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 TV 취재파일 4321 DJ 차영민 출연 ( 2013 . 1 . 4 )
취재기자 : 박 에스더 기자
LP, 삶의 여백을 만들다! (박에스더)
한때 사라졌던 LP판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식 음악이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잡음없이 깨끗하게, 전 음역대를 소화하는 디지털 음원보다, 녹음할 때의 잡음까지 들어가고 또 만들 때마다 소리가 달라지는 아날로그 LP판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친근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 게다가 나만의 것을 갖는다는 소장의 즐거움까지. LP 부활 현상을 통해, 완벽하지만 인위적인 디지털 시대에 허술하지만 인간적인 아날로그로부터 삶의 빈 공간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엿본다. 또한 소비의 관점에서도 그냥 유용하게 사용하면 된다는 실용성을 넘어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지만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 물건에 대한 새로운 소비 심리 또한 짚어주고자 한다.
방영 2013 년 1 월 13 일 밤 10 시 30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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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굉장히 오랜만에 만져보네요." "이게 1950년대 말 초반이예요." 차영민 : "옛 생각이 나네요. 아들이랑 같이 듣고 싶어요." 높이 솟은 DJ 박스 안에 퍼머머리를 길게 늘 ......
<녹취> 차영민 : "옛 생각이 나네요. 아들이랑 같이 듣고 싶어요."
높이 솟은 DJ 박스 안에 퍼머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DJ.
벽면에는 빼곡한 LP음반들,
알록달록한 조명, 푹신한 소파 의자.
1970년대 음악다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인터뷰> 우경구 : "옛날 추억도 많이 생각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갔던 음악다방 생각도 나고..."
예나 지금이나 LP음악다방에는 꼭 디제이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LP, DJ가 신청곡을 받아, 직접 음반을 찾고.
한 곡 한 곡 턴테이블에 갈아끼워줘야 음악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욱환 : "기다렸다 나만을 위한 노래 나오면 CD/MP3에서 원할 때 즉시즉시 들을 때보다 훨씬 기쁨이 배가돼요."
<인터뷰> 차영민 : "(어떻게 다 정리하세요?)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죠. 근데 중요한 게 그 판에 무슨 노래가 들었는지를 알아야 해요.
<인터뷰> "선배들 노트 밤새 베껴서 가수, 노래에 대해 공부하고 그랬죠."
사연을 읽고 손님들의 흥을 돋우는 일도 DJ의 몫입니다.
<녹취> "(디제이 오빠 너무 감사해요) 네, 고맙습니다. (오빠는 아닌 것 같은데...)"
몸을 움직여 이뤄지는 아날로그식 소통.
바로 이 시간, 이 공간 안의 사람들에게만 공유되는 LP의 음악은 처음 본 사람들 사이에도 쉽게 친밀감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독특한 매력을 가진 LP까페가 최근 다시 생겨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주점식 LP바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 LP시대의 추억도 없고 디지털 음악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LP음악은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소영(대학원생) : "CD는 귀를 찌르고 답답했는데, LP는 되게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져요.
<인터뷰> 이수철(가명/공무원) : "따뜻한 느낌, 포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일반 MP3로 들었을 때는 못 느끼는 그런 것들..."
가끔씩 판도 튀고, 지지직 소음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LP음악.
그래서 흐트러지고 싶은 주말 밤 술자리에 더욱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용산의 한 중고 LP 전문상가,
김원식 사장은 4년전 회현동에서 이 곳으로 가게를 확장해 옮겼습니다.
1990년대초 CD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뒤, LP판매가 급감해 한때 가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원식 : "그만둘까도 생각해봤어요. 왜냐면 판매가 되지 않으니까 그러던 찰나에 서서히 뭔가 느낌이 오기 시작했어요. LP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왜? 이게 자연스러운 그런 음이기 때문에..."
10년, 20년씩 발길을 끊었던 옛단골들이 최근 다시 LP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노병현(직장인) : "(한동안 CD를 들으신 거죠?) 예,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내거다 그런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CD가. 그렇게 많이 모으고 음이 좋고 그래도 안들더라고요, 그래서 불과 2,3년 전부터 턴테이블을 새로 사고, 그래서 듣는데, 아, 역시 LP가 내거구나."
외국에서 LP생산이 지속돼오고 있긴 하지만,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음반들이 많기 때문에, LP는 오래된 것들이 오히려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종건(음악인) : "오래되었다기보다 오리지널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러니까 원래의 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들 그러니까 이미 지금 60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음반, 그런 의미에서 30년, 40년, 50년, 60년이 된 음반들을 듣는 것 같아요."
그 오래된 음반들에는 음악만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큼지막한 자켓에서는 그 시절의 역사도 읽혀집니다.
컴퓨터 앞에서 10초면 다운받을 음악들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뒤져서 고르고, 하나씩 들어봅니다.
빠르고 편리하기보다 느리고 불편했기에 모든 게 더 소중했던 옛시절에 대한 향수가 돋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