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트럼프의 환경 정책이 지구를 금성처럼 만들 것"
입력 : 2017-07-04 09:56:04
수정 : 2017-07-04 11:33:34 글자작게글자크게
"인간이 생존하려면 지구 밖 우주로 나가야"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사진은 2014년 12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P=뉴시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75) 박사가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15년 12월 프랑스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새로운 기후체제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195개 나라가 지구 온난화를 지구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명했다.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아래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협정 당사국들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기로 뜻을 모았고, 자율적으로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이를 주기적으로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2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은 호킹 박사가 자사와 한 독점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때문에 지구가 뜨거운 별인 금성처럼 바뀌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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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는 지구 온난화의 현 주소가 '티핑포인트'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하다 아주 작은 원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듯이 파국에 이르는 '순간'을 말한다. 온난화가 진행 중인 지구가 어느 순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고 밝힌 호킹 박사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가리켜 '지구가 금성처럼 변하기 직전으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성은 태양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행성이다. 비너스 혹은 샛별로도 알려져 친숙하지만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별이다. 표면 온도는 온실가스 영향으로 납이 녹을 정도인 섭씨 500도에 이르고, 황산 비가 내린다. 온도가 너무 높은 탓에 모든 액체가 끓어 날아가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이 없다.
호킹 박사는 "기후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이지만 지금 행동한다면 막을 수는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의 증거를 부정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함으로써 우리의 아름다운 별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BBC는 인류가 환경 문제를 풀고 인간이 마주한 여러가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호킹 박사가 매우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유전자에 탐욕과 공격성이 담기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지적하며, "충돌이나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군사기술과 대량살상무기가 발전해 엄청난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킹 박사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우주에 있는 독립 식민지일 수 있다"며, 지구에서 벗어나는 것을 생존의 방법으로 제안했다.
한편 호킹 박사는 21살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54년 째인 지금까지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BBC는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가 가장 유명한 과학자라고 설명하며, 블랙홀과 우주 기원 이론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