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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이라.....
30년도 전에 힘들게 올랐던 기억만 있는 치악산의 사다리병창.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 가파르고 긴 돌 바위길 능선길, 산악부 여자 동기들 히프를 힘차게 밀어 올려 주며, 여기는 나중에 여자 친구와 데이트산행 겸 스킨쉽(?)하러 와야지 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느 덧 치악산 입구. 버스에서 내려 한 참을 걸어 올랐던 진입로를 지금은 차를 타고 들어간다. 도로 가 계곡옆으로는 자동차 도로와 분리하여 나무 데크 탐방로가 나 있다. 계곡 가, 찻길 옆으로 가끔은 금강송 숲 중간을 곧게 지르는 탐방로. 근데 왜 탐방로를 직선으로 만들었을까?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낸 흔적도 있고....조금 힘들더라도 나무 사이사이를 감아 들게 탐방로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 나무도 보호하고 길도 더 재미있었을 텐데.... 좋은 길 걸어가면서도 뭔가 아쉽다.
구룡사는 2003년엔가 불에 타 다시 복원을 했다고 한다. 신라 천년의 역사가 있는 절이였다는데.... 10년 세월의 복원도 아직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닌지 여기저기 공사의 흔적이 곳곳에 조금씩 남아 있다. 단청의 색도 생경하고 탑과 보살상 등 석조물과 새로 지은 듯한 건축물들의 배치가 어수선하게 보인다. 고즈녁한 옛 산사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아마도 화재의 영향이겠지.
세렴 폭포아래까지의 길은 잘 정비되어 평탄하고 좋다. 전날 비가 많이 왔나 보다. 비의 흔적이 계곡과 산길에 역력하다. 불어난 구룡소의 물은 진한 녹색으로 맑고 투명하다. 산이 깊고 계곡이 깊어서 비 온 뒤에도 계곡 물은 깨끗하기만 하다.
세렴폭포
세렴폭포를 지나 바로 사다리 병창 길로 들어선다. 함께 산행을 한 삼각산님과 왜 산길 이름이 사다리병창일까? 이런 저런 추측을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급경사 계단길을 헉헉대며 오른다. 나중에 내려오면 알았지만 능선의 좁은 바위 길이 길 가의 소나무 숲과 어울어지며 마치 사다리 같은 형상을 하고 있고, 또 이지역 사투리로 '병창'이라는 말이 벼랑을 뜻하여 사다리 형상을 한 바위 벼랑 -' 사다리 병창' 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악악~!' 비명을 지르는 다리 근육들의 아우성을 못 들은척 계단 옆 양쪽의 난간을 겨우겨우 붙잡고 3시간 만에 정상에 오른다. 바위가 많은 산에 '악'자가 붙지만 치악산의 '악'자에는 다른 의미의 '악'이 하나 더 담겨진 것을 실감한다.
휘유~! 정상이다. 근래에 이렇게 다리가 빡신 산행을 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날은 구름이 어정쩡...근사한 조망은 못 보여 주었지만 그래도 1200미터가 넘는 고산 정상이다.
치악산 정상에는 3개의 돌로 쌓은 탑이 있다. 탑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을 보니 미륵불탑이란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일에는 모두 사연이 있는 법이다.
간만에 빡센 산행후, 조망이 탁 터진 정상에서 이 세상에서 두번 다시 할 수 없는 근사한 점심을 하고는 올라가는 길 만큼 경사 심한 계곡길로 내려 간다.
올라갈 때 3시간, 내려올 때 두시간 10여분, 점심 먹고 시원한 계곡에서 탁족에 등목에 놀며 내려 오니 12km 왕복 산행에 7시간 반이 걸렸다. 치악산 정상고도가 1288m라는데 휴대폰 앺에 기록된 최고 고도가 1290m로 나오니 꽤나 정확하다. 근데 최저 고도가 35m란다. 배터리를 갈아 껴서 에러가 생겼다 보다.
아무리 좋은 첨단 기기라도 결국 배터리가 없으면 꽝이다. 우리는 이것 저것 현대의 뭔가가 많이 있어서 옛날보다 훨씬 살기는 좋아졌지만 대신 작은 뭔가가 하나 없으면 한 순간에 송두리째 망가져 버리는 위태위태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왜 내 기억에는 치악산 비로봉이 '시루봉'으로 남아 있을까? 정상부가 떡시루처럼 생겼다고 해서 시루봉으로 불렀다는 기억이 선명한데.....
======================================================= 2013년 9월 7일 북경 산우회 서울지부 회원들과 함께 한 치악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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