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되기
自然, 김경희
나는 그들이 모이면 일단 귀부터 막았다 보나마나 뻔한 학벌을 선두로 부모, 자식자랑이거나 가장 가까운 남편 흉을 보거나 저 백화점 명품이 세일을 한다거나 압구정동 음식점 이름을 적거나 내겐 필요 없는 상식들 투성이였다 때마다 귀퉁이에서 이방인처럼 그 입술들의 루즈가 무슨 무슨 색인지 그것만 살폈다 어느날 하염없이 하염없이 거리를 배회하다가 나를 과감히 버렸다 그들이 정상인이란 걸 알게 되었고 왜 그러는지 그래야만 하는지 도리어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은 참으로 많았다 닫힌건 귀가 아니었다 소음같던 그들의 노래가 현실이었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건 외로움 때문이었다 사람이기때문이었다 게다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되니 편안해졌다 치사량의 몰핀이 적당량 들어있었다 도무지 모무지 나도 외로워서 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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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외로웠던 김악시인을 위로하며 원문보기 글쓴이: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