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교회상식 속풀이>에서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사제의 인사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이번 <교회상식 속풀이>에서는 이에 대한 화답인 “또한 사제와 함께”를 살펴보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사제의 인사에 신자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로 응답합니다. 이 역시 일종의 축복을 기원하는 인사법입니다. 물론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동일한 표현을 우리는 이를 신약성경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서간에서 “주님께서 그대의 영과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2티모 4,22)라는 축복으로 편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축복은 사도 바오로의 다른 서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갈라 6,18),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필리 4,23)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대 교회에서는 이런 성경적 의미를 인용, 전례에 이 인사를 도입했습니다. 브라가 공의회(563년)에서 이 인사법이 처음으로 채택되었고, 이후 6세기 또는 7세기에 편찬된 <겔라시아누스 성사집>(Sacramentarium Gelasianum)에 등장하였습니다. 현재에는 미사 중에 4차례 이 인사를 전하지만, 당시에는 8차례 등장했습니다. 즉 미사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복음을 읽기 전에, 본기도 때, 예물 봉헌 때, 감사송 때, 성찬례 후에, 그리고 마지막 축복 때 이 인사를 전했습니다. 당시 미사는 오늘날과 달리 사제가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집전했기에, 8차례 가운데 4차례는 신자들을 향해 사제가 몸을 돌려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차례는 신자들이 아닌 제대를 향한 상태에서 인사를 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한 가지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사제의 인사에 신자들이 화답하는 “또한 사제와 함께”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현재 봉헌하고 있는 미사 경문의 원본격인 <라틴어 미사경본>을 자세히
▲ 겔리시아누스 성사집 들여다 보면, 우리가 현재 하는 응답과 조금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제와 함께”로 번역한 라틴어 원문은 “Et cum spiritu tuo”입니다. 정확히 번역하자면 “그리고 당신(사제)의 영혼에도 함께”가 됩니다. 이를 우리 어법에 맞게 의미를 살려 고친다면 ‘사제의 영혼에도 주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전례문헌을 자국어로 번역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준을 두고 있을까요? 우리는 그 기준을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2001년에 반포한 훈령 <진정한 전례>(Liturgiam Authentica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전례>에서는 모든 전례서를 자국어로 번역함에 있어서 교황청에서 새로 번역한 <대중 라틴말 성경>(Nova Vulgata Editio)를 준거로 삼도록 했습니다(24항). 또한 고대로부터 이어온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되 모국어의 특성을 살려 ‘직역’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56항). 더불어 같은 항에서 오늘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Et cum spiritu tuo)를 예로 들며 번역의 충실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표준판 영어 미사 경문을 개정하면서 기존의 번역이었던 “And also be with you”(또한 사제와 함께)를 이 원칙에 충실하게 “And with your spirit”(그리고 사제의 영혼에도 함께)로 재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제와 함께”와 “사제 영혼에도 함께”의 실제적, 의미적 차이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에서는 이 인사가 주님께서 전례를 거행하는 공동체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제28항). 그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입니다.
▲ 교황청 경신성사성 훈령 <진정한 전례> 전례에 있어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전례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
고
,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장소로서의 전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