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호소하는 것 중 비교적 많은 것이 '최근 들어 짜증과 분노가 늘었다.'이다. 지금까지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가족의 언동이나 태도에 화를 내기 시작하여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상황에 가족은 놀라고 허둥지둥하게 되지만, 치매환자가 화내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대개는 가족과 얼굴을 마주친 순간 갑자기 화를 내곤 한다.
그 분노의 정도에 차이가 있든 없든, 어쨌든 가족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지 멍하게 볼 뿐이다. 그러한 상황의 대처법을 생각해보자.
짜증, 분노의 이유
치매환자의 짜증의 표현은 기색이나 안색이 안 좋거나, 말이 거칠거나, 때로는 큰 소리로 위협을 가하거나이다. 심지어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성을 보이기도 한다. 화내는 이유를 설명하는 치매환자는 없지만, '왜 그러세요?'라는 물음에 답변하는 사람도 없다.
자기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노의 감정은 우리도 같다.
자기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며 화내는 이유를 찾아본다.
우선 자존심이 상했을 때, 즉,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 등에는 화가 나기 마련이다. 또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거나,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중요한 물건을 분실했을 때 등 많은 장면이 상상될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다소 표정이 변해도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성인으로서 '여기서 폭발하면 안 돼. 조그만 참자.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 등 자신의 감정을 억제를 한다. 때로는 그런 행위에 왜 자신이 참아야만 하는가 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경우 등도 있다.
치매환자가 짜증스러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이런 감정 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장래를 예측할 수 없거나, 적절한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상황에 적응이 안 되거나 등의 인지 기능 장애가 있다.
요컨대 그 상황의 분위기를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억제력의 결여의 예를 들면, 어린아이가 다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울며 떼쓰는 모습, 편의점의 과자를 먹고 싶어 큰 소리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다. 또한 어린이들끼리의 싸움도 감정이 이끄는 대로 상대를 매도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들도 억제력의 결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들에게도 있다. 감정이 폭발하면 자기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상황이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성인들도 감정의 억제력의 결여 상황을 경험하지만,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위에서 제시한 인지 기능의 장애에 의해 억제력이 결여되어 버리는 것이다. 특히 초기부터 중기까지의 치매환자에게 많이 보이곤 한다.
구체적인 분노의 이유
극 초기의 치매환자는 가족의 지적이나 실수가 늘어난 것, 예전 같으면 어렵지 않게 했던 일이 지금은 잘 안된다거나, 남이 이야기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면에서 느끼고 있다. 그럴 때 대개의 경우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 하여, 자기 자신의 위엄을 지키려고 한다. 즉, 늙어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그것을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거기서 꺼내는 수단이, 남의 탓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주변 사람이 어딘가로 치워버렸다, 혹은 가지고 갔다, 극단적으로는 도둑맞았다고 확신한다. 식사 준비나 집안일이 잘 되지 않게 되면 허리가 아픈 것이나 몸이 안 좋은 것이라 탓한다. 또는 '나는 청소를 했는데 남이 다시 흩트려 놨다.', '세탁기가 고장 나버렸다.'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의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알아들은 척하며 얼버무리지만 때로는 상대가 설명을 잘 못한다며 화를 내는 형편이다.
다른 사람의 탓을 하거나 변명을 해도 주위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반대로 본인의 잘못을 주위로부터 지적받으면 그 사람에게 공격성을 가지고 화를 내버린다. 이렇게 금방 들킬 변명이나 거짓말을 하고, 그 결과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져 화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최대한의 저항일 것이다.
