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불변의 진리이다. 인재를 키우고 선발하여 나라의 기둥이 되게 하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심혈을 기울여 왔던 일이다. 지난번 모 일간지에서 서울에 진학해 있는 전남·광주의 자녀들을 위해 운영 중인 남도학숙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너무나 부럽고 ‘왜 우리 경상남도는 할 수 없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서울로 진학한 자녀와 많은 학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들을 전라도의 남도학숙에서는 참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에 강원학사가 ‘강원의숙’이란 이름으로 관악구 신림동에 처음 문을 연 이후, 각 지자체에서도 도민의 마음을 한데 모아 1990년 경기도 장학관(도봉구 쌍문동), 1992년 전북 서울 장학숙(서초구 방배동), 충북학사(개포동서 당산동 확장 이전), 전라도·광주의 남도학숙(동작구 대방동)들이 1994년까지 설립을 마쳤고, 2001년 제주도가 탐라영재관(강서구 가양동)을 설립·운영 중이며 제천시, 전주시, 화성시 등 중·소 지자체에서도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용인원이 가장 큰 남도학숙은 총 810명, 지상 11층, 지하 3층(연면적 3만2521㎡) 규모의 현대식 건물이다. 경기장학관이 2만3154㎡이고, 연건평은 탐라영재관이 1만5508㎡라고 한다.
위의 각 도에서도 처음 설립 시에는 찬반 양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설립과 운영에 대해 모두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고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이는 지방의 인재도 키우기 어려운데 서울까지 뒷바라지할 여력이 어디 있느냐고 하고, 서울 좋은 일 시킨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인재는 키워야 하고 그 사람들이 나라의 인재로 쓰이는 일이니 굳이 지방과 서울을 따져야 할 일이 아니다. 그 재목들이 우리나라나 전 세계 인류에 좋은 일을 하는 자원이 되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남장학숙 설립은 꼭 추진이 되어야 할 일이다.
그동안 경남에서도 몇 번 장학숙 설립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각 지자체의 어려운 여건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예부터 선비정신이 투철한 학문의 고장인 경남에서 서울지역의 장학숙 설립을 늦추고 있는 것은 뭐라고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강원도는 34년 전에 시작한 일이요, 전라도는 17년 전, 제주도는 8년 전에 이룬 일이다.
각 지방의 장학숙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생애 처음 낯선 서울땅에서 선배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신감을 키우고 유리한 정보 교환, 끈끈한 형제애와 우정을 꽃피우며 애로점 등을 해결해 갈 때, 나고 자란 자기 도에 대한 자긍심과 고마움, 애향심이 저절로 가슴 깊이 새겨진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우리는 왜 그러한 생활의 장을 마련해 따뜻이 품어 주지 못하고 있는지 경남의 자녀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내 자녀는 이미 대학을 마쳤더라도, 내 자녀는 서울로 진학을 안 하니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자녀라도, 또는 손자대에라도 같은 동향의 돈독한 정으로 멘토가 되어 이끌어주고 발전시켜 향리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인재들을 키워갈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전북의 경우, 장차 지역사회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향토인재를 육성함은 물론 특히 고시를 준비하는 지역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고시원인 청운관을 2005년 12월에 추가로 건립, 운영해 청운관 및 서울장학숙 출신자 고시합격자는 현재 총 114명, 회계사 및 행정·입법고시 합격 등 전라북도 향토 우수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다른 장학숙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짐작된다. 물론 이런 합격 사실이 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도는 다 하는 일을 경남은 능력이 부족하여 못하는가? 다른 도에서 처음 시작하였듯이 성금 창구를 열고 기업체나 공무원, 직장인이나 각 가정에서 힘들더라도 다 같이 마음을 모아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금하고 경상남도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설립을 서둘러 운영해야 할 것이다. 어려움이 많이 있어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다.
하순희(시조시인)
Copyright ⓒ 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력 :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