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그만 울어!!!!!"
기분 풀어주려고 노력하던 달님이 끝내는 화가 나서 소리친다. 한껏 울고 나서는 조금 속이 후련해졌는지 안정을 되찾는 듯 보이는 별님. 속상함에 별님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다가가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워 집으로 향하는 달님. 터덜터덜 걷기 시작한지 10여분이 지났다. 택시를 잡으려 하던 달님을 말리며 걷자고 하던 별님. 잔뜩 먹고, 한껏 울어 젖히더니 지쳐 보이는 별님의 옆에 서서 나란히 걷는 전달님. 한편 해외에서 열심히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잠시 쉬는 틈이 생긴 Sweet.B멤버들. 스케줄에 쫓겨 움직이다 보니 지친것도 있겠지만, 유난히 힘이 없어 보이는 준성의 곁으로 다가가는 윤준. 어깨동무를 하면서 슬쩍 조용한 곳으로 준성을 데리고 간다.
"괜찮겠어?"
"뭐가... 우리 이렇게 혹사당하며 스케줄 하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닌데."
"네 맘. 괜찮냐는 말이야."
"그래도 리더는 리더네. 괜찮으면 사람이겠냐."
"한국에 한번 갔다 올래?"
"나... 갔다 안돌아 올수도 있는데?!"
"네가 그럴 놈 아니란 건 내가 더 잘 아니까. 매니저 형한테는 내가 말해 볼 테니까... 어때? 생각 있어?"
침묵에 긍정을 보이듯 말을 아끼는 준성. 급하게 치러버린 듯한 둘의 이별이 마음에 내내 걸렸던 윤준. 매니저에게 다가가서 여차저차 설명을 늘어놓고, 허락을 얻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준성을 향해 허락을 얻어낸 듯 OK사인을 보내는 윤준. 문득 든 생각에 매니저에게 다가가 HeeRa의 티켓도 같이 예매해 달라 부탁하는 준성.
"그냥 조용히 혼자 다녀오지 왜. 괜히 또 배수정 개입되면 일만 꼬일 텐데."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알았죠? 두 장!"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나란히 돌아온 HeeRa와 우준성을 향한 적잖은 카메라 플래시 빛들. 둘 덕에 오랜만에 며칠 해외에서 여행 삼아 휴일을 보내게 된 멤버들은 잔뜩 들뜨고, 신이 난 상태. 조용히 고개를 틀어 HeeRa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우준성.
'팔짱끼고, 웃어.'
같은 시각 별님의 집. 오전부터 수업이 있어서 학교를 간 달님. 한가로이 집안 청소를 하면서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털어내듯 닦고, 또 닦고를 반복하는 별님. 한참을 그렇게 청소를 하다가 오래전 HeeRa를 통해 전해 받은 테이프를 발견한다. 꺼내들고 고민을 하듯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별님은 오히려 보는 게 마음정리에 쉽겠다 싶어 기기를 연결하고, 재생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차마 누르지 못하고 있는 별님. 혹시라도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 담긴 영상이면 어쩌나, 아닐 거라고 믿었었지만 그런 영상이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감당이 안 될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며 힘들게 재생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서 익숙한 어딘가로 향하는 준성. HeeRa도 전혀 모르는 곳은 아닌 듯 조금 긴장돼 보이는 모습이다. 택시가 정차하고, 함께 내리는 준성과 HeeRa.
"가서 사실대로 다 말하고, 용서 빌어."
"........."
"지금이라도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아니. 해... 한다고."
깊게 숨을 한번 들이 마셨다 내쉬면서 잔뜩 긴장된 얼굴로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HeeRa. 떨리는 마음으로 리모컨을 가슴에 대고 꼭 쥔 채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별님. 분위기 있는 호텔방안 모습이 보이고, 익숙한 얼굴 준성이 보인다. 생각했던, 걱정했던 내용과는 달리 자신을 위해 찍어두었던 테이프였단 사실에 괜스레 준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별님. 믿었어야 했는데, 잠시나마 의심하고 긴장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미안함에... 예쁘기만 했던 준성의 마음을 뒤늦게 알아버린 후회. 감정이 복잡해지는 듯 눈시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띵. 동]
찾아올 사람이 없는 시간에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이 있는 곳으로 일어나 다가가는 별님. 익숙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 엄습해 오는 낯익은 얼굴을 비추고 있는 인터폰 화면. HeeRa가 조금 긴장한 듯 보이는 모습으로 렌즈를 응시하는 듯 보인다. 화면으로 누구인지 확인했지만, 습관적으로 뱉어지는 말.
"누구세요?"
"......."
"누구.....?!!"
대답이 없는 현관문 밖을 확인하기 위해 별님이 문을 열어 보이고, 꼿꼿이 서 있는 HeeRa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다. 영문을 모르는 별님은 멍하니 HeeRa를 보고서서 어쩐 일이냐는 말도 생각해낼 겨를 없이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오는 HeeRa. 황당한 표정의 별님이 HeeRa의 뒤를 따라 현관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온다. 천연덕스럽게 이곳저곳을 훑는 듯 하더니 별님을 보고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식으로 서 있는 HeeRa.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아니, 왜 온 거죠? 그쪽이 원하는 대로 우리 이미 헤어진 거 몰라요?"
"손님이 왔는데. 뭐 마실 거라도 주구 얘기를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뭐요?"
"너무 야박하게 나온다 진짜. 내가 여기 온건."
HeeRa가 말을 이어하려는 찰나, Replay되서 영상이 재생되고 익숙한 준성의 목소리가 화면을 통해 흘러나온다. 당황한 듯 당장 리모컨을 들고 TV전원을 꺼버리는 별님. HeeRa는 그런 모습을 애써 못본 척 해주면서 테이블이 있는 거실에 자리를 하고 앉는다.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둘 사이에 과일과 주스가 놓여있고, 냉랭해 보이는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
"미안해요."
"네?!!"
"미안... 하다고요."
자존심을 굽히고 사과의 말을 불쑥 내뱉는 HeeRa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의 별님.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는 HeeRa의 다음 말을 기다려 준다. 괜한 과일만 입속으로 씹어 삼키면서 기다리는 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