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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욕구와 희망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50 Pages 글>
사람들은 포르쉐라는 전설의 한 부분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할리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와 반항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01. 성공에 취하면 망한다
02. 내일의 히트작, 공식이 없다
03. ‘확 깨는’ 아이디어에 답이 있다.
04. 담벼락 너머를 유혹한다
05. 하품은 조직의 적신호다
06. 완벽해질 시간이 없다
07. 극도로 짜릿해야 반응한다
08. 최적화보다 꿈을 원한다
Be Unique.진짜 승부는 평범함을 넘어설 때 비로소 시작된다.
시장은 완전히 변했다.
그런대로 괜찮은 상품은 실패한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아이디어는 나쁘다. 대체 가능한 인재는 백 퍼센트 대체된다. 당신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당신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완전히 제멋대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당신은 대체되지 않을 유니크함을 가지고 있는가?
01. 성공에 취하면 망한다
성실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직? 양심? 겸손? 환상적인 덕목이기는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유능함? 농담하는가? 능력은 기본이다. ‘더’ 나은 능력? 남들보다 ‘더’ 잘하고 매일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태도는 훌륭하다. 다만 “더 잘하자!”는 주문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보장이 없을 뿐이다. 매일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정신차려라, 개선은 기본이다! 개선은 세계적인 경쟁에 들어서기 위한 입장권에 불과하다. 개선을 통한 발전은 ‘경기장 안에서 뛰어도 좋다’는 허락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개선은 평범하다. 진짜 승부는 평범함을 넘어설 때 비로소 시작된다. 남들과 달라지는 그 지점! 무엇인가 다르게 하라. 뭔가 특별하게. 그래서 유니크하라. 이것이 성공의 비밀이자 ‘유일한’ 비밀이다.
어제처럼만 하면 내일은 완전히 망한다.
그러나 성공은 위험하다. 성공은 사람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안주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낸 보도자료를 스스로 믿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에 최소한의 무관심만 의무적으로 보인다. ‘뭐 하러 살펴? 내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데.’ 게다가 옆에는 자신의 우월한 힘으로 영원히 지휘할 수 있는 충성스러운 부대도 있다.
>>>> 어제의 성공보다 더 위험한 적은 없다.
도요타의 회장 와타나베는 “자만심과 자기 만족은 모든 대기업의 병폐”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성공적이다’라는 말을 경영학 사전에서 지워야 한다. 성공적인 기업? 그런 건 없다. 과거에 내린 의사결정이 미래에 대한 더 좋은(혹은 더 나쁜) 기회를 열어준 기업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잠복기 바이러스를 보유한 상태와 마찬가지다. 겉은 여전히 좋아 보이지만 그의 장기들은 이미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대부분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개시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방면에서는 정치가들을 따라올 자가 없다. 그들은 경기가 좋을 때는 느긋하게 권좌에 앉아만 있다가 모두가 위기라고 아우성을 칠 때에야 비로소 약간의 변화를 시도한다. 간신히 경기가 회생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더라도, 이미 다양한 이해세력이 모든 것을 쓸모 없게 만들어버린 후에야 말이다. 어차피 그들이야 적절한 시기에 고위직에서 물러나 회고록을 쓰고 컨설턴트나 계약 강사가 되어 고귀한 국가지도자 행세를 하면서 큰돈을 벌면 그만이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워런 베니스는 “성공한 기업이라도 과거와 똑 같은 식으로 행동하면 미래에는 완전히 망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한다. 독일 경제 기적의 상징이었던 그룬디히를 살펴보자. 2003년 파산 관리인이 사원 총회에서 이 가전제품 회사의 최종적인 파산을 선언했을 때 직원들은 박수를 쳤다.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절망감? 어쩌면 이제는 모두가 ‘최소한’ 현실로 돌아왔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 설립자인 막스 그룬디히는 수년 동안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회사를 자기 멋대로 휘둘렀다. 그는 이사회를 폐쇄했고 사치를 좋아하는 아내에게 매년 5,000만 마르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결정타는 생산지의 외국 이전 문제에서 불거졌다. 그는 이견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저가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다른 회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더 잘 충족해 주고 있었고, 소비자들이 그룬디히에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러나 중부 독일 출신의 자기중심적인 남자 막스 그룬디히는 막무가내였다.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우리는 독일 회사야. 성공한 회사사라고.”
