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싸귀비라는 말이 있죠.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진다.'
이 자본주의적 개념이 비단 돈의 흐름만 설명해주진 않습니다.
인간의 행복 역시 똑같이 흔싸귀비의 패턴을 따라가거든요.
행복도 흔하면 둔감해지고, 귀하면 소중해지는 법이니까요.
비움의 미학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진다.
인간의 감각 체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그게 반복되면 우리의 심신이 곧 거기에 적응을 하거든요.
New Normal
즉, 인간의 정신은 평소보다 행복한 상황이 지속되면,
그걸 계속해서 행복으로 인지하지 않고,
그 행복에 우리의 뇌를 적응시킴으로써 새로운 평균의 상태로 만들어버립니다.
가령,
과거의 내 평균 행복지수가 5였고,
최근 한달간 내 행복지수가 10이었다면,
나는 이 한달간 예전보다 2배의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어느새 10의 행복에 적응됨으로써
평균에 대한 기준치만 높아져 버리는 겁니다.
이젠 행복지수가 7-8이어도 딱히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고,
행복지수가 10을 초과해야지만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므로,
계속해서 갱신되는 New Normal 상태를 넘어서려고 갖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더 많은 돈을 쓰려고 하고, 더 큰 자극을 얻고자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려는 욕망을 꿈꾸게 되는 것이죠.
평균점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현상.
즉, 행복의 상향평준화.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돈도 쓸 만큼 쓰고 여러가지 색다른 경험들을 하게 되면,
예전만큼 쉽게 감흥이라는 걸 느끼기 힘들어집니다.
뭘 먹어도 어렸을 때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고,
아무리 여행을 좋아해도 예전만큼 크게 감흥이 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만큼 행복감을 많이 누리면서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행복에 대한 기준점이 이미 여러번 갱신되어,
어른들의 New Normal은 아이들의 Normal보다 훨씬 더 허들이 높아진 겁니다.
그렇다고해서 새로운 평균점을 계속해서 갱신해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흔싸귀비 :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진다.
인생노잼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심리학자들은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New Normal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New Normal을 낮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내하고 비우는 것을 뜻합니다.
달달한 아이스 바닐라라떼가 땡겨도 참고,
유튜브를 보며 팝콘과 과자를 먹고 싶어도 참고,
이번 휴가 때 해외 여행을 가고 싶어도 참고,
이제껏 내가 해왔던 모든 쾌감 추구 활동들을 잠시만 멈춰 보는 거예요.
즉, 도파민 디톡스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한달동안만 100년 전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다면,
우리의 New Normal은 확 그 기준점이 낮아질 겁니다.
통곡물, 잡곡류와 야채, 기본적인 고기 단백질만으로 이루어진 식사
등산이나 걷기, 달리기 등 자연에서의 활동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등등.
이렇게 쾌감 추구 활동들을 통제하면서 우리의 행복 평균점을 관리해 줄 수 있다면,
살면서 의외로 일상에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낄 일들이 많아집니다.
카페인을 멀리하다가 어느 날 문득 커피 생각이 나 아아를 한 잔 들이키면,
와 커피가 이렇게 맛있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건강한 식습관을 잘 유지하다가,
휴가 때 여행을 떠나 치팅 데이를 즐긴다면 어떨까요?
오랫만에 맛 본 달콤한 음식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더 배가시켜 주겠죠.
예전에는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섭취했던 커피나 디저트들이
New Normal을 낮춘 후에는 상대적으로 더 소중하고 행복한 체험들로 다가오게 돼요.
이 모든 과정이 내 삶에서 오히려 좋은 것들을 덜어내고 비워내야지만 가능해진다는 게 참 재밌는 아이러니죠.
행복에 요령이 있다면,
집을 떠나 독립한 자녀처럼 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가족도 가끔씩 봐야 더 소중함을 느끼듯이,
행복도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지는 것이 곧 인지상정이랍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읽어보니 느껴지는 게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지막 멘트 정말 좋네요
나비를 쫓으면 달아나지만
정원을 만들면 나비가 찾아온다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