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려 완성된 작품이다. 박지숙 작가는 2003년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에 중편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뇌하며 ‘지독한 열병을 앓을 때, 구원처럼 김홍도가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김홍도와의 인연으로 중편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를 완성해 수상의 기쁨까지 안게 되었지만, 김홍도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애초 기획한 연작을 쉽사리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드디어 김홍도의 그림과 삶을 다룬 다섯 편의 연작을 책으로 묶어서 내게 되었으니, 그 동안 작가가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던 ‘김홍도’는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김홍도란 한 인간의 삶과 예술정신뿐만 아니라 인간이기에 보일 수밖에 없는 약하고 모순적인 모습 또한 그리고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에서 홍도 자신을 껍데기라고 업신여기던 광대 아이 들뫼, 「천지개벽 서당에서」에서 중인인 홍도가 자신의 신분처럼 우유부단한 반면, 노비지만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학동 차돌이,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에선 김홍도의 오만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거지 노파 등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김홍도 역시 우리들처럼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깨달음을 선사해 주고 있으며, 한 작품,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김홍도가 그린 <무동>, <서당>, <추성부도> 등의 그림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작가의 첫 작품집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구성의 긴밀함과 내용의 깊이 그리고 김홍도의 그림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룬 역사소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 또 하나의 팩션이 아닌, 혼이 담긴 진정한 역사소설! 김홍도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 소설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 2007)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제작되면서 극에 달했다. 팩션에 대한 열풍은 새로운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과 관객들에게 허구와 사실의 결합이라는 흥미로운 형식으로 다가와 그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놓인 것이 바로 ‘팩션’의 한계일 것이다. 팩션의 매력이 확실한 고증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더욱 크게 펼 수 있는 것이라면, 역시 같은 이유로 잘못된 역사를 전달하는 단점 역시 품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역사소설’은 어떠한가? 역사소설은 어떠한 꼴을 갖추어야 하고, 어떤 본질을 품고 있어야 할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각자 다르겠지만, 진정한 ‘역사소설’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역사’를 온전히 마주하고, 과거와 지금의 나를 넘나들며 탐색하고 반추하는 과정이 오롯이 작품 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 즉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상상력이란 이름 아래 작품을 역사 왜곡으로 이끌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박지숙 작가의 첫 연작 소설집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유행처럼 떠도는 또 하나의 팩션이 아닌, 혼이 담긴 진정한 역사소설이라 할 만하다.
▶ 주요 내용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으로, 어린 김홍도가 광대패의 떠돌이 무동 들뫼와의 만남을 계기로 마음의 눈으로 그림을 그리고, 양반이 아닌 서민의 삶을 담은 풍속화를 그리게 된 과정을 형상화한 수작이다. 안정감 있는 문체와 함축적인 대사 그리고 극적인 구성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고, 특히 영상을 보는 듯한 몇 장면의 절제된 묘사가 돋보인다.
「천지개벽 서당에서」 김홍도의 <서당> 그림을 배경으로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홍도가 다니는 서당엔 양반과 중인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한다. 그런데 종살이 살다 속량된 차돌이까지 같이 공부한다고 하자, 양반인 범호는 종과 함께 공부할 수 없다며 맹 훈장에게 차돌이를 쫓아낼 것을 요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맹 훈장은 금주령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관가로 잡혀간다. 서당 아이들은 함정에 빠진 맹 훈장을 돕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에서 맹 훈장의 깊은 뜻을 헤아린다.
