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육효 책이다.
육효점을 칠 때 18변법變法으로 하면 나올 수 있는 괘는 4096가지가 되지만
이 책은 주역과 마찬가지로 384효사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이용하려면 18변법으로 괘를 내지 말고 3변법으로만 해야 한다.
동효가 하나만 나오는 3변법으로 괘를 내서 그 효사를 찾아보면 된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책은 학문적인 논리를 초월하는 책이며
도계 박재완 선생님만이 쓸 수 있는 384효사가 이 책의 주옥珠玉이다.
강위석씨는 정전역해의 발문에서
" …… 점은 최초단계인 괘의 선택과정이 확률론적 신비이고
최후단계인 구체화와 해석단계가 역시 신비이다.
퇴계退溪선생께서 운명하던 날 아침 스스로 얻은 괘가 지산겸地山謙 괘였다.
이 괘에는 군자유종君子有終이라는 괘사가 들어있다.
퇴계는 이 괘를 보고 자기가 죽을 날임을 판단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반듯이 누워 단정하게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가 그 날 地山謙괘를 뽑았다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君子有終을 꼭 죽을 날로 해석하였다는 것도 신비이다. ……"
나는 이 발문에서 영감을 얻어 육효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발문으로서는 정말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되는 글이다.
강위석씨와 함께 차를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중앙일보 논설고문이시던 강위석씨에게 위의 발문을 언급하며
"제가 고문님이 정전역해 발문에서 제기하신 의문에 대하여
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 보았습니다."
며 말씀을 올린 적이 있었다.
"퇴계 선생은 소인이 아니고 군자이십니다.
군자란 불교용어로 말하면 초견성初見性 이상을 하신 분을 유교에서 그렇게 표현합니다.
견성을 하면 스스로의 命도 알게 되며
남(소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경지가 됩니다.
퇴계 선생은 학문적 업적으로 보거나 도계道界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바에 의하거나
그 분이 군자라는 사실을 의심할 일은 아니라고 보며
그러한 분이 괘를 내었으니 당연히 정확할 것이고
또한 스스로가 군자이니 군자유종君子有終은 자연히
자신이 이 세상을 마친다고 해석하였다고 생각됩니다."
노석 유충엽 선생님에 의하면 도계 박재완 선생님께서는 초씨역림을 거의 암기하셨다고 한다.
초씨역림을 펼치지 않더라도 4096괘사가 언제든지 암송으로 나왔다고 한다.
박재완 선생님의 자제분에게 직접 들은 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계 선생님이 어떤 책을 하도 많이 보아서
책 옆부분이 거의 누더기로 닳아 없어졌다고 한다.
아드님이 밤 12시에 도계 선생님 방에 들어가니 여전히 그 책을 보시기에 여쭙기를
"아버님은 언제나 그 책을 보시던데 아직도 다 못 보셨나요?"
"내가 이 책을 백 번도 더 읽어서 외우다시피 하느니라."
"그런데 왜 자꾸 보세요?"
"저자(著者)와 토론을 하고 있다"
위의 책은 초씨역림이다. 박재완 선생님은 매일 아침 육효를 하셨다고 한다.
초씨역림은 수십년을 계속해서 보고 또 보셨으며
그런 후에 쓰신 책이 정전역해이다.
선화하시기 1년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최후의 저서이기도 하다.
이미지에 올린 설명대로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대단히 성대하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전역해는 도계 선생님의 서적 중에서 가장 심오한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384효에 대한 효사는 학문적인 논리를 초월하는 구절임을 경험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상담할 때 사주를 대정수로 계산하여 그 사람의 평생 운을 정전역해의 구절로 읽어주면 경탄한 사람들이 많았다.
書라기 보다 經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정전역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