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다리를 ‘버렸다’
뱀의 진화에 대한 힌트는 도마뱀의
일종인 장지뱀, 지렁이 도마뱀을 통해 얻을 수 있다. 2011년 5월 19일자 네이처에는 독일 메셀 화석 유적지에서 뱀의 조상으로
보이는 도마뱀 화석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지층은
47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지층이다. 물론
신생대는 이미 도마뱀과 뱀이 갈라진 뒤다. 그러나 도마뱀처럼 생긴 장지뱀과 뱀처럼 생긴 지렁이 도마뱀의
화석 연구를 통해 뱀의 진화 경로를 살필 수 있다.
독일 메셀화석지에서 발견된 뱀
조상 화석. 몸집에 비해 작은 다리가 특징이다. 오른쪽은
골격을 바탕으로 그린 복원도.
지렁이 도마뱀은 땅 속에 사는
도마뱀의 일종이다. 뱀처럼 긴 몸을 가졌으며, 다리가 심하게
퇴화되어 얼핏 보면 뱀처럼 보인다. 땅 속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에 다리가 불필요해졌다. 땅속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퇴화한 기관은 다리만이 아니다. 귓구멍은
흙이 들어가기 때문에 없어졌으며 햇빛을 막기 위한 눈꺼풀도 없어졌다. 도마뱀이지만 현재 뱀의 특징적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장지뱀은 뱀이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도마뱀의 일종으로, 중생대 말인 백악기에 등장했으며 비늘이 뱀과 매우 흡사하다. 메셀 화석 유적지에서 발견한 화석은 바로 장지뱀과 지렁이 도마뱀을 합친 형태였다.
전체 몸길이가 7cm 정도 되는 이 도마뱀은 현재
파충류보다 더 두꺼운 형태의 두개골을 가졌다. 또 지렁이 도마뱀처럼 바깥귀가 닫혀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앞다리와 뒷다리가 몸통에 비해 작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요하네스뮐러 독일 함부르크훔볼트대 박사는 이를 다리가 퇴화하는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