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둘둘 말아서 들고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일명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두루마리 디스플레이는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평판디스플레이시대(FPD)를 이어갈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특성 때문에 휴대가 간편하여 휴대폰은 물론 노트북 PC, MP3P, PDA, 전자책, 스마트카드, 리모컨, 입는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해리포터’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SF영화 속에서나 보아왔던 두루마리 디스플레이가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될 날도 멀지 않았다.
글·송현호 기자(arrias@hanmail.net)
디스플레이의 블루오션! 휘는 디스플레이
종이처럼 자유롭게 말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들이 필요할까? 일명 ‘휘는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LCD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액정을 싸고 있는 유리로 된 기판을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체하여 유리 기판을 사용하는 LCD나 OLED에 비해 얇고 가볍고 충격에도 강한 유연성 있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여 활용할 수 있어 거의 모든 IT 제품은 물론 생활용품에서도 널리 적용할 수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CRT, LCD, PDP, OLED 등 기존의 디스플레이와 달리 유연한 재료를 사용하여 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구부리거나 말아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E-ink 방식이 아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고분자분산형액정(PDLC)을 이용하여 전자종이를 만드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패널속의 흑백 입자를 배전시켜 정렬하는 원리를 이용한 E-ink의 경우 컬러나 동영상 구현이 쉽지 않지만, OLED는 유기물질인 EL(전자와 홀 2개가 결합하면서 발광)에서 나오는 발광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훨씬 유연하고 동영상 및 컬러 구현도 쉬운 장점이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수분과 산소에 민감하다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PDLC의 경우 유연성, 컬러, 동영상 등 기능면에서 OLED와 비슷한 성능이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보급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현재 각광받고 있는 LCD, PDP, 프로젝터 등 평판 디스플레이를 넘어서는 미래기술로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 블루오션 기술”이라고 말한다. 아이서플라이의 조사에 따르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5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오는 2013년에는 3억 3,8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08년에는 2,500만 달러, 2011년에는 1억 2,800만 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며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2억 400만 달러, 3억 3,800만 달러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초기단계시장이 내년부터 시작되어 오는 2010년쯤에는 실생활에 보다 밀접하게 다가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술개발 어디까지 왔나?
현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은 액정을 이용한 LCD, 유기발광물질을 이용한 OLED, 종이의 특성과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전자종이(E-PAPER) 등 3가지 형태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종이처럼 얇은 두께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OLED이다. OLED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휘도, 우수한 색 표현력으로 휴대폰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LCD나 PDP처럼 별도의 빛을 내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아 슬림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전자종이의 경우 종이에 가장 가까운 디스플레이로 종이처럼 읽기 편하고 동영상 구현을 위한 빠른 응답속도와 낮은 전력소모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태양 빛 아래에서 읽을 수 있는 뛰어난 시인성을 자랑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전자종이기술로는 Gyricon 디스플레이의 트위스트 볼 혹은 롤링 볼을 응용한 기술과 E-ink사의 마이크로캡슐을 이용한 전기영동방식기술, 캔트 디스플레이(Kent Display)의 콜레스테릭 액정을 이용한 기술, 브리지스톤의 QR-LPD(Quick Response Liquid Powder Display)를 이용한 기술 등이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구동방식은 크게 PM과 AM 방식으로 구분된다. AM방식은 디스플레이 구동에 필요한 스위칭 소자의 채널 물질에 따라서 a-Si, p-Si, 유기 박막트랜지스트(OTFT), 투명박막트랜지스터(Transparent TFT) 등으로 구분된다. AM방식의 스위칭 소자로는 AM poly-Si TFT, OTFT 등이 각광받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 투명한 산화물 계열의 박막을 채널로 사용하는 TTFT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휴대폰 등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소자로는 a-Si TFT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해상도가 올라갈 경우 패키징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Poly-Si TFT는 기존의 a-Si TFT에 비해 이동도가 100배 이상으로 패널주변에 구동에 필요한 구동회로를 집적 시킬 수 있어 시스템 온 패널(SOP) 구현이 가능하다. 또한 OTFT 기술도 성능 면에서 a-Si TFT와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어 다양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자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기존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구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표시부와 구동부, 스위칭부로 구성된 기존 디스플레이의 핵심부품 중 표시부와 스위칭부가 유연성(Flexibility)을 갖게 하는 것이 연구과제다. 표시부는 현재 유리 기판으로 사용하던 것을 플라스틱으로 바꿔 유연성을 확보하고 스위칭부는 현재 무기재료를 이용한 TFT를 유기반도체로 바꾼 OTFT(Organic Thin Film Transistor)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서경수 정보표시소자팀장은 “TFT LCD나 OLED를 이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본 개념은 플라스틱 기판에 OTFT로 회로를 구현하고, 유기물질을 넣는 방식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제로는 기존 TFT LCD의 구현방식인 아몰퍼스 방식이 300∼400℃의 고온에서 TFT를 형성할 때 플라스틱 기판이 녹는 단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연성을 갖는 OTFT를 상온에서 패터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관련전문가들을 지적한다.
