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생선생님께서 평화도서관과 평화공원을 만들기 위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꽃씨를 심어요.>
권정생
우리 모두 가슴에 꽃씨를 심어요.
어머니, 아버지
우리들 가슴이 따뜻해지도록
흙 속에 해바라기 꽃씨를 심듯이
흙 속에 채송화 꽃씨를 심듯이
우리 모두 가슴에 꽃씨를 심어요.
메마른 흙에도
꽃씨를 심고 물을 주고 가꾸면
하늘은 따뜻하게 햇볕을 쬐어요.
산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피기 때문이어요.
나무가 자라기 때문이어요.
풀이 자라기 때문이어요.
아름다운 산에는
새들이 날아오지요.
토끼들이
노루들이 모여들지요.
우리 모두 산처럼 살아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한 송이 꽃이 되어
새들이 날아오도록
사슴과 노루들이 모여오도록
다람쥐도 토끼도 모여오도록
그래서 함께 살아요.
뻐꾸기 노래 소리
꾀꼬리 노래 소리
주죽주죽 산비둘기 소리
우리 가슴에 꽃이 없으면
한 그루 나무가 없으면
미움이 움터 자리 잡겠지요.
시기심이 자리 잡아 벋어나가겠지요.
새들은 모두 멀리 멀리 달아나겠지요.
사슴도 노루도 흩어져가겠지요.
모든 게 무서워지겠지요.
싸움이, 전쟁이 오겠지요.
죽음이, 약탈이 판을 치겠지요.
우리 모두 산처럼 살아요.
산이 아름다우면
강물도 깨끗해져요.
바다도 맑아져요.
하늘도 푸르러지고요.
햇빛이 더욱 빛날 테고요.
별빛이 더욱 반짝일 테고요.
깨끗해진 강물엔
고기들이 넘치게 헤엄치겠지요.
깊은 물속엔 잉어들이 살고
얕은 쪽으로는 피라미들이 살고
강기슭엔 새뱅이도 살고
분홍빛 여귀꽃이 피겠지요.
날개가 귀여운 실잠자리들이
포롱포롱 날아다니겠지요.
밤이면 반딧불이 훨훨 날고요.
여치들이, 베짱이들이 아름답게 울겠지요.
우리 모드 가슴에 꽃씨를 심어요.
한 그루 나무가 되어요.
한 송이 꽃이 되어요.
더 이상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가슴 아프고 싶지 않아요.
우리 모두 산처럼 살아요.
우리가 심은 꽃씨 하나가
꽃으로 피어나면
나무로 자라나면
새들이, 나비들이 날아오겠지요.
사슴들이, 노루들이 뛰어 놀겠지요.
미움은 사라지고
따뜻하게 사랑이 넘쳐나고
눈물은 사라지겠지요.
우리 모두 가슴에 꽃씨를 심어요.
우리 모두 산처럼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