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동은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
그리고 고층 빌딩들이 자리를 잠식하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곳들 중 하나였다.
골목마다 각종 음식점과 술집들이 즐비한 곳엔 반드시 숙박시설도 있기 마련이다.
그 시절은 그 무교동과 면해 있는 서린동에 위치한 서린호텔에게도 전성기였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이 곳은 여러 굵직한 현대사 속 사건들과도 함께 했다.
대표적으론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회견용 발표문이 쓰인 바 있으며
1970년대엔 정계 인사들의 사랑방으로 이름을 날렸고,
아마 동아일보라던가 근처 직장인들이
근무가 길어져 통행금지에 걸리는 상황이 되면
많이들 숙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서린호텔은 또 다른 의미에서 현대사에 크게 남아있다.
1973년 CI디자이너 박재진이 디자인한,
서린(SeoulIn)호텔의 로만 알파벳 약자인
S와 L을 하트 문양으로 형상화한
로고타입과 그에 따른 부수적 CIP(기업이미지)작업이
국내 사업체 최초로 적용된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CIP라는 개념은 기업은 물론 같은 디자이너들에게도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박재진은 완성된
서린호텔 CIP작업 편람 500부를 기업 각처에 보내는 등
기업이미지에 대한 당시의 인식을 일깨우고
계몽하기 위해 정열적으로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주)서린호텔은 롯데호텔 등 강력한 주변 라이벌의 등장과
방만한 경영과 사채 압박, 부족한 주차시설 등
여러 요인이 겹친 끝에
1992년 1월 23일 부도처리됨으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박재진이라는 이름 역시 국내 디자인 서적이나 교육과정
어느 곳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잘 해봐야 한두 줄짜리 캡션으로 등장할 뿐이다.
급속한 성장과 변화 속에 잊혀진
수많은 디자인 유산의 흔적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첫댓글 옛 서린호텔가족(직원)께서는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모종인 010-2392-0561
김영철 010-7257-8682
김범용 010-4712-2212
권영신 010-2521-8292
김병귀 010-5398-5264
박일병 010-5354-9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