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주인공인 '강마에'나 '첼리비다케'같은 지휘자는 강한 카리스마로 스파르타식 연습을
강조하는 반면에 연습을 하면 할수록 본 공연은 엉망이 된다는 신조를 가진 '빌렘 멩겔베르크'같은
지휘자도 있었다.
예전 1940년대 후반부터 빈 필의 악장을 지냈던 바이올리니스트 바릴리는
자신이 겪었던 괴짜 지휘자의 일화를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명성높던 '빈 악우협회'의 무지크페어라인 홀에서 공연에 대비한 첫연습이 있었던 날이었다.
이번 공연의 메인곡은 다름아닌 베토벤의 제 5번 교향곡 <운명>이었다. 단원들은 모두 모여
연습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지휘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이 참으로
기상천외했다. 그 괴짜 지휘자 왈....
" 안녕하세요 여러분....다들 베토벤의 제 5번 교향곡은 잘 아시죠?...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럼 다 된 거 아닙니까?....준비하느라고 수고들 많았어요. 그럼 이만.... "
그러고 나서는 바로 뒤돌아서서 홀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단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얼굴만 멀거니 쳐다볼 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후의 공연은 대성공으로 끝났었다.
이 괴짜 지휘자가 바로 '한스 크나퍼츠부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