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에는, 장수된 자가 갖추어야 할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지혜'이다.
"지혜'란 무엇일까. 중국 고전 속에서 이에 관해 언급한 몇 마디를 찾아보자.
'지혜로운 자는 아직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안다.'(전국책)
'지혜로운 자는 때를 놓치지 않는다.'(공자가어)
'지혜로운 자는 위험을 무형으로 피한다.'(사기)
요컨대 지혜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포함한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부연한다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 또는 정황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력을 말한다. 그리고 지혜는 바른 결단을 내리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며, 그것을 전쟁에 적용한다면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싸우는 경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지혜'의 발현 형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자.
(손빈병법)의 저자인 손빈은 제나라의 군사였다. 그는 제나라의 군사가 되기
전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제나라의 장군 전기의 식객으로 부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기는 내기를 즐겨 해서, 제나라 귀족의 자제들과 돈을 걸고 마차경기를
하곤 했다.
하루는 손빈이 마차경기를 구경하게 되었다. 서로 세 대의 마차를 준비한 다음 한
대씩 경기를 벌여 두 번 먼저 이기는 쪽이 상금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손비이 마차의
능력을 유심히 관찰하니, 누구의 마차이건 출전하는 마차들은 대체로 상.중.하 세 등급으로
능력을 구분할 수 있었는데, 같은 등급의 마차는 능력이 거의 같았다. 손빈은 한 가지
계교가 떠올라 전기에게 말했다.
"제 생각대로 하시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습니다."
전기는 손빈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귀족의 자제들 뿐 아니라 왕족을 상대로
천금을 거는 큰 승부를 벌였다.
"장군의 마차 중 가장 느린 놈을 상대방 마차 중 가장 빠른 놈과 겨루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쪽의 가장 빠른 놈을 상대방 마차 중 두 번째로 겨루게 하고, 이쪽에서 두 번째로 빠른
놈을 저쪽의 가장 느린 놈과 겨루게 하십시오.
그 결과 전기는, 첫판을 진 다음에 나머지 두 시합을 모두 이겨 큰 돈을 거머쥐게 되었다.
시시한 이야기라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머리를 써서 이겼다는 점에서 말한다면, 이것
이야말로 '지혜'를 써서 싸우는 기본적인 유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손빈의 뛰어난 지혜는 '계릉'의 싸움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계릉의 싸움'은, 위나라가
대군을 동원하여 조나라의 수도한단을 포위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일어났다. 조나라는 위군의
맹공에 견디지 못하고, 제나라에 구원을 청했다. 제나라는 즉시 전기를 총사령관, 손빈을
군사로 삼아 구원군을 보냈다.
처음에 전기는, 군대를 이끌고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구원하려고 했다. 이것은 어떤 지휘관
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작전으로, 힘으로 상대방의 포위망을 와해시키려는 방법이다. 이에
군사 손빈이 이견을 제시했다.
"엉킨 실타래를 풀 때엔 결코 마구 잡아당겨서는 안됩니다. 남의 싸움을 도와줄 때도 무턱
대고 싸움에 뛰어들어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의 허를 찔러야 만이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형세가 유리하게 풀리는 법입니다. 지금 위나라는 한단을 둘러싸는 데에 전군을 투입하여,
자국 내에는 노약한 병졸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기회에 위나라의 수도 대량으로 단숨에
쳐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조나라에 있는 위군은 한단을 포위했던 군사들을 풀어
급히 대량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한단을 구하는 동시에 위나라
군대를 피폐케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작전입니다."
전기가 이 작전을 실행에 옮기자, 손빈의 예상대로 위군은 한단을 포위했던 군사를 풀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모든 공격 준비를 끝낸 제나라 군대는 위군을 계릉에서 맞아 대승을 거두었다.
이는 한마디로, 작전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승리를 제군에게 안겨준 것은, 바로
손빈의 뛰어난 지혜였다.
만일 이때 제군이 직접 한단으로 진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적과 정면으로 맞부딛쳐
힘 대 힘의 대결을 벌였으리라. 그랬다면 승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승리를 했더라도
제군의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계릉의 싸움'을 지휘한 손빈은, 그야말로 뛰어난 지략가임에 틀림이 없다.
- 나 자신의 장점과 강한 점들만을 생각하고 겸손하고 냉정하지 않으면 때론 실패를 피해갈 수 없을
상황에 처하기로 할 것이다. 젊은 날엔 투지도 중요하고 자존심도 중요하고, 패기도 좋지만 한 번
쯤 지혜롭게 삶을 바로보고 대처하는 것도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