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0월 20일 수요일 10시 30분에 우리 내외가 승영 부회장 부부, 재원 부회장 노경 부회장과 함께 평창의 용평 발왕산을 탐방하였다.
발왕산은 백두대간 태백산맥에 속하며 산의 높이는 1,458m로 주위에 황병산·박지산·두루봉·옥녀봉 등이 있다. 정상 일대에는 고산식물인 주목과 산철쭉이 자라고 있으며, 송이버섯·싸리버섯·국수버섯 등이 많이 자라며 횡계리 일대에는 고랭지농업과 목축업이 성황 중이다. 산 아래에는 한국 최대규모의 용평 스키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숙박시설을 비롯한 수영장·오락실·골프장·유스호스텔 등의 각종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북쪽으로는 영동고속도로가 동서로 가로질러있으며 서쪽에 발왕재가 있는 평창의 명산이다.
19일 오후부터 내린 비로 산행하기에는 몹시 추울 것이라 일행들에게 추위 대비 중무장하라고 했더니 모두 두툼한 한겨울 옷차림이었다.
용평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는 안정성과 속도감이 뛰어난 케빈에 6명이 2대에 나누어 탔다. 왕복 7.4Km 국내 최대 길이로 탑승장을 출발하여 발아래 펼쳐진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든 가을 발왕산과 정상 부근엔 더 넓게 상고대를 꽃피운 겨울 발왕산에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산 정상의 케이블카하차장까지 이르는 약 20분 동안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한 신선한 멋과 발아래 펼쳐지는 생경하고 신비한 자연의 정취를 느끼니 절로 감탄과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발왕산은 또 다른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산의 남쪽은 급경사이지만 북쪽의 일대는 경사가 완만하여 용평스키장과 각종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1999동계아시안게임과 4번의 월드컵 스키대회, 2007세계인터스키대회 등의 다양한 국제대회가 개최된 곳이다. 무엇보다도 강원도 땅 이곳 평창 용평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여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정상에는 평창군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상징탑인 ‘평창평화봉’을 세웠고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 안전 전망대와 숲길을 조성하였다. 평화와 치유의 산림자원인 천년 주목을 비롯한 수많은 나무를 보호하면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숲길은 탐방객의 건강증진과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크게 이바지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애초 정상은 추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멋진 가을 날씨다. 숲길을 함께 걸으며 그간 못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스스럼없이 2시간 남짓 서로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횡성 방향의 광활한 산세가 가슴을 휑하니 뚫어 속세에 찌든 오욕을 씻어 주는 듯하였고 동쪽으로 펼쳐진 대관령의 멋진 능선이 마음에 평화를 주었고 줄줄이 이어 선 풍력발전 풍차가 괴물같이 보이더니 그 너머 동해가 아스라이 눈에 들자 그 괴이함이 싹 가신다. 발아래 조그만 도암댐은 작은 찻잔 속 물 같았지만, 이 물이 강릉사람들의 식수원이라니 세상 인연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니 위대한 자연 앞에선 내가 겸손해질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러든 가슴을 치유하려 자연을 그리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은가보다. 발왕산 정상에 관광객이 쉴새 없이 밀려온다. 정오쯤에는 정상에 모여든 많은 사람이 각자의 스타일로 가을을 감상하고 있다.
봄은 소생의 계절이고 여름은 성장하는 계절이며 가을은 봄여름의 노력을 거두어들이는 결실의 계절이라 한다. 산과 들과 작은 개울에는 결실을 위한 햇볕과 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인심을 영양분 삼아 만물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이란 시계는 정확한 때를 영원토록 알려줄 것이다. 신축년 가을에 노연재원노경 조카들과의 하루가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삶을 위로해 주는 주목 숲, 탁 트인 시야를 채우는 멀리 줄지어 선 하얀 풍차, 평화롭게 능선들이 맞닿은 대관령 평원, 멀리 동해에서 부서지지만 들리지 않는 파도 소리, 밤새도록 뽀얀 안개로 꽃을 피운 상고대의 영롱함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2시간 남짓 발왕산 정기를 받고 하산할 시간이다. 언제나 여행에서 되돌아가는 길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금 이 끝냄이 새로운 시작인 것을! 진정한 휴식을 부회장님들과 하루 보냈다. 하산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승영부회장이 자기가 사는 땅에 찾아온 손님이라 점심 식사는 횡성 땅 ‘그래도 잘하는 집’에서 하기로 하고 방향을 평창에서 횡성 쪽으로 틀었다. 하루 참 행복했다. 모두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