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을 뜯는다.
이제는 쑥이 너무자라 가위로 쑹덩쑹덩 자른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온천지가 뿌였지만 좋은날을 기다리다간 쑥이 자꾸만 자라고있으니 때를 놓칠거같아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에 의지하고서 오늘 꼭해치워야 하는 일인마냥 시작했다.
어린 쑥일때는 멸치 다시물에 된장을 풀고 들깨가루를 넣어 국을끓여먹었다.
지금처럼 좀많이 자랐을때는 방아간에 가져가 쑥인절미를만든다 .
긴겨울을 지겨워지겨워 하며 봄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마른풀들 사이로 흙을비집고 살째기 올라온 어린쑥을 발견하면 반가워서 어여뻐라 하며 하나하나소중하게 캐내어서 쑥국을 끓인다.
너무조금이라 무를 채썰어넣어 양을부풀려 겨우 두그릇을 끓여내어 남편과 보약처럼먹는다.
겨울이 아직 물러가지않은 이른봄 양지쪽에 조금씩 보이는어린쑥을캘때는 산골생활이 주는 축복인거같다.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오기전에도 매년 봄이되면 대구근교로 나가 쑥을 뜯곤했다.
주중엔 시간을 낼수없었던 관계로 주말에만 시간을 내어 들판에 나가 어린쑥을 캐어오면 쑥향기가 너무좋아 그다음 주에 또나가면 그한주사이에 훌쩍자라 쌉싸름한 맛이 강해져서 지난주의 그맛은 사라져있곤했다.
지금도 온천지에 쑥이자라그야말로 쑥밭이돼있다.
어저께도 대구에서 친구두명이 와서 8키로남짓을 뜯어갔는데도 어찌나빨리 자라는지 그야말로 쑥쑥자라있다.
쑥떡을 양껏만들어 냉동실에쟁여두고 일년내내 아침식사로 먹고 출출할때 간식으로도 먹는다.
남편은 떡을 좋아해 뗙보영감 이라 해도 이의를달지않는다.
산악회에서 봄산행을 할때 쑥이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행들을 앞서서 뛰어가 스쳐 지나갈때까지 쑥을뜯다가 저만치 멀어지면 또 앞서서 뛰어가 쑥을 뜯곤 했다.
일행중 한명이 ``언니 고마 5천원어치사라 ,, 하고 외쳐며지나간다.
사먹을줄 을 몰라서 뜯고있었을까?
나는 내가어떤 부류인지를 나이가 40대후반부를 지날때부터 알게된거같다 .
바느질이나 일상의 먹거리들을 직접만들고 길러내고 채취하는데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는 부류 말이다.
잘가꿔놓은 공원을 거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정원을 내손으로 내맘대로 가꾸고 싶은 맘도 크다.
자연다큐프로나 동물이나오는프로를 즐겨보곤했는데 설거지를 하다가도 언뜻 동물이 나오는 화면이 보이는 듯하면 하던일 중단하고 티비 앞에 앉곤했다 .
가족들이 채널을 돌리다가 그런 프로가 나오면 내기분 맞춰주고싶을땐 와서 보라고 불러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나한테 들키기전에 얼른 돌려버리곤 한다.
내가 그프로를 보겠다고 우겨대기전에 후딱 딴데로 돌려버리는거다.
내가 원해서하는 노동은 힘이들어도 즐겁다.
반복작업을해야하는노동은 금방 몸이아파오기 때문에 수입을 위한 노동은 감히 엄두를 못낸다.
한친구는어떤일이든지 직접하는일은 너무싫단다.
쑥을뜯는일은 당연히 싫고 가족과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도 어쩔수 없으니 하는거고 친구들과 쇼핑하고 수다떨며 노는게 제일 좋다고 한다.
젊은시절을 그렇게보냈더니 이제 나이가들어 남편 돈벌이가줄어드니 우울증이생겼다 .
지난시절 놀며살아온게 후회는 되지만 여전히 일은 하고싶지않고 미래는 두렵고 그러니 우울증이 낫지를 않고있다.
대책이없어도 아무일도 하기 싫은건 무슨 부류라고 해야하나...
나는 젊은 시절에도 수다떨고 놀면서 하루를 보낸날은 잠자리에 들때 하루를 무의미하게 허비한기분이들곤했다.
수익창출을 할수없을 때는 뜨게질을 하거나 재봉틀로 남편이 체육대회후에 받아온 티셔츠를 잘라 딸아이 원피스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쑥을뜯어 쑥떡만드는일이끝나면 곧이어 딸기 보리수 앵두 블루베리 오디가 익어간다.
딸기 블루베리 오디 는 냉동실에 생으로 쟁여뒀다가 여름내내 갈아먹기도하고 요플레에 넣어먹고.
보리수와 앵두는 씨 를 제거해야하기 때문에 끓여서 씨를 걸러내어 잼을 만들어 냉동실에 쟁여 둔다.
가을에 어름이 익으면 역시 씨 를 걸러내어 보리수와 앵두 잼을 녹여 같이 섞어주면 신맛이 강했던 보리수와 앵두가 단맛이 강한 어름이 합쳐져서 설탕을 첨가하지않아도 새콤달콤 맛난잼이 된다.
일년내내 야채와 계란을 곁들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면 반찬 걱정없는 일용식이된다.
자급자족하여 건강한먹거리를 직접장만 하는데서 만족감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
방아간에서 쑥떡을 찾아와 참외농사 하는 친구에게도 갖다쥤다.
친구도 그남편도 내쑥뗙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는 말을 들으니기분이 좋아 자꾸 갖다주고 싶어진다.
친구는 참외농사를 크게짓느라 쑥을 뜯을 여유가 없다.
내쑥떡은 민들레 찔레 엉겅퀴 등등여러 나물들을 같이넣어 떡을만드니 쌉싸레한 맛이 어울려 깊은맛이나는가보다.
참외를 두박스나 넘치도록 담아준다.
시골와서 그림그리며 알게된 친구인데 어려운집안에 시집을와 참외농사지으며 억척스레 일을해 집안을 일으켰단다 .
힘든노동일을 마다않고 묵묵히해내는모습을보면 대단해보이고 존경심을 느낀다.
일하기싫은사람 억척인사람 참으로비교가 된다.
나는지금 노는것도 돈벌이도 아닌 그저 내가좋아서 하는일을 즐겁게한다.
쑥을뜯어 쑥떡을만들어 쟁여뒀다가 가족들먹이는것도즐겁고 주고싶은사람에게 선물로주면 좋아라하는 모습을보는것도즐겁다.
오늘 하루가 후딱지나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