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3개월 사랑하고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고 견디는 것이라.... 3개월 싸우고 30년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면 해 볼만한데... 미국에 오래 산 재미동포 의사가 있었다. 30년 넘게 백인 아내와 살고 있다. 모처럼 한국 나들이 온 부부는 영화 서편제를 본다. 영화가 끝나 곁에 있는 아내를 보니 눈물을 닦느라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영화 상영 내내 계속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다. 남편은 묻는다. 한국 판소리를 알리 없고 영어 자막도 없고 줄거리도 잘 모를 텐데 어떻게 그렇게 울었느냐고,
아내가 답한다. 물론 음악도 못 들어 본 것이고 이야기도 짐작으로 밖에는 모르겠더라.
당신의 눈물을 보며 처음엔 놀라고 당황했는데 천천히 내 가슴도 아파 오더라. 당신이 나중엔 흐느끼기 까지 하는 것을 보며 나도 따라 울게 됐단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라 한다. 자라온 환경도, 문화도, 말도, 피부 빛도 다른 남녀가 고락을 함께 하면서 서로 아주 조금식 닮아간단다. 생각하는 것, 좋아 하는 것, 말투, 얼굴까지 비슷해 진단다. 부부로 만나는 것. 왜 하필 나이고 당신인가. 그것은 우연인가 운명인가.
도꼬마리씨 하나 (임영조) 멀고 긴 산행길 어느덧 해도 저물어 이제 그만 돌아와 하루를 턴다
아찔한 벼랑을 지나 덤불 속 같은 세월에 할퀸 쓰라린 상흔과 기억을 턴다
그런데 가만! 이게 누구지?
아무리 털어도 떨어지지 않는 억센 가시손 하나 나의 남루한 바짓가랑이 한 자락
단단히 움켜쥐고 따라온 도꼬마리씨 하나 왜 하필 내게 붙어 왔을까?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예까지 따라온 여자 같은
어디에 그만 안녕 떼어놓지 못하고 이러구러 함께 온 도꼬마리씨 같은 아내여!,
내친 김에 그냥 갈 데까지 가보는 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빚이 있다면 할부금 갚듯 정주고 사는 거지 뭐.....
사람의 인연, 특히 부부 사이.... 어느날 산행길에서 문득 바지가랭이에 묻어온 도꼬마리씨 하나, 그것은 우연같지만 어쩌면 필연이고 숙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부부란 그렇게 우연인 듯 또는 필연처럼 한 평생 서로 떨어지지 않고 살아가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란다. 우연 같지만 필연이고 운명인 것이 부부라.... 왠지 오늘 이 단어가 부러워 진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문정희 의 남편이란 글이다. 남편과 아내란 단어도 오늘은 왠지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