^^
흐르는 물소리가 구설수라면 늪의 바닥엔 과연 고요가 있을까~?…
늪의 바닥엔, 침묵의 뻘이...고요한 발바닥이 되어.....
_()_
_()_. 허공에 뿌리라는 인식에 늪을 이해하는 돌이었습니다. 잠시. 숨 돌리고 있습니다. 대기압에 760에 ,,,
사과꽃이 참 예쁘네요~~
,,,흠. _()_
,,,아!... 흠,,,_()_
우포늪에 세워질 詩碑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