「도깨비 놀음」 스물한 살의 젊은 김홍도는 <경현당 수작도>를 맡게 된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동료들과는 수작도를 함께 그릴 수 없다고 말해 원성을 사고, 그림 구걸을 하는 노파를 업신여기는 모습을 통해 당대 최고의 화원 김홍도의 오만함을 그린 작품이다. 천재 화가 김홍도의 오만함을 꺾은 건 도깨비에 홀려 밤마다 숲을 헤매는 소녀였다. 자신의 그림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행복을 줄 수 있음을 깨달은 김홍도의 내면의 성숙을 밀도 있게 그렸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현감이 되어, 연풍으로 간 김홍도는 그림을 그릴 때와는 또다른 벽에 부딪힌다. 양반들의 이기심 앞에서의 무기력함, 현감임에도 백성들의 삶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김홍도는 연풍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백성들의 따뜻한 정으로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소중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억울한 누명으로 파직을 당한 김홍도는 자신의 진짜 길은 그림을 그리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정든 연풍을 떠난다. 의금부로 향해 가던 길에 김홍도는 극적으로 사면되고 정조의 화성 행차 그림을 맡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 김홍도는 말년에 살림이 궁핍해지며 병까지 들어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아들 연록에게는 글공부를 하라고 다그치지만, 연록은 아버지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김홍도의 말년 명작 <추성부도(秋聲賦圖)>에 담긴 예술혼이 부자간의 따뜻한 사랑으로 그려져 있다.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려 완성된 작품이다. 박지숙 작가는 2003년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에 중편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뇌하며 ‘지독한 열병을 앓을 때, 구원처럼 김홍도가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김홍도와의 인연으로 중편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를 완성해 수상의 기쁨까지 안게 되었지만, 김홍도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애초 기획한 연작을 쉽사리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드디어 김홍도의 그림과 삶을 다룬 다섯 편의 연작을 책으로 묶어서 내게 되었으니, 그 동안 작가가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던 ‘김홍도’는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김홍도란 한 인간의 삶과 예술정신뿐만 아니라 인간이기에 보일 수밖에 없는 약하고 모순적인 모습 또한 그리고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에서 홍도 자신을 껍데기라고 업신여기던 광대 아이 들뫼, 「천지개벽 서당에서」에서 중인인 홍도가 자신의 신분처럼 우유부단한 반면, 노비지만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학동 차돌이,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에선 김홍도의 오만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거지 노파 등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김홍도 역시 우리들처럼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깨달음을 선사해 주고 있으며, 한 작품,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김홍도가 그린 <무동>, <서당>, <추성부도> 등의 그림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작가의 첫 작품집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구성의 긴밀함과 내용의 깊이 그리고 김홍도의 그림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룬 역사소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 또 하나의 팩션이 아닌, 혼이 담긴 진정한 역사소설! 김홍도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 소설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 2007)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제작되면서 극에 달했다. 팩션에 대한 열풍은 새로운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과 관객들에게 허구와 사실의 결합이라는 흥미로운 형식으로 다가와 그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놓인 것이 바로 ‘팩션’의 한계일 것이다. 팩션의 매력이 확실한 고증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더욱 크게 펼 수 있는 것이라면, 역시 같은 이유로 잘못된 역사를 전달하는 단점 역시 품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역사소설’은 어떠한가? 역사소설은 어떠한 꼴을 갖추어야 하고, 어떤 본질을 품고 있어야 할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각자 다르겠지만, 진정한 ‘역사소설’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역사’를 온전히 마주하고, 과거와 지금의 나를 넘나들며 탐색하고 반추하는 과정이 오롯이 작품 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 즉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상상력이란 이름 아래 작품을 역사 왜곡으로 이끌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박지숙 작가의 첫 연작 소설집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유행처럼 떠도는 또 하나의 팩션이 아닌, 혼이 담긴 진정한 역사소설이라 할 만하다.
▶ 주요 내용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으로, 어린 김홍도가 광대패의 떠돌이 무동 들뫼와의 만남을 계기로 마음의 눈으로 그림을 그리고, 양반이 아닌 서민의 삶을 담은 풍속화를 그리게 된 과정을 형상화한 수작이다. 안정감 있는 문체와 함축적인 대사 그리고 극적인 구성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고, 특히 영상을 보는 듯한 몇 장면의 절제된 묘사가 돋보인다.
「천지개벽 서당에서」 김홍도의 <서당> 그림을 배경으로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홍도가 다니는 서당엔 양반과 중인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한다. 그런데 종살이 살다 속량된 차돌이까지 같이 공부한다고 하자, 양반인 범호는 종과 함께 공부할 수 없다며 맹 훈장에게 차돌이를 쫓아낼 것을 요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맹 훈장은 금주령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관가로 잡혀간다. 서당 아이들은 함정에 빠진 맹 훈장을 돕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에서 맹 훈장의 깊은 뜻을 헤아린다.
「도깨비 놀음」 스물한 살의 젊은 김홍도는 <경현당 수작도>를 맡게 된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동료들과는 수작도를 함께 그릴 수 없다고 말해 원성을 사고, 그림 구걸을 하는 노파를 업신여기는 모습을 통해 당대 최고의 화원 김홍도의 오만함을 그린 작품이다. 천재 화가 김홍도의 오만함을 꺾은 건 도깨비에 홀려 밤마다 숲을 헤매는 소녀였다. 자신의 그림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행복을 줄 수 있음을 깨달은 김홍도의 내면의 성숙을 밀도 있게 그렸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현감이 되어, 연풍으로 간 김홍도는 그림을 그릴 때와는 또다른 벽에 부딪힌다. 양반들의 이기심 앞에서의 무기력함, 현감임에도 백성들의 삶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김홍도는 연풍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백성들의 따뜻한 정으로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소중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억울한 누명으로 파직을 당한 김홍도는 자신의 진짜 길은 그림을 그리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정든 연풍을 떠난다. 의금부로 향해 가던 길에 김홍도는 극적으로 사면되고 정조의 화성 행차 그림을 맡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 김홍도는 말년에 살림이 궁핍해지며 병까지 들어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아들 연록에게는 글공부를 하라고 다그치지만, 연록은 아버지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김홍도의 말년 명작 <추성부도(秋聲賦圖)>에 담긴 예술혼이 부자간의 따뜻한 사랑으로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