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까야 번역의 외길을 걷고 있는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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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승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그들이 꼭 알아야할 가르침을 중점적으로 편집한 초기경전인 ‘이띠붓따까’가 우리말로 처음 완역됐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는 최근 한역 ‘소부아함(小部阿含)’에 해당하는 팔리어 경전인 ‘쿳다까니까야’ 중 하나로 짧은 게송을 곁들인 112개의 경들로 구성된 ‘이띠붓따까(Itivuttaka)’를 펴냈다. ‘이띠붓따까’는 윤리적 측면에서의 명상수행 원리를 설하는 경전 모음집으로 열반의 본질에 대해 설하고 있는 ‘우다나’와 쌍벽을 이루는 중요한 경전 모음집이다.
| ▲ 한역으로는 '여시어경(如是語經)’으로 불리는 ‘이띠붓따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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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역으로는 ‘여시어경(如是語經)’으로 불리는 ‘이띠붓따까’는 “나는 이렇게 들었다(如是我聞)”는 일반 경전의 익숙한 관용구 대신 “세존께서 설하셨고 거룩한 님께서 설하셨다고 나는 들었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 경전을 듣고 전한 자가 아난 등 비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것을 듣고 전했기 때문이다. 붓다고사와 더불어 남방 상좌부 최대의 주석가로 꼽히는 담마팔라의 주석에 따르면 부처님 재세 당시 다문제일 아난존자만큼이나 기억력이 출중했던 쿳줏따라가 있었다. 부처님의 제자인자 왕비의 시녀이기도 했던 그녀는 부처님께서 수행승에게 설법을 할 때에 가서 그것을 자주 들었고, 그녀가 다시 그것을 우데나 왕비와 궁녀들에게 전해 준 가르침이 바로 ‘이띠붓따까’라고 전한다.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법한 만큼 이 책에는 수행자들을 위한 내용들이 많다. “즐거움을 괴로움이라고 보고 괴로움을 화살이라고 보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은 그것을 고요한 님은 무상하다고 본다”라고 구절처럼 수행 과정에서 꼭 필요한 지침들도 담고 있다. 또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발생하는 원리를 버릴 것을 비롯해 청정한 믿음의 과보, 공덕과 업의 과보, 고의적인 거짓말의 과보, 보시의 공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법정 스님이 한 칼럼에서 “먹물 옷을 걸치고 절에서 산다고 해서 누구나 출가제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절의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불사에 동참한다고 해서 진정한 재가불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순간순간 몸소 실천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진정한 불자일 수도 있고 사이비 불자일 수도 있다는 준엄한 가르침이 있다.”라고 하면서 그 증거로 내세운 경이 ‘이띠붓따까’의 ‘쌍가띠 옷의 자락의 경’이다. 또 ‘진리를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본다’는 가르침이 여기에 등장한다.
담마팔라의 저술인 ‘어시어경의석(如是語經義釋)’을 토대로 1617개의 상세한 주석을 싣고 있는 이 책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 분노, 교만, 갈애, 여래 등 불교 주요 개념에 대한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번역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인 전재성 박사가 맡았다. 전 박사는 그동안 쌍윳따니까야(2002년), 맛지마니까야(2003), 앙굿따라 니까야(2008), 디가니까야(2011) 등 4부니까야를 모두 완역했다. 쿳다까니까야에 속하는 법구경(2008), 숫타니파타(2004), 우다나(2009)에 이어 이번에 이띠붓따까(2012)를 완역함으로써 경장 가운데 부처님이 직접 설했다는 경전은 대부분 완역한 셈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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