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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Ⅲ)
설악산(울산 바위) 등정기
코스 : 설악동 소공원 → 신흥사→ 내원암 →흔들바위 → 계조암 → 전망대→ 울산바위 →하산 → 신흥사 일주문 → 비선대 등반시간 : 울산바위 까지 왕복 약 3시간 소요
누가 나에게 당신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스스럼없이 "등산"이라고 말을 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산에 대한 열정으로 시간만 나면 산을 찾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하루도 제대로 집에서 쉬어보지 못한 것 같다
얼린 생탁을 겨울이면 따끈한 정종을 보온병에 넣어 근교 산을 중심으로 산행을 하며 산세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향기 가득한 솔 내음을 맡으며 음미하는 한잔 술에 매료되어 있다
그러나 산행을 하면서도 항상 긴장해야 되는 직장 업무의 특성상 근교 산을 중심으로 산행을 하다보니 전국적으로 이름 있는 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산행 경험이 아직 까지는 많이 부족하여 산꾼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름 있는 아름다운 산에 대한 나의 마음속 갈망에 힘입어 2년 전부터 봄 가을 휴가등을 통해 2박3일간 전국에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중심으로 내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산행을 즐긴다
따라서 이번에도 매월 네 번째 일요일이면 정기 산행을 하는 영주동 한길산악회의 설악산 등반일정에 따라 모처럼 용기를 내어 동참하게 되었다
설악산에 대한 등반 경험은 과거 설악동 소공원에서 천불동을 거쳐 대청봉 정상을 밟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오다 보니 그때는 코스가 단조로와 설악산에 대한 제대로 된 등반의 참 묘미를 느끼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오색에서 대청 중청 소청봉을 거쳐 천불동 비선대 설악동까지의 10시간 예정 코스로 처음으로 임해 보는 무박산행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속에
나는 아내를 비롯한 지인2명을 대동 8. 25일 밤 9:30분 영주동 부산 우유 앞에서 한길산악회원 들과 함께 33명을 태운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함께 가는 한길 산악회원들은 영주2동 주민들로서 모두들 가족처럼 화기 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나 역시 이들과 평소의 친분도 있지만 모처럼 만난 반가움으로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분위기에 동화되어 갔다
나는 아내와 나란히 자리를 같이 하고 처음으로 임해 보는 무박산행에 대한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 간단한 소주 한잔으로 잠을 청해 보았지만 낯 설은 잠자리 탓으로 제대로 잠을 이룰수가 없다
옆자리에 있는 아내 역시 웅크린 자세로 잠이 오지 않는지 연신 몸을 뒤척인다
우리는 이렇게 어둠을 가르며 신 대구 부산 고속 도로를 거쳐북으로 북으로 달려 6시간만인 다음날 8. 26일(일) 새벽3시30분이 조금 지나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처음의 계획은 오색 주차장에서 A팀이 먼저 하차하여 대청봉 정상까지 10시간 정도의 산행을 계획하였으나 수해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오색 매표소 가는 길은 차량이 통제되는 바람에 부득불 A코스 산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바위까지만 산행을 하기로 하고 코스가 짧은 탓에 남는 시간은 비선대에서 각자 준비한 간단한 식사와 함께 휴식을 취하기로 전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우리들은 주차장 한켠에서 미리 준비 해온 따끈한 시락국밥으로 간단한 요기와 함께 전열을 정비 후 04:20분경 울산바위 정복을 향한 첫발을 내 디뎠다
설악산 울산 바위
울산바위는 해발873M 설악산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름답고 성벽 같은 암봉들로 한 덩어리의 바위로는 동양 최대라고 하며 암봉의 둘레가 무려 4KM가 넘는 거대한 화강암으로 30여개의 봉우리가 있다
그리고 울산 바위의 이름은 3가지라는 설이 있는데 울타리 같이 생겼다 하여 울산이라는 설과 경남 울산의 지명을 딴 전설에 의해 울산이라는 설이 있고 마지막 하나는 천둥이 칠 때 산 전체가 울어 우는 산이라고 하여 울산이라고 하는 설이 있다