한·일의 휘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경쟁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구동소자 재료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재료를 개발하는데 성공해 관심을 끌었다. 바로 동경공업대학의 호소노 히데오 교수팀이 개발한 In-Ga-Zn-O계의 비정질 산화물 반도체가 그것이다. 이 반도체 재료는 실온에서 대면적 플라스틱 기판에 용이하게 성막 할 수 있는 무기재료로 유기반도체에 비해 성능이 안정적이며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에 의한 미세가공도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액정 패널이나 OLED 패널은 구동용 트랜지스터로 비정질 실리콘(a-Si)이나 다결정 실리콘(p-Si)를 사용하지만 공정 온도가 30도 전후로 고온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기판 상에 직접 형성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공정온도를 낮추기 위해 유기 트랜지스터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열이나 물, 산소에 대해 불안정하거나,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에 의한 미세가공이 어려워 고성능 트랜지스터를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호소노 교수팀은 안정성이 뛰어나고 리소그래피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무기재료 개발에 주력한 결과 In-Ga-Zn-O계 비정질 산화물 재료를 사용한 트랜지스터를 플라스틱기판 상에 형성하여 양호한 포화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국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평판디스플레이분야와 달리 일본에 비해 뒤져 있는 실정이지만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대기업 연구소와 KETI, ETRI, 연세대학교 등 학계를 중심으로 관련 기초기술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대학교 이광희 교수팀과 아주대학교 이석현 교수팀은 순수하게 금속적 성질을 나타내면서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일명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인 셈이다. 연구팀은 최근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기안정화 분산기법(Self-stabilized Dispersion Polymerization)’이라는 독창적인 합성법을 이용하여,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고분자 물질은 높은 전기 전도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이 계통 물질에서는 이례적으로 세계 최초로 순수한 금속의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물질은 휘어짐이 가능하여 외부충격에 깨어지지 않는 전기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차후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태양전지를 이용한 휴대용 충전장치, 입는 디스플레이 등의 개발에 핵심요소기술로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플라스틱이 가지는 기계적인 우수성과 금속이 가지는 높은 전자 전달 능력을 동시에 지니므로 플라스틱 전극, 회로, 배터리를 포함하여 전기, 전자 소자 전반에 걸쳐 응용이 될 수 있다. 특히 휘어짐이 가능하여 외부충격에 깨어지지 않는 전기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플렉시블 태양전지(Flexible Solar Cells), 플렉시블 회로(Flexible Circuit) 등의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제품 있나?
