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슬럼프가 찾아올 때(1)

[씨플레이스]

정신과 전문의인 윤대현 교수가 쓴 <잠깐 머리좀 식히고 오겠습니다>라는 책에 보면 한 남성이 찾아와 상담을 받는다. 40대 초반 직장 남성이다. 해마다 두세 번씩 슬럼프가 찾아와 애를 먹고 있단다. 벌써 2주째 야근을 했는데도 업무 진행률은 0%다. 기한은 다가오는데 좋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시간만 흐른다. 이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지금까지는 여차저차 넘겼지만, 이번에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아 불안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반복되는 슬럼프 어떻게 해야 될까? 넘고 또 넘어도, 자꾸만 찾아오는 슬럼프를 어떻게 해야 될까?

우리 삶에 번아웃이 찾아오면 세 가지 문제가 뚜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먼저 의욕이 떨어진다. 일이 부담스럽고 무겁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억지로 몸을 움직여 일해도 성취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이 현저히 결여된다. 공감은 남을 위로하는 능력이면서 내가 남에게 위로 받는 능력이다. 지쳤을 때 상대방에게 따뜻한 감성 에너지를 받아 충전을 해야 되는데 주는 것은 고사하고, 받는 것도 잘 안 되는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소통도 거칠어진다. 상대방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가? 마음이 어떠한가?

슬럼프는 신앙생활에도 찾아온다. 신앙 생활하다 보면, 하나님이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나님이 내 문제에 무심하고 관심이 없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활력을 잃고, 믿음마저 잃어버린다. 신앙에 대한 회의가 들고,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삶에 영적인 침체와 낙심이 찾아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떻게 해야 영적인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신앙의 슬럼프 어떻게 극복해야 될까? 첫째, 하나님은 때로 침묵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윗은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한다. 고통 중에 하나님을 애타게 찾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탄식한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하여 돕지 않으시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1절).

고통을 당할 때 믿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하나님의 침묵이다.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이 응답해 주지 않으시면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편 22편의 기자인, 다윗에게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 다윗은 시편의 상당수를 기록했다. 성경의 인물 중에 다윗만큼 많이 기도하고 다윗만큼 하나님의 응답과 그의 음성을 들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다윗에게도 시련과 고통 중에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했다. 아무리 기도하고 구해도 응답이 없는 하나님 부재의 경험이 있었다.

여러분, 우리 삶에서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고, 내 신음 소리에 무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가? 솔직해도 좋다. 나는 가끔식 이런 느낌이 있을 때가 있다.

누가복음 8장에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에 간다. 배를 타고 가는데 광풍이 불어온다. 태풍이 불어서 배가 뒤집힐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잠을 자고 있다. 너무 고단하고 피곤하셨다.

제자들이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깨우면서 뭐라고 말하는가? “주여 우리가 죽겠나이다”(눅8:24). 우리가 다 죽게 되었는데 예수님은 잠만 자고 있습니까? 제자들의 말을 우리 식으로 하면 “예수님 정신차리세요. 지금이 잠이나 잘 때라고 생각하세요. 배가 뒤집혀서 다 죽게 되었는데, 왜 우리를 돌보지 않으시고 위기에서 구해주지 않으십니까.”

제자들도 예수님의 침묵을 경험했다. 예수님이 배에 계시는데 제자들이 당면한 위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배가 뒤집힐 지경인데 예수님은 태평하게 잠만 자고 있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 뭘까? 신앙 생활에는 시련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믿음이 좋고, 예배를 열심히 드리고, 기도를 많이 해도,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할 때가 있다. 믿음에는 시련이 있다. 여러분, 성경 인물 중에 시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자손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하나님의 침묵을 오랜 시간 견뎌야 했다. 이삭과 야곱, 요셉, 모세, 다윗, 모두 시련을 겪었고,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했다. 믿음에는 시련이 있다. 하나님은 시련을 허용하신다. 우리 영혼의 유익을 위해서다.

예수님이 배에 타고 계시는데, 광풍이 불어온다. 예수님이 광풍을 허락하신 것이다. 우리 삶의 찾아오는 고난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있는데, 배가 뒤집어져서 제자들을 다 죽게 내버려 두실까? 아니다. 예수님은 반드시 제자들을 지키시고 보호해 주실 것이다. 예수님이 깨어나셔서 제자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가?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눅8:25). 예수님이 침묵하셔도 우리를 버리신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의 배가 흔들리고 침몰하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이 무심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반드시 광풍 속에서 보호하시고 지켜주실 줄 믿는다. 하나님은 침묵으로 함께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라.

최철준 목사(나주글로벌교회)

[출처] 기독일보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14825#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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