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1차 12. 신 태고암가
나는 작은 암자에 누워서 한편의 시를
가슴 깊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쓴다.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 같은 고통의 몸
어둠이 내려오고 있는 밤에 별을 본다.
내 어디로 가야만이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가야만 한다면 가야 하는데
시간의 문밖에는 어둠이 내려와 있고
내 머리는 텅 비어 있는 빈 그릇 같네!
눈을 감고 있으면 떠오르고 있는 것이 있는데
선사들이 밤 숫자를 세어 가면서 들고 있던 화두
그러한 화두를 들고 있으면 행복하련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텅 빈 머릿속이네
밤이 깊어 오면 올수록 잠이 오지 않고 있는데
대바람 소리에만이 소리를 내고 울리는 밤
작으면 암자에 홀로 있음이 슬픔이라고 말하면
이것이야말로 서러움이 아닐 수 없네
고운사라는 작은 암자가 있는데
나는 여러번 암자에서 잠을 청하여
잠이 오지 않는 밤을 기억하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는 밤이 괴롭다.
고려 시대 태고암 가를 창작하여
석옥청공에서 시를 보여주고
석옥청공을 스승으로 인정하니
태고암 가를 창작함에 깨달음 얻었네!
나는 무엇이며 너는 무엇인가 말하라
대나무 소리가 울리고 있는 바람 소리
산을 흔들고 일어나고 있는 고운사
세상인심을 모두 버리고 침묵해야 하네
내가 나의 절망적인 시를 창작하려고
머리를 감싸고 있는 가을밤 작은 암자
그리워하던 이들은 모두 떠나가 버리고
홀로 앉아 시간의 깊이만큼 깊은 밤이네
석옥청공의 법을 받으려고 달려갔던
태고 보우의 근기를 다시 한번 고찰하니
그날에 험난한 선 속 깊은 곳으로 찾아간 날
하늘에는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를 쳤을 것이네
나는 고운사 작은 암자에 엎드려
부엉새만이 슬프게 울고 있는 밤
밤하늘에는 무지개가 산 등을 안고 가네
마음이 있다고 말을 한다면
바윗돌 위에 피어있는 이끼꽃 위에
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다면
내 마음에 촛불을 켜는 바위를 바라본다,
2024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