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장인님! 인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긇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계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3년 하고 꼬바기 일곱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을 모른다.
일을 좀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고만 벙벙하고 만다.
ㅡ김유정의 봄.봄에서
1935년 조광지 12월호에 발표한 농촌소설 봄봄
김유정은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유명한 봄.봄은 동백꽃과 함께 단편소설중 으뜸이다.
30편의 단편집은 시골 마을 사랆들의 각 가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묶어져 있다.]
정겨운 이름 점순이와 주인공의 티격태격 연애담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점순이는 16살이다. 주인공은 26세ㅡ. 데릴사위 격인 나는 마름(소작의 총책)인 장인(실제 이름이 김종필)
자기 딸 점순이의 결혼을 자꾸 미루면서 일만 시킨다.
3년 7개월을 새경도 주지 않고 나를 머슴으로 부린다.
로맨스 소설ㅡ.점순이는 당돌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다. 점순이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표현을 반대로 한다.
남녀간의 물오른 사랑을 주최하지 못하고 애꿎은 수탉만 괴롭히는데 그걸 주인공은 알지 못한다.
ㅡ일만 할테야? 결혼 안 시켜준다고 하면 장인 수염을 확 뜯어놓지ㅡ
그러나 막상 장인과 주인공이 대판 싸우면 점순이가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했는데 웬걸 ㅋㅋ.
말괄량이 점순이, 역시 여자가 사춘기는 빨리 오나보다. 순진무구하다. 봄이 오는길목에서 뿅가게 주인공을 껴안고 딩굴 며
죽은 닭은 걱정말라고 달래지 않았던가! 하나가 된 점순이와 봄날 꽃이 된다.
사투리가 정겹다. 지금도 김유정마을 이웃 정족리에서도 꾸준히 이런 방언을 쓰고 있어 귀에 익다.
춘천 사투리를 찾아보았다.
1) 짜장-과연, 정말로
2)애벌논 -애벌로 맨 논,처음 맨 논
3)갈-갈대, 갈잎의 준말
4)고대-지금 막
5)말(마을)-이웃에 놀러 가는 일
6)되우-아주 몹시, 되게 된통
7)쉼-수염의 방언
8)츰-처음
(8/20 德田 이응철)
첫댓글 애벌이란 말은 들어보았는데 짜장이란 말이 과연 정말로 라는 뜻으로 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