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어------------------이창희 (94년 겨울 작)
한 사내가 뛰어든다
저 하늘의 푸른 가슴속으로
최고 팔십오도를 넘어선 경사진 설산에서
그는 한 마리의 겨울 순록이다
격렬한 그리움으로
슬프도록 푸른 하늘로 박차고 오를 때마다
한번도 발설한 적 없던
사내의 고독이 은빛으로 부서진다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꿔서 솟구쳐 오를 때마다
번쩍이는 장쾌한 웃음을 뿌리는 설산
싸움은 멀었다 직선으로 직선으로
한순간에 떨어져 내리려는
충동에 급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사내는 스키창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뜨거운 땀을 흘린다
자꾸만 직선을 고수하려는 스키의 자아를 박차며
급반전시킨다 떨어지려는 유혹의 굽이가 클수록
날아오르기를 자주 하는 사내는
지금 눈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홀로 가야할 사내의 처녀림
추락을 고집하는 저 큰 산의
의지를 허물고 있다
카페 게시글
##탄천의 시##
스키어(9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품)
다담
추천 1
조회 79
03.06.13 14:3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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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
페북에서 읽고 여기서 읽으니 새롭네요....
행복한 시간 이어가세요
감사합니다. 해오라기 님도 같으시길~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