지금까지 나온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FPD International 2005’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필립스사에서는 이미 5년 전에 필름소재를 써서 종이처럼 얇게 구현한 것으로 완벽하게 둘둘 말수 있으며 소모 전력도 낮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리디우스’를 선보인바 있다. 필립스의 앞선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LG.Philips LCD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는 최대 크기인 10.1인치의 전자책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의 휘는 LCD
미국 E-ink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책은 종이처럼 둘둘 말아서 들고 다니면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제품은 전원이 꺼져도 화면이 보존되고 화면이 바뀔 때만 전력이 필요해 전력소모를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Philips LCD측은 조만간 컬러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아모퍼스 실리콘(a-Si) 기술을 적용한 5인치와 7인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내놓으면서 한 단계 진보된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2~3년 후에 휴대폰, 노트북 PC에 적용 가능한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헬멧이나 안경처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입는 디스플레이와 목걸이용 액세서리 등 디스플레이 패션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중소기업인 소프트픽셀은 최근 360° 원통형으로 말수 있는 흑백 두루마리 LCD개발에 성공하면서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부지 1,670평, 연건평 920평 규모, 월 9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체제를 세계최초로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샤프도 삼성전자에 앞서 4인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을 완료한바 있으며 필립스도 5인치 제품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일본 아오모리사에서도 지난해 6인치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 제품은 LG.Philips LCD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크기였다. 엡손에서는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손목을 감쌀 수 있는 EPD(전기영동디스플레이)시계를 내놓았다. 이외에 도시바와 마쓰시타 LCD 부문 합작사인 TMD, 샤프, 소니, 듀폰 디스플레이, 엡손, E-ink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소재개발도 활발
시장선점을 위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소재개발이다. 이미 일본 업체들이 소재개발에 앞서 있지만 아이컴포넌트, SKC 등 국내업체들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생산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유기 TFT, 전극재료 등 소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리 대신 플라스틱 소재를 기판으로 사용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벽걸이 TV나 대형 디스플레이 보다는 생활용품이나 모바일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롤 방식의 대량 인쇄기술이 상용화되면 원가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인 ‘PES’를 생산하고 있는 아이컴포넌트는 스포츠용품, 시계 등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SKC는 올해 OLED 사업진출을 본격화하고 필름기술을 활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화학업체인 디피아이솔루션에서도 기존의 ITO 전극을 대체할 투명유기전극 개발에 성공하는 등 국산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 업체들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독일의 BASF는 한국과 대만 해외 업체들에 투자를 통해 소재 및 발광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소니와 히다치 등 일본 업체들을 비롯하여 필립스 등 유럽업체들도 이미 앞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되려면 관련 재료와 장비, 제조공정 등 전후방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다양한 디자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응용분야
소프트픽셀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전자책, 전자태그(RFID), 스마트카드, 벽면 디스플레이, 안경, 옷 등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전자잡지 등 전자책의 등장은 미디어의 새로운 혁명을 몰고 올 것이며 얇고 가볍고 구부러지는 전자태그가 모든 사물에 부착 된다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 카드시장은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스마트카드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똑똑한 카드를 말한다. 최근 신용카드업계에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스마트카드를 내놓으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자카드는 은행잔고, 금융정보, 포인트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카드에 활용된다면 교통카드를 사용할 때 단말기가 필요 없이 카드에 각종 정보들이 표시될 것이다. 특히 보안용 스마트카드, 일회용 패스카드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스마트카드에 표시된 디스플레이부에 임시 비밀번호가 뜨고 이를 입력해야 통과가 가능하다면 훌륭한 보안장치가 될 것이다. 실제로 기존의 유리 기판 LCD로는 0.8mm의 얇은 두께의 카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얇고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대세이다. 자동차에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활용된다. 뒷 자석에 달린 LCD가 깨지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고급 승용차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고 있다. 입는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웨어러블 컴퓨터’도 가능케 할 것이다. 현재 손목시계와 안경, 헬멧 등 에 적용되는 수준이지만 점퍼나 스커트 등 패션시장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접목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올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점치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입는다
미쓰비시의 입는 디스플레이
지난해 컴퓨터가 장착된 옷들이 등장하면서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가 열려 관련업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입는 컴퓨터가 가능하게 된 것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화 덕분이다. 입는 컴퓨터의 첫 단계는 머리에 쓰는 스타일인 ‘HMD(Head Mounted Display)’이다. 미국의 자이버넷에서는 손바닥 크기의 컴퓨터 본체를 허리에 차고 머리에 HMD를 이용해 출력하는 ‘모바일 어시스턴스 시리즈’를 내놓았다. 또한 필립스와 리바이스는 MP3와 휴대폰 이어폰을 내장한 재킷을 개발했다. 이 재킷은 무게 145g으로 가볍다. 독일의 인피니온 테크놀로지는 섬유 속에 컴퓨터 칩을 내장하는데 성공했으며 미국의 듀폰은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전자섬유까지 개발했다. 인피니언과 의류업체 로스너는 소매 단추를 누르면 음악도 듣고 옷깃 헤드셋으로 전화도 하는 재킷 MP3 블루를 출시하는 등 입는 컴퓨터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처럼 옷에 디지털기기를 부착하려면 부드럽게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수적이다. 옷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얇고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단순하게 종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서도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응용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총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