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 충실한 사랑의 신비
혼인한지 10년 만에 거의 4쌍이 이혼하는 한국 사회. 날로 늘어가는 황혼 이혼. 사실상 심리적 이혼 상태에 있는 수많은 부부들. 이혼이 두려워 혼인신고도 아예 일 년이 지나 하는 세태. 우리 시대, 한국 사회 부부들의 자화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20세기 초반 유럽 철학계를 풍미했던 철학자(현상학)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신학자로서도 가톨릭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독일의 디트리히 폰 힐데브란트를 통해 이 답을 찾아본다. 그는 가톨릭 전통에서 당연시해왔던 혼인의 목적을 출산으로 보는 견해에다 혼인의 의미가 행복이고 부부의 일치라는 뜻을 더하여 혼인의 지위를 높여준 학자였다. 이 책에서 전개한 그의 혼인론, 혼인신학은 나중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몸의 신학’에 큰 영향을 줄만큼 새롭고 깊은 것이었다.
혼인-충실한 사랑의 신비
‘몸의 신학’을 예비한 혼인신학의 역작을 만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상적인 혼인(자연혼)의 가치와 중요성을 밝히고, 혼인이 충실한 사랑에 기여하는 역할을 보여주려 한다. 저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하고 있는 혼인인 자연혼 Natural Marriage은 가장 행복한 상태일 때조차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았다. 모든 자연혼은 혼인 당사자들 누구나 갈망하는 영원한 일치에 결코 이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자연혼에는 무엇인가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던 그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혼인의 놀라우리만큼 새로운 차원을 발견하게 된다. 이른바 은총의 샘인 혼인의 성사적 특징이다. 이는 성사로써의 혼인(성사혼)이 혼인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싸움을 위한 싸움”(1티모 6,12)에 필수적인 초자연적 능력을 제공해주는 측면이다. 혼인 생활을 할 때 직면하게 되는 습관, 타성, 그리고 지루함을 극복하면 배우자간 유대가 강화되고, 그들의 사랑도 새로 꽃피게 된다. 또한 성사혼을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배우자 각자에게 품고 계신 무한한 사랑으로 그들을 일치시키는 까닭에, 부부들이 자연혼이 갖는 비극적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사랑이 갈망하는 무한하고 영원한 일치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성사혼에서 발견되는 초자연적 사랑을 열렬히 옹호하였다. 혼인에 내포된 충실한 사랑의 신비가 갖는 위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발견한 은총에서 비롯되는 강렬한 열정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저자 폰 힐데브란트는 혼인이 우리 삶에 풍요로운 행복과 지속적인 평화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혼인의 참된 본질과 이 혼인적 결합이 다른 사랑과 인간들의 유대와 어떻게 다르고 또 그것들을 능가하는지 밝힌다. 두 번째로, 저자는 사랑이 색정, 열병, 그리고 이와 비슷한 것들과 구별되는 것임을 밝히고, 이를 통해 사랑이 혼인에서 담당하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보여주려 한다. 세 번째로, 저자는 혼인한 모든 배우자들에게 그들이 내적으로 깊이 갈망하고 있는 것을 주는 것이 가톨릭의 성사혼임을 밝힌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의도를 다음의 여섯 가지 측면을 통해 구체화한다. ① 혼인의 유일하고 바른 동기, ② 여섯 가지의 그릇된 혼인 동기와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 ③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데 필요한 의지의 역할, ④ 난관과 고통의 필연성과 이것들이 혼인을 더 심화시키는 이유, ⑤ 혼인이 성사로서 갖는 의미, ⑥ 그리스도교가 혼인적 사랑을 강화시키는 방식 등이다.
대부분의 혼인 관련 서적들은 읽고 나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반해 이 책은 뜨거운 열정과 기쁨을 샘솟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혼인이 갖는 의미를 깊이 깨닫게 해줄 뿐 아니라 타성에 젖은 혼인을 쇄신하게 해주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다. 그동안 이 책을 읽고 수많은 이들이 혼인의 활력을 찾았는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몸의 신학’처럼 그의 혼인신학도 긍정적인 토대위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혼인이 본래 풍요롭고 그 바탕이 신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고에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