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전철로 귀가하는 중, 조용한 객실에 갑자기 누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승객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혹시나 상대편에게 비말이 튀지 않을까 침묵하고 앉아있던 손님들은 누가 이런 분위기에도 장사행위를 하느냐는 듯 못마땅한 모습들입니다. 처음엔 소음발생의 원인자가 장사치인줄 알았는데 점점가까이 다가오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중년을 넘어선 듯한 남자가 조그만 배낭을 하나 짊어지고,
“달걀귀신, 부엌귀신, 요강귀신, 봉당귀신, 불교귀신 --- 등등 읊어대며 각종귀신을 나열하고 소리를 지르며 승객들이 않아 있는 좌석 좌우로 왔다갔다 서성이며 외쳐 댑니다.
용기 있는 한 승객이 벌떡 일어나 “여기서 나가요!” 야단을 칩니다. 그러자 이 남자는 더 큰소리로 집안에 있는 귀신을 나열합니다. 뒷간귀신, 벽장귀신 - - -. 화가 난 승객이 더 큰 소리로 “여기서 나가란 말이요!” 역정을 내니, 그가 “예수 믿으란 말이요!” 하고 대꾸합니다. 화가 더욱 치민 승객이 더 큰 소리로 “당신이나 잘 믿고 여기서 나가란 말이요!”소리치며 수차례 야단을 치니, 그제야 슬금슬금 옆 객실로 달아납니다.
다른 객실에 가서도 그 행위를 계속한 모양이고 마침내 차장에게까지 연락이 간 모양입니다. 방송실에서 긴급방송이 송출됩니다.
“객실에서 종교행위를 하는 분은 나가 주세요! 객실에서 종교행위를 하는 분은 빨리 나가주세요!” 방송을 듣고 있던 승객들 모두가 그 안내방송에 동의하는 눈빛입니다.
『광신주의의 본질은 타인을 왠지 억지로라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에 있습니다. 이웃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고 싶거나, 배우자의 행실을 고쳐주고 싶거나, 자식을 관리감독하고 싶거나 형제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다는, 요컨대 타인을 존재하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게 광신주의의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 - - ‘나는 당신의 영혼을 구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다 더 나은 인간으로 개과천선시켜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원죄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과실로부터, 흡연으로부터, 당신의 신앙으로부터, 혹은 당신의 무교로부터 구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식습관을 개선해주고 싶고 음주벽이나 투표 습관을 바르게 치료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너무나, 너무나 염려하고 있습니다.’ - - - 빈 라덴과 그 일당이 단지 서구를 미워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에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도리어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해주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이나 저를 무서운 가치관으로부터, 물질주의로부터, 다원주의로부터, 민주주의로부터, 언론의 자유로부터, 여성해방으로부터 구원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 모든 경우를 이슬람 원리주의자에게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들은 그런 것들이 정말로 여러분의 건강에 너무나, 너무나 나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모스 오즈. 광신자 치유, 세종서적. 2017.06.30.-
요즈음 미래학자들의 수많은 저서들이 서점마다 진열대를 겨루듯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할 것이고, 그로인해 지금까지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날 것이며 대면집회(문화)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랍니다. 당연히 교회집회(예배)도 예외가 될 수 없겠지요. 가뜩이나 예배활동이 어려운 때에 광신자들까지 나서 천박한 전도행위로 교회의 쇠퇴를 가속화 시키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변화하는 시대정신에 맞는 신학과 성경교재의 개발이 시급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내 옆에 앉은 분이 벌떡 일어나 당신도 목사이고 똑같은 사람 아니오! 하며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불안감과 부끄러움이 엄습해옵니다.

2001년 9.11. 광신자 빈라덴에 의한, 뉴욕 무역센터 테러사건의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