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임대료평가를 위해 한 현장에 다녀왔다. 지하철역 3분거리 초역세권, 이 아파트를 위한 통로까지 개설되어있다.
경로당, 영유아보육시설 등 다양한 공공시설을 갖추고 외부도로와 맞닿는 부분은 상가를 적절히 혼합해놓아 구성이 좋다.
동네주민 한분은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오면서 동네가 훤해져서 너무 좋다고하신다. 공공주택을 반대하는 주민들만 있는건 아니다. 이 아파트가 들어오기전에 여기는 유흥시설이 많아서 밤이면 지나다니지도 못하는 동네였다고한다.
마침 유흥산업이 쇠퇴하고 유흥주점과 모텔 장사가 안되기 시작할 즈음 이 아파트가 들어온 모양이다.
이 공공임대주택은 1천세대도 안되지만, 그보다 수십배 많은 물량의 1인가구 주택이 인근에 들어섰다. 10년이내에 신축된것들이 많다. 모텔, 유흥가는 대부분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탈바꿈한것이다.
돈은 돈냄새를 맡고 돈을 찾아다닌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이 바로 이들 주택의 공급기반이 되었다. 1인가구 주택 공급은 늘었는지 몰라도 전세사기, 역전세 원인이 되었다. 소형주택공급업자들의 위험은 고스란히 임차인과 공공으로 이전되었다.
전세가격이 적정한지 검증하지않고 임차인보호 명목으로 대출로 푼 돈은 민간건설업자들과 쇠락한 유흥가 호텔 땅주인들에게 이렇게 흘러간다. 1인가구를 위한 주택은 이렇게 공급되었다.
시장조사를 하러 부동산 몇군데를 들렀다. 10평전후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실거래가가 8천도 있고. 9천도 있고, 1억 3천도 있고 2억 4천도 있다.
부동산사장님은 6평 신축오피스텔 전세 1억 6천을 부른다. 이것도 하나밖에 안남았단다. 월세는 마지막 매물 계약이 오늘 끝났단다. 월세는 보증금 1천만원, 월세 70만원이다.
원룸 월세를 알아보고있는 두 젊은 여성을 만났다. 20대초중반이 됐을까싶은 젊은이들이다. 사장님은 신축말고 다른 월세방이 있다며 보여주시겠다고하기에 같이 따라나섰다. 젊은 여성들이 경계하는 눈치라 조금 떨어져 따라갔다. 안그랬으면 따라다니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줬을텐데.
구축 오피스텔은 아직 그 동네에 남아있는 모텔2개를 지나쳐서 외진길을 따라 걸어가야했다. 원룸 상태는 좋지도 나쁘지도않았지만 방 모양이 사다리꼴이었다. 못생긴 땅에 최대한 방을 많이 뽑아내기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원룸은 보증금 1천만원, 월세 45만원이었다. 관리비는 10-15만원정도 나온단다.
젊은이들 이야기에 따르면 부동산을 다니면서 여러 주택을 봤는데 모두 관리상태가 나빴다고한다. 이정도면 좋은편이란다.
1인주택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은 대체로 관리가 좋지않다. 내가 살집이 아니니 처음부터 공들여 짓지도않는다. 관리비를 임차인이 내니 주인들은 관리비가 적절한지 신경도 안쓴다. 1인가구 임차인들은 오랜기간 머물지않고, 내것이 아니기에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않는다. 천정에서 물이 새는데도 그냥 방치하는 경우도 봤다.
몇년만 경과되어도 집상태는 험악해진다. 그러니 청년들은 신축을 선호할수밖에없다. 그래서 신축가격은 구축과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수요가 신축에만 쏠리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관리비는 외부감사대상이 아니므로 방만하게 운영된다. 한두개 호수의 소유자나 임차인은 관리에 마음대로 개입할수도없으니 주인이지만 주인이 아니게된다.
신축과 구축 다세대, 오피스텔에서 나타나는 터무니없는 가격차이는 바로 관리상태에서 온다.
부동산문제에 있어서 임대료와 가격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관리의 문제는 다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구축은 가격이 매우 저렴한데도 외면받는것이다.
현장에서 본 공공임대주택은 공사에서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었다. 도배, 장판은 일정기간만 지나면 통상관리비용으로 처리해서 임차인이 바뀌면 교체해준다. 무엇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못할 염려가 전혀 없고, 임대료가 매우 저렴하다. 유사한 면적의 오피스텔과 비교할때 관리비는 20%수준, 임대료도 반값도 안된다.
입주대상이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인데 관리소장님은 입주민들 만족도가 높다고 하신다. 단점은 공급이 부족하고, 일정 입주자격을 갖추어야한다는것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만 들어갈수있어서 공공임대아파트 주민이라는 낙인과 차별의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큰 단점은 저렴하게 공급하다보니 적자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사들은 임대주택사업을 하기위해 땅장사를 해야한단다.
공공임대주택을 누구나 접근가능할만큼 대폭 확대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대출이나 보증을 통해서 공공자금이 민간으로 흘러가게 하여 땅값을 올리는 구조가 아니라 공공자금은 철저하게 공공주택 공급, 건설하는데만 유입되게하게하는 것이다.
낙후된 지역에서 토지가격을 올리는 개발사업을 벌이지않고 공공만이 용도변경, 개발권을 갖는다면 낮은 가격으로 토지를 확보할수있다.
그러기위해서는 원주민들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필요에 따라 오랜기간에 걸쳐 토지를 천천히 매입해나가는 것이다. 주택연금제도를 결합할수도있다.
만성적자인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라 적절한 임대료를 부과하여 유지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면 잘 관리되고 안전한 주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수있다.
공공자금이 민간건설사나 개인 임대인 또는 개인 임차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구조는 위험과 비용을 공공에 전가시키고 필연적으로 토지가격을 올린다. 그래서 전세자금대출, 전세보증보험, 전세보증금채권매입을 반대한다.
공공자금이 공공주택 공급으로 선순환되어 모두의 주거권 확보와 토지의 공공성을 회복하는데 에너지가 모아져야한다.
주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안정적인 지속적으로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독점의 문제, 개발이익환수의 문제, 보유세의 문제를 반드시 함께 이야기해야하는것이다.
오늘 있었던 수만가지 일들중 하나라도 기록해두기로...
조정흔(감정평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