그룬디히는 세계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변화된 방식을 생각하는 대신에,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고집했다. ‘그룬디히’호는 다섯 번이나 심하게 기우뚱거렸고 여섯 번째 파고에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지금 그룬디히라는 이름은 터키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크로이츠베르크에서 케밥 식당차를 운영하는 사장이 신분 상승을 뽐내려고 사는 중고 벤츠처럼, 빛바랜 상표의 명성이라도 업고 자신의 가치를 올려보려는 터키의 싸구려 가전제품 생산자의 상표가 되어 있다.
성공가도를 달릴 때 피해망상증에 걸려라.
술 마실 돈만 있으면 만족하는 주정뱅이 부랑자처럼 현재의 현금 흐름에 취한 채 넋 놓고 있는 경영자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좋은 시절에는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나빠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꼴이다. 한때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가 그렇다. 이 출판사는 1990년까지 강력한 직접판매 전략에 힘입어 6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매출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CD-ROM을 소홀히 하더니 인터넷 열풍까지 간과한 것이 화근이었다. 1768년에 시작된 백과사전의 대명사 브리태니커 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르타를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평가절하했고, 어떤 멍청이라도 내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위키피디아에서 무슨 쓸 만한 내용물이 나오겠느냐고 비웃었다. 브리태니커의 마케팅부서는 ‘앞만 보고 전 속력으로 돌진!’을 주장했다. 백과사전 한 질을 팔아서 받는 수수료 600달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략의 변화만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계속 돌아갔다. 최근의 한 연구는 무료 인터넷 사전 위키피디아가 십여 세대에 걸쳐 권위 있는 원로 학자들이 편집한 브리태니커보다 오류가 더 적다는 결론을 냈다. 자기 이름으로 된 사전을 발간하는 플로리안 랑엔샤이트는 이에 대해 “이익을 내지 않으려는 기업과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위키피디아가 인터넷 접속 속도 개선을 위한 서버 증설을 내걸고 기부 행사를 벌이면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달러가 모금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그것도 열광적으로 나눈다면 다른 공급자들은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 자기연민에 빠져 그런 사실을 호소나 하고 있는 출판인은 현실이 그를 오래전에 추월해 버렸다는 사실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슬픈 진실은 브리태니커가 위기에 몰리기 이전에 적절한 대안을 생각할 만한 시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책을 소유하지 않아도 내용을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 어쩌면 책이 부속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책을 사랑한다! 내재되어 있는 지식과는 별도로 책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브리태니커는 이 점에 착안했어야 했다. 새로운 시리즈를 개발하고 고급 가죽 제본판을 만들어서, 브리태니커를 높은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사치품으로 새로 포지셔닝했어야 했다. 디지털 시대에 희귀해진 아날로그적 촉감을 그리워하는 수집가들을 향해 진화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는 옛 방식 그대로도 사업이 너무 잘되었다. 그래서 성공을 위한 여유 공간이 아니라 휴식을 위한 안락의자로만 인식했다. 기록적인 수익을 내는 시기야말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실험들을 해볼 수 있는 최적기임을 몰랐던 것이다. 현금 잔고가 일단 바닥나면 전략 수정은 어렵거나 불가능해진다.
얼라이드시그널의 전 사장 로렌스 보시디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불꽃이 보이건 보이지 않건 간에 기업의 절반은 불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렇다. 모든 기업은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피해망상증 환자가 되어도 좋다. 아니, 환자가 되어야 한다.
>>>> 직원들을 피해망상 상태에 머물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보잉사의 회장 제임스 맥너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추적자가 가상의 산물인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추적자는 실재한다.
파도타기의 핵심은 ‘갈아타기’다.
우리는 강의를 끝내고 나서 언제나 같은 질문을 받는다. “선발주자보다 조심스러운 모방자가 더 낫지 않나요?” “지속적인 개선 프로세서를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할 텐데요. 사실 고객은