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괴산 갈은구곡 선국암(仙局嵒)에서 신선이 두었다는 바둑을 재연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시와 가락과 차와 바둑이 함께하는 우리 조상의 풍류가 느껴진다. 대국은 '영원한 국수' 김인과 '영원한 왕위' 유창혁이다.
신선을 만나러 간다!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흔적 선국암(仙局嵒)을 찾아 충북 괴산으로 간다!
옥녀봉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의 발길도 저 선국암에서 들려오는 자연을 담은 은은자적 대금소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범상치 않은 조선시대 복장으로 누구는 대금을 연주하며, 누구는 붓글씨를 쓰고, 누구는 차를 내려 마시며, 누구는 바둑을 두고 있고 또 그 옆에는 훈수꾼이 진지하게 바둑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19,20일 양일간 2015 괴산 선국암 바둑한마당 축제가 벌어졌다. '선비의 고장' 괴산군은 멋과 풍류가 있는 문화고장, 바둑고장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선국암 대회를 개최했다. 마침 괴산군에서 열리는 2015 괴산 세계유기농산업 엑스포축제(9/18~10.11) 기간 중이어서, 인구 4만의 소도시 괴산이 온종일 들썩였다.
선국암대회의 여러 이벤트 중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선국암 대국 퍼포먼스였다. 120년동안 간직해온 갈은구곡의 마지막 9곡 선국암에서 '영원한 국수' 김인와 '영원한 왕위' 유창혁이 한지로 만는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역사적인 선국암대국을 펼치는 광경이었다. 물론 승부를 가리는 것은 아니며 대략 50수 정도만 이벤트용으로 펼쳐졌다.
칠순을 넘긴 김인(72) 국수와 어느덧 50에 다다른 유창혁(49) 왕위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매치. 그러나 그들도 한복을 쳐려입은 선비로 바둑판을 마주 보고 앉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김인과 유창혁은 세속에서는 9합을 겨루었다. 유창혁과 김인은 4번을 넘겨주고 5번을 받았으니 피차 쌍벽이다. 역시 신선은 세속의 나이차는 의미없는 것일까. 그들이 20년만에 바둑판이 아닌 바둑암을 놓고 마주 앉았다.
▲ 두 신선과 구경꾼의 퍼포먼스는 50수 가까이 진행되었다. 좌측부터 조기식 충북바둑협회장, 김인, 백학송 괴산바둑협회장, 유창혁.
이 선국암 퍼포먼스는 바둑계 뿐 아니라 충북 지역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KBs MBC CJB 등이 총 동원되었으며 한 방송사는 헬리캠까지 동원하며 역사적인 퍼포먼스를 생생하게 중계 보도했다. 한편 바둑TV와 K-바둑 등 양대 바둑방송이 출동했고, 타이젬이 인터넷사이트로는 유일하게 전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이번 행사를 총괄기획한 괴산바둑협회 정순오 전무이사는 "괴산에 이렇게 훌륭한 바둑유물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선국암을 통해 우리가 즐기는 바둑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문화적 가치와 철학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으면 한다. 앞으로 선국암 정신을 계승하는 바둑예술제를 더욱 승화시겨 괴산을 떠올리면 선국암바둑한마당이 생각날 정도로 신명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선국암 퍼포먼스는 김인과 유창혁이 신선 역할을 했고 괴산군바둑협회 백학송 회장과 충북바둑협회 조기식 회장이 관전객 역할을 했다. 또 청주시립국악관단 수석단원 박노상 씨가 대금연주를 맡았고, 문화공간 '매설당' 대표 이진우 씨가 차 시연을 담당했다. 또한 시화엔 문화사랑방 징검돌 정순오 씨, 붓 사위엔 도암서예 돌담 박수훈 청주시 민예총 회장인 위천 이동원 씨가 맡았다.
선국암 퍼포먼스는 시와 바둑과 차와 가락이 함께 어우러진 괴산의 풍류, 아름다운 자연과 힐링을 선사했다.
즐거운 괴산바둑여행을 사진으로 만나본다.
▲ 고속도로를 달리다 괴산에 가까워지는 것은 멀리서 뿌연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 이 부근은 괴산수력발전소가 위치해있다. 수량이 적은 것으로 보아 이곳도 가뭄이 심한 듯하다. 왼쪽으로 난 좁은 1차선 길을 가야 한다. 편도 1차로인데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 인근 괴산호 전경. 좁은 길을 가다 뒷차의 통행에 방해가 될 지도 모르지만, 일단 내려서 정경을 담아보았다.
▲ 이제 다 와간다. 길에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반긴다.
▲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 10㎞정도 들어서면 갈은구곡 팻말이 보인다.
▲ 갈은구곡도 속리산의 끝 자락이고 한다. 그러나 선국암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높지 않았고 산길이 몹시 비좁은 것을 보아 등산객들의 방문도 그리 많지 않은 호적한 숲길이었다.
▲ 갈은구곡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멋진 풍경이 들어온다.
▲ 물속 피라미들이 훤히 보인다.
▲ 누군가가 친절하게도 '선국암 가는 길'이라는 리본을 매달아 놓았다.
▲ 2~3㎞남짓 계곡을 따라 거슬러 가면서 펼쳐지는 그림은 장관 그 자체.
▲ 선국암에 이르자 기자와 구면인 문화공간 '매설당' 이진우 대표가 이미 다기를 한껏 차려두고서 일행을 반긴다.
▲ '암국선' 이라는 한자가 음각되어있다.
▲ 玉女峰頭日欲斜(옥녀봉 산마루에 해가 저물어) 殘棋未了各歸家(바둑을 못 끝낸 채 집으로 돌아갔네) 明朝有意重來見(이튿날 날이 밝아 다시 와 보니) 黑白都爲石上花(흰 꽃 검은 꽃이 돌 위에 피어 있네)
▲ 행사를 기획한 청산 정순오(오른족 아래)씨가 신선대국 퍼포먼스에 임하는 조기식, 김인, 백학송, 유창혁 등에게 선국암의 내력과 새겨진 한자의 풀이 등을 설명하고 있다.
▲ 9곡 선국암(仙局岩).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뜻으로, 바둑판 네 귀퉁이에는 '四老同庚(사노동경)'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네 명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 중원대학교 이상주 교수는 "선국암에서 바둑을 둔 4명은 고등룡 신치우 김재희 전덕호 등 4명으로 추측된다. 이중 전덕호는 갈은구곡을 명명하고 선국암에 글을 새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전덕호는 1844년 괴산읍 대덕리 사람으로 정3품 벼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