'지갑이 없어졌다. 도둑맞았다.', '무시당했다.', '나 몰래 무언가 꾸미고 있다.' 등 타인에 대한 피해 의식이 머릿속에서 갑자기 생겨날 때도 있다. 거기에 어떠한 근거가 있는지, 그것을 알 여지는 없다. 그때 본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제공격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갑작스러운 화인 것이다. 분노의 상대는 본인의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다. 화내는 이유를 모르는 가족은 당연히 부정하며, 반박한다. 그렇게 반격을 하는 가족을 보며, 본인은 '역시 내 생각대로 쟤가 했어.'라고 점점 분노의 단계를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 기능의 저하에 의한 자신감 상실, 불안, 공포가 타인으로의 피해 의식으로 발전하여 도리어 그러한 감정이 '그러려나?'에서 '그럴 것임에 틀림없다.'라고 확신하게 되어 망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 망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으로의 선제공격으로 변하는 것이다.
분노의 대처
치매환자의 분노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대처법이 보여온다. 그것은 진실되지 않은 것에 싫은 것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지기기 위한 선제공격이다. 그것에 대해 가족들은 그것이 환자의 생각이라고 확신하여 부정하고 그러한 생각을 고쳐주려 하는데 필사적이 되는 것이다.
망상은 정정이 불가능한 잘못된 생각이므로 부정을 해도 정정을 해도 환자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즉 그에 대한 대처는 쓸모가 없으며 오히려 가족들이 기를 쓰고 부정하면 할수록 환자는 점점 더 흥분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가족들은 혼자의 분노의 이유를 알려고 하지 말고, 먼저 환자가 말하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즉, '왜 그러세요?' 나 '왜 화를 내세요?'등의 질문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그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고, 화를 내고 있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잘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에 오히려 발끈하여 도리어 분노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떠한 대처가 좋을지, 먼저 환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유심히 잘 들어보자.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이래와 같이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자.
환자: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
보호자: 제가 뭘 생각하고 있나요?
환자: 내가 속을 줄 알고?
보호자: 속는다니요?
환자: 뭐라고 하는 거니. 다 알고 있으면서.
보호자: 제가 뭘 알고 있나요?
환자: 됐어. 넌 항상 제멋대로야.
보호자: 그러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환자가 하고 있는 말을 그대로 환자에게 질문 형식으로 대답해 보자. 환자는 그 질문에 답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말한 것은 순간 기억에 남아 있다. 거기서 환자가 자신이 화나있는 이유를 되묻는 기회를 줌으로써 필시 자신도 대답도 않고 '됐어'라고 화를 멈추기도 한다. 항상 이렇게 잘 풀리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던 대화에서 화를 내고 있는 이유의 추궁이나 부정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분노의 이유의 하나로, 자신의 건망증이나 생각대로 되지 않아 안절부절하며 화내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화내는 이유를 생각했을 때, 대부분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답답함이나, 남이 자기의 뜻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무시당했을 때이다.
분노를 표출하는 치매환자의 마음속은 우리가 화를 낼 때와 같다. 오히려 치매환자는 항상 무언가에 겁을 먹고, 무언가에 낙담하며, 다수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치매 환자의 분노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치매라는 병과 자신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분노에 대한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환자의 불안, 공포, 타인에 대한 화나 실망 등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노의 대상은 어쩌다 보니 옆에 있던 우리에게 향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나 주변의 일들, 상상 속의 세계의 것들이다. 그런 고로 치매환자의 감정에 공감함으로써 우리가 분노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집필자의 조언
치매환자의 분노의 대상이 우리가 되어도, 그것은 편의상의 대상일 뿐이다. 다만 실제의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인지를 추궁해도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환자의 비난이나 원망이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내가 의심받고, 내 탓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여 필사적으로 부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칼럼에서 몇 번이나 말했듯, 그것은 환자의 화를 돋우기만 할 뿐, 화를 가라앉히는 수단이 되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자신의 욱하는 감정을 환자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화가 가득한 감정을 멈추고, 환자의 괴로움을 공감해줘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 때 환자의 분노가 거두어지고 우리의 화도 누그러지지 않을까.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매환자의 분노의 대처는, 화내지 않고,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화내는 이유를 묻지 않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저자: 이마이 코슈 (와코 병원 원장, 일본치매케어학회 전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