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물난리를 겪었던 대구시 북구 노곡동이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대구시와 북구청이 노곡동 침수 문제를 완전 해결했다고 밝힌 지 닷새 만에 물난리가 일어나자 주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3면에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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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노곡동 일대가 16일 오후 내린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돼 수십여채의 가옥과 차량 30여대가 침수됐다. 구조대원들이 구명 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있다. | | 15㎜ 안팎의 비가 45분간 내린 16일 오후 4시45분쯤 노곡동 금호강 주변은 1.7m 가량 침수됐고, 건물 62채와 주차 차량 30여대가 물에 잠겼다. 또 주민 4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으며 35명은 긴급대피해 화를 면했다. 구조된 44명 중 강모씨(여·70) 등 4명은 쇼크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나자 대구시와 북구청, 119구조대는 375명의 인력과 소방차 10여대, 굴착기 등을 동원해 고립된 주민들을 고지대로 대피시켰다.
이날 오후 7시20분쯤 물이 완전히 빠지자 주민들은 침수 차량을 도로 옆으로 옮기고, 물에 잠겼던 가재도구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비에 젖은 전선으로 인한 감전 우려때문에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복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시와 북구청은 침수 원인이 쓰레기 등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배수 펌프제진기 오작동 때문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사고 이후 제진기 2대를 복구하고 그동안 시험 가동을 해왔는데, 이날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화 북구청장은 "현 시스템으로 수재를 막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구청장으로서 할 말이 없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곡동 주민들은 이날 오후 8시쯤부터 동네 입구에 인간 바리케이드를 친 뒤, 자체 피해조사를 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주민 양모씨(42)는 "지난달 침수 사고 이후 북구청은 정확한 원인 조사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며 "자체적으로 피해현황 조사를 마친 뒤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얘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한달 사이 두차례에 걸쳐 침수 원인을 제공했던 노곡동 배수펌프장은 2003년 태풍 '매미'로 마을이 침수되자,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행정기관이 31억9천800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에 착공,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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