우리들은 하늘 저 멀리 간간이 떠도는 구름사이로 만월을 이틀 앞둔 원형에 가까운 달과 유난히도 빤짝거리는 별빛을 벗삼아 어둠이 묻어 있는 소공원 도로를 따라 30여개의 헤드렌턴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며 전체가 무리를 지어 모두들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나와 아내는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행렬의 맨 후미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주변 경물들을 살펴보았지만 어둠으로 인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신흥사 사천왕문을 지나 앞서가는 일행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앞만 쳐다보고 약 3 - 40여분간 걷다보니 내원암이 보이고 이곳을 조금 지나치니 불 꺼진 휴게소와 음식점들이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설악의 대자연과 함께 새벽잠을 즐기고 있다
이곳까지는 등산로라고 말하기는 뭐 할 정도로 비교적 평지였지만 지금부터는 등산로가 완만한 가파름세로 이어져 있다
경사 정도는 완만하나 노면 자체가 크고 작은 암석들로 고르지 못한 탓에 렌턴을 준비하지 못한 일행들은 걷는 모습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나는 작년 12월 지리산 야간 산행시 렌튼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많은 고생을 한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성능이 굉장한 후레쉬를 준비하여 주변을 훤히 비춰 주므로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 나 혼자 마음속으로는 매우 흐뭇하였다
우리들은 5시가 약간 지나서 계조암에 도착하였다 사이 반신반의하며 흔들바위를 밀어 보니 정말로 바위가 흔들린다
수십 톤이 넘어 보이는 이 거대한 바위가 미약한 한 사림만의 힘으로도 흔들린다는 것에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할 뿐이다
우리는 휴식을 끝내고 6시쯤 되어 계조암을 출발하니 그제서야 동녘 하늘에 뿌연 여명과 함께 암자 뒤편 저 멀리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울산 바위가 웅장한 그 위용을 드러내고 맞은편에는 권금성과 달마봉이 주변 사물과 함께 어슴프레 보인다
아무래도 산 속이라 아침의 문을 여는 시간이 느린 탓에 저 멀리 잿빛 짙은 늦여름의 새벽 하늘을 바치고 있는 거대한 기암괴석 틈새로 모진 생명력으로 굳건히 뿌리내린 낙낙 장송의 푸르디푸른 나무 끝에 만월이 다 되어 가는 빛 잃은 둥근 달이 맥없이 걸려 있는 모습은 마치 최후를 향한 마지막 몸부림인양 처연해 보인다
우리들은 렌턴을 갈무리하고 싸아란 여명을 헤치며 1- 20분간 약간 가파른 등산로를 걷다 보니 바로 눈앞에 200M가 넘어 보이는 어마 어마한 바위 덩어리와 함께
수직에 가까운 긴 철 계단이 인간들의 정상 정복을 거부하며 오 연하게 우뚝 솥은 울산 바위의 위용은 마지막 고난을 예고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파른 철 계단에 대한 고소 공포증으로 가벼운 현기증 마저 느낄 정도지만 그래도 조상으로부터 물러 받은 두 다리의 넘치는 파워로 별 어려움 없이 선두 그룹을 유지하며 주변의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 본다
철 계단 중간쯤 첫번째 전망대에서 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내 발 밑으로 눈 앞 가득히 펼쳐진 늦여름 신록 짙은 설악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며 내 심연 깊숙한 곳에 그동안 잠재해 있던 시 한 수가 절로 흘러나온다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정해져 있는 것도 하나도 없는데
아니 정해져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일정한 틀을 벗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꼭 이 길을 가야만이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이 길을 가야만이 인생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한다
사랑도 인생도 모든게 다 틀이 있는게 아닌데 마치 짜 맞추기 시합이라도 하듯 저 높은 곳을 향해 달리기 경주를 한다
시간과의 경주를 벌리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자신을 내 던진다
인생은 그게 아닌데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가다가 들꽃 향기도 맡아보고 가다가 파아란 하늘에 양떼 구름도 보고
설악의 청량한 향기에 흠뻑 취해 보기도 하면서 ....
이번 산행에 함께 한 진동 형님께서는 아무래도 나이 탓인지 808개의 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선두그룹에서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포처럼 흐르는 땀을 이마에 맨 수건으로 커버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보기 좋다
나는 힘들어하는 형님을 뒤로 한 채 내 본래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급경사로 이어진 철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니 어느덧 맨 선두에 서 있다
선두인 나와 김 사장은 6시 30분이 조금 지나 울산 바위 정상에 도착하여 약 10여평 남짓한 평평한 암석 바닥에 무거운 배낭을 내리고 정상 정복이라는 희열과 뿌듯함을 맛보며 허허로운 자세로 마음의 문을 열고 무명에서 벗어나 본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을 바라보면
어린애의 웃음 같이 깨끗하고 순박한 동해 바다와 하늘
코끝 가득 묻어 오는 청량한 바람
나날이 짙어진 녹음은 여름의 끝을 알리고
녹음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은 쓸쓸한 가을의 길목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와 함께 바람 속에 스며든다
우리가 비록 가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쏟아지는 은빛 햇빛처럼 빛을 머물게 하는 사람이 되고
무심한 대지를 깨우는 봄비가 되어 당신의 삶에 축복이 되고 싶다
울산바위 정상에서 아득한 모습으로 운무를 먹음은 대청봉을 비롯하여 중청 소청봉이 형제애를 자랑하듯 나란히 서있고
천불동 계곡과 화채 능선 등 빼어난 주변 산세가 기기묘묘한 거암들과 조화를 이루어 절경을 자아낸다
반대편으로는 동해 바다와 달마봉과 학사평 저수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마치 한 폭의 거대한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특히 은빛 찰랑이는 동해 바다에는 막 솟아 오르는 일출이 얕게 깔린 구름으로 제대로 볼수는 없을지라도 일출은 먹음은 구름은 오랜지에 핑크색을 물들인 꽃으로 화해 간간이 떠다니는 먹구름과 조화를 이루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폐부까지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약간의 한기를 느끼며 한길가족 33명중 함께 오르지 못한 1명을 제외한 32명 모두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전체가 오순도순 모여 앉자 간단한 요기와 함께
부산의 상징 시원 소주! 그 한 잔의 짜릿함에 신선이 되어 텅 빈 마음으로 인간세상을 굽어본다
버려라 세속의 모든 욕심을! 벗어라 인간사 모든 고뇌를!
구하라 삶의 참된 지혜를 .....
시기는 칼과 같아 몸을 해하고 욕심은 불과 같아 욕망을 태우며 욕심이 지나치면 몸과 마음이 다 탄다
모든 일에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고 억지로 잘난 척 하는 것도 아니함만 못하다
내 삶이 비록 허물 투성이라 해도 자책으로 현실을 흐리게 하지 않으며 교만으로 나아감을 막지 않으니
생각을 게으르게 하지 않고 후회하기를 변명 삼아 하지 않으며
사람을 대할 때 오르지 진실만으로 절대 간사한 웃음을 흘리지 않으리니
후회하고 다시 후회해도 마음가짐은 늘 바르게 하고 오늘의 반성이 내일의 희망이니
일체의 경계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고 수용하는 대장부가 되어라
우리 모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일정 변경에 따른 시간적 여유로 천불동 계곡 입구인 비선대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하고 8시쯤 되어 하산을 시작하였다 나는 가파른 철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며 멀리 보이는 대청봉을 비롯한 주변 아름다운 절경을 사진에 담으며 다시 계조암을 거쳐 신흥사 사찰 경내에 이르렀다
나는 아내와 함께 법당에 들러 무사 산행에 대한 감사로운 마음으로 참배를 하고 2KM가량 떨어진 비선대를 마지막으로 하여 설악산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이번 산행에 있어 비록 처음 계획한 오색에서의 대청봉 산행은 하지 못해 산행의 짜릿함은 맛보지 못했을지라도 한길 회원님들의 풍부한 인정과 설악의 수려함이 삶에 지치고 찌들린 내 삶에 큰 활력소가 되었으며
특히 인정미 넘치는 한길 회원님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우리가 삶에 지쳤을 때나 무너지고 싶을 때 말없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하여 속 마음 마저 막막할 때 우리 서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자
누군가 사랑에는 조건이 따른 다지만 우리의 바램은 지극히 적은 것이게 하고 그리하여 더 주고 덜 받음에 섭섭해하지 말며 문득 스쳐 지나가는 먼 회상 속에서도 우리 서로 기억마다 반가운 사람이 되자
어느 날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시간에 우리 서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혼자 견디기에 슬픔이 너무 클 때 언제고 부르면 달려 올수 있는 자리에 오랜 약속으로 머물며
더 없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우리 서로 끝없이 기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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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꼭 끝까지 읽고 댓글좀 달아주세용 ^^
그리고 설악산 사진은 최찰방 2 올려 놓았으니 아름다은 산 많이 많이 구경하고 가세요
무박등산길 4.3회 회원님 정말로 등산 잘합니다. 모두가 선두그룹에서 ...확실히 단련된 몸 별무리없이 즐거운 등산여행길.....
모처럼 궁금하여 연락한이 산에같다고해서 폰으로 연락하며 열중한 산행에 폐가될가봐 ! 최찰방으로 방문합니다. 긑까지읽고 보니 상세한 기록속에 섹시한 여우님과 같이 동행한 기분이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