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다가 사회학에 대해 이야기 좀 해 보겠다고 말해 놓았는데, 뭐 대단한 거 없습니다. 적당.. 하게, 자잘한 부분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 완성된 글을 내서 평가받자는 것도 아니고, 이런 얘기도 한 번 나누었으면 해서 쓰는 것이니 많은 분들의 도움 부탁드립니다..^^
제 글의 목적은, 사회학에 대해 전문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사회학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보자는 것입니다. 저 역시 전문가가 아니니 이런 말을 할 수가 있겠죠.
낯선 분야에 접했을 때 다가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와 같은 학문 분야의 경우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봅니다.
1. 문제 중심으로 탐구하기 2. 사상사 탐구하기
첫 번째 방법은, 철학을 예로 들자면, 인식론, 존재론, 마음의 문제, 언어의 문제 등과 같이 특정한 주제들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사회학이라면, 문화, 정치, 경제, 갈등, 사회운동과 같은 사회 현상들을 특정한 관점, 즉 사회학적 관점에 따라 다루게 되겠죠.
두번째 방법은, (사회학을 예로 들면) 사회학의 성립 시기부터 사회학을 구성해 온 이론들의 역사를 사상사적으로 추적하는 것으로, 가령, 콩트, 스펜서, 뒤르켕, 맑스 식으로 학자들의 이론들, 이론들 간의 연관성과 역사적 배경을 탐구하는 일이 될 것 입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두번째 방법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문제 중심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미 사회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죠. 그런데 아직 사회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복잡다단한 현상들에서 '사회학적 대상'을 추출하여 '사회학적 방법'으로 탐구할 수 있을까요? 현실에의 적용은 특정한 목적의식과 방법을 가지고 있을 때에야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경험을 통해 이론을 구성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지만, 학자들은 어디까지나 이론에서 출발합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의 생각, 논리를 익히는 일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러하죠.
이러한 주제 중심의 접근법은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산만하여, 자칫 흥미를 잃고, 방향을 상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개론 수업을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느껴보셨으리라 봅니다만, 뭔가 많은 걸 들은 것 같기는 한데, 끝나고 나면 뭐가 어떻다 말하기엔 남는 게 없는 그런 찜찜한 기분 말이죠. 고등학교 과목들처럼 공부할 때는 빡세게 많이도 했는데, 끝나고나면 다 잊어버리는 것처럼요.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회현상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동원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뿐입니다. 개론 수업에서는 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 챕터의 주제와 관련해서 테마를 정하여 조별 발표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능 공부만 해온 친구들이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의의가 있지만, 이들이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눈은 결코 업그레이드 되지 못합니다. 시선을 정교화하고 다듬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제공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을 강화시킬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토론을 하다보면 그런 느낌 받으신 적이 있지 않나요? 도대체 진전은 없고, 하던 얘기만 계속 반복하는 것. 서로 다른 두 입장 모두 자신들이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
사회학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눈 앞에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편견을 깨뜨리는 전복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학적 관점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사회 현상에 접근하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들을 강화시켜줄 뿐이죠. 사상사의 거목들은 사회 현상들을 그들 나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에 대해 서술합니다. 이것 또한 그들의 편견의 결과이지만, 그들은 좀 더 갈고 닦아 세련된 시각을 갖고 있죠. 그 누구도 스스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고,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비교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유명한 비유를 들자면, 거장들의 이론을 통해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사상사를 좇는 두번째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학이 어떤 배경 속에서 완성되었으며, 사회학자들이 어떤 고민과 의문점을 갖고, 어떤 방법으로 자신만의 대상을 만들고 다루었는가를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크게 보아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데, 1. 무엇을 사회학적 '대상'으로 규정하였는가 2. 대상을 탐구하는 사회학적 '방법'은 무엇인가
의 차원입니다. 그 점에서 사상사적 탐구는 방만한 주제를 다루지 않음으로써 범위를 축소시키지만, 이론적인 보편성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입니다.
뭐, 나름 거창해보이는데 별 거 없고, 모두가 시중에서 구하실 수 있는 책을 정리하면서 제 생각을 덧붙이고,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현대적인 사례나 의의 중심으로 엮어볼까 합니다.(제 성격상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방면과 관련된 좋은 서적으로
루이스 코저, 사회사상사(거의 베낄 생각임) 존 휴즈(외), 고전 사회학의 이해 스티브 사이드먼, 지식 논쟁 조나단 터너, 사회학 이론의 형성(저한테 없어서 참고는 못할 듯) 제프리 알렉산더, 현대 사회이론의 흐름 조나단 터너, 현대 사회학 이론 피터 버거, 사회학에의 초대(강추) 랜달 콜린스,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추천) 하워드 베커, 사회과학자의 글쓰기(추천)
대개 사회학의 역사와 관련된 서적들인데, 이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코저의 책을, 일반 독자라면 버거나 콜린스의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