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아! “눌러 눌러” 귀신 생각 나는가 ]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마치 서바이벌게임을 방불케 한다.
이제 남은 인원은 서넛 아니면 둘, 어쩜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눌러, 눌러”
누구에겐가 급박하게 “눌러 눌러”를 외치는 걸 보면 아직까지 승부가 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이 정도의 끈기면 쇠귀신도 지쳐 네발 들고 달아나지 않을까 싶다.
밤새도록 이어진 “눌러 눌러!” “눌러 눌러!! ~~ ~~”
아직도 그 소리가 이명처럼 남아 귓가를 맴돌고 있다.
고음불가는 기본이고 저음마저 목이 잠겨 가사 전달 없이 그저 웅얼웅얼 거릴 뿐인
귀신도 알아들을 수 없는 도무지 헷갈리는 그 만의 독특한 노래 세계,
세상에 있는 모든 노래를 몽땅 한 옥타브로 편곡을 해 굴곡 없이 나름대로 소화를 해낸다.
악보를 무시한, 고저장단의 뚜렷한 차이 없이 독경을 하듯 지루하게 이어지는 소리,
때로 음을 잡았다 싶어 들어 누운 채 마음속으로 따라 해보지만
물먹은 진흙더미처럼 이내 푹 꺼져 버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헛심을 켜게 하는 “눌러 눌러” 귀신의 노래 아닌 노래.
묵묵히 듣고 있자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노래가 아니라 소음공해로 둔갑을 해 버린다.
문밖에 서있는 탐스러우리만큼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앵두가 잠을 설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앵두 같은 입술이라지만 정작 입이 없는 앵두한테 입을 달아주면 뭐라고 할까?
생각은 굴뚝같지만 입이 없어 말을 않는 앵두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이라도 하듯
부엉이인 듯한 산새가 이따금씩 “그만 하라” 명령하듯,
때론 “아자씨~ 잠 좀 자자고요”라고 사정하듯
검은 산 속 어디에선가 울부짖는 소리가 “눌러 눌러” 귀신의 노래 사이로 간간이 들려 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뚝심 쇠귀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위의 누구와도 타협할 맘이 없다.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고, “눌러 눌러” 귀신의 입안에는 오로지 노래만이 목구멍 가득 차 오르고 있을 뿐이다.
여름날 하루를 울기 위해 굼벵이 몸으로 수년동안 흙더미 속에서 간난신고를 겪은 끝에 날아 오른 말매미 같다.
내일은 없다. 오직 오늘 이 시간이 마지막이다. 일분 일초도 아깝다 “눌러 눌러” 오늘 부르지 못하면 끝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급기야 매미에서 하루살이로 변해 가는 우리의 “눌러 눌러” 귀신.
하나 둘 자리를 뜬 친구들이 잠을 청하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을 굴려 보지만 잠이 올 리 만무하다.
방에 들어 있는 친구들은 과연 잠을 자고는 있을까 의문이다.
아마도 다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 형상 일 것이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를 한다. 제발 이번 곡이 마지막 곡이길 제발 제발~~
죄진 것도 없는데 마치 법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똑딱똑딱 1초~ 2초~ 가슴을 조리며, 숨까지 죽여 보지만
짧은 적막을 깨고 대청호펜션에 울려 퍼지는 전주가 간절한 꿈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눌러 눌러” 그리고 또 “눌러 눌러” 또~ 또~ 또~ 반복의 연속이다.
저 놈의 노래방 기계는 고장도 안나나.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눌러 눌러” 소리가 귓속을 파고 들 때마다
가슴속으로 쿵소리를 내며 한숨으로 만들어진 돌덩이가 가라앉는다.
어느새 가슴 안에는 그렇게 내려 앉은 돌덩이들로 그득 그득하다.
못 말린다 아무도 못 말린다.
아무래도 “눌러 눌러” 귀신은 오늘 밤,
아니 아침해가 뜰 때까지 노래부르리라 단단히 작정을 한 모양이다.
오~ 대청호 신이시여 노래에 빠진 “눌러 눌러” 귀신의 대책 없는 저 용감무쌍한 자아도취를 어찌하오리까?
막을 수 없다면 바라건대 노래나 제대로, 제음으로나 부르게 인도 해 주소서.
신이시여~ 진정 날이 새기를 기다리는 길밖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겁니까 네에~
오 마이 갓! 졌다. 내가졌다. 우리가 졌다. 결국 “눌러 눌러” 귀신이 지쳐 나가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포기하고 멀거니 천장을 바라보며 뜬눈으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데
어디에선가 참다 못한 여전사가 불쑥 나타났다. 오우~ 구세주여~ 여전사가 코드를 빼 버렸다.
시간이 정지한 듯 펜션 안이 순식간에 적막강산으로 바뀐다.
멀쑥해진 “눌러 눌러” 귀신!! 그러나 그것도 잠깐
“눌러 눌러” 귀신의 아쉬워하는 푸념 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이어진다.
“5분만 있으면 날새” 어떻게든 다시 노래를 부르려고,
왜 노래를 해야 하는지 합리화내지 정당화시키려고 여러모로 애를 쓴다.
그러나 만인을 대신한 우리의 여전사가 한 번 뺀 코드는 다시 끼워지지 않았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눌러 눌러” 귀신은 그제서야 시장기가 도는지
“배고프다” “먹을 거 없나” “저녁도 안 먹었다” “잘 데가 있어야 자지” 라는 말을 끝으로
“눌러 눌러” 귀신의 길고 긴 소리가 잦아 들었다.
이미 밝아오기 시작한 새벽을 어찌 돌려 놓으랴
“눌러 눌러” 귀신의 소리가 잠잠해짐과 동시에 먼동이 터온다.
환하게 날이 새는데 눌러 눌러 귀신아 넌 어디에 있니?
어디에 숨어 자고 있니? 그래 잠은 좀 잤니? 목은 괜찮고......
그렇게 친구들 잠 한숨 못 자게 만들어 놓고는
차 막히면 졸려서 안 된다며 아침 일찍 훌쩍 떠나 버린 “눌러 눌러” 친구야.
다른 사람은 뭐어 잠이나 잔 줄 아니 앙~
눌러눌러 친구야! 그 날의 풍경 기억 하겠지.
근데 지긋지긋하던 “눌러 눌러” 소리가 이젠 또 듣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중독이 됐나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눌러 눌러”를 비롯한 친구들이 은근히 그리워지는 구나.
이렇듯 돌아서는 순간 보고 싶어지는 게 초딩 동창의 매력이겠지.
촛불처럼 자기 몸을 태워 온 밤을 밝히고 깨워준 “눌러 눌러” 친구에게,
밤새도록 목이 터져라 펜션을 뒤흔들며 힘껏 놀아 준 “눌러 눌러” 친구에게 대청호 펜션 MVP를 주고 싶다.
친구야 수고했다. 내년에도 “눌러 눌러” 귀신의 리싸이틀을 보고싶구나.
근데 노래 연습은 좀 해야겠더라. 그럼 친구들이 더 즐거워 할텐데... 큭~
웃자고 그날의 풍경을 스케치 해봤다.
“눌러눌러” 친구 덕에 희노애락 중 애만 빼고 골고루 맛봤다. 냠냠냠~~ 따봉!
이사회 동창들아 즐거운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넘넘 행복했다.
다음에 만날 때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친구들아 파이팅!
현지에서 물심양면으로 애써준 친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친구들아 대근하지 욕봤다.
고맙고 또 고맙다.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