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야구를 추구하려는 팀의 조건."
야구에서 공격과 수비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수비를 택한다.
공격력이 뛰어나고 수비도 좋은 선수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까지도 난 수비력이 우세한 선수를 중용한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쪽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는 야구는 팀웍으로 이뤄지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타격은 개인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수비는 철저히 팀웍으로 이뤄진다.
타격은 찬스에서 허무하게 물러나더라도 다음에 또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수비에서는 한번의 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상황을 불러 일으킨다.
수비에서의 실수는 동료선수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팀웍이 무너지고 게임이 재미가 없는 이유도 수비할 때 엉성한 플레이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전패를 당하더라도 수비조직이 좋은 팀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실점을 하지 않으면 기회는 매회마다 얻을 수 있다.
슬럼프가 두드러지는 공격력은 사실 크게 믿을 게 못된다.
현역 때 한가닥했던 선수출신들도 4타수 무안타, 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
투수가 아무리 약해도 수비가 좋은 팀은 대량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잘맞은 타구가 거의 야수정면으로 날아가는 것이 야구이기 때문이다.
수비에서의 화이팅이 강팀을 만들고 즐기는 야구도 가능하다.
요즘 [이기는 야구]보다는 [즐기는 야구]를 하자는 팀들이 많은데 실상을 살펴보면
거의 대다수가 즐기는 야구를 표방하기엔 거리가 있는 팀들이다.
"즐기는 야구"는 말 그대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비에서 헛점을 드러내는 팀이 과연 재미있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수비가 약한 팀은 결코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없다.
승리하는 것보다 패하는 경기가 훨씬 많은 이러한 팀은 대개
"우리는 즐기는 야구를 한다"라고 말한다.
즐기는 야구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팀이며 패배주의가 만들어낸 변명일 뿐이다.
유니폼을 입지 않고 흔히 말하는 동네야구에서는 그들만의 재미를 느낄 순 있겠지만 격식을 갖춘
사회인야구계에서 인정받는 팀이 되려면 자신들의 재미보단 상대팀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시 되야 한다.
수비가 허술한 팀은 상대팀에게도 승부욕을 자극시키지 못해 양팀 모두 좋은 경기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땅볼이든 플라이볼이든 어떠한 타구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게임초반부터 실책이 난무하는 팀은
상대팀으로하여금 경기할 의욕을 상실시키며 야구팀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야구팀으로서 "저 팀과 다시는 경기하기 싫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 더 수치스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출처 : 시나브로 사회인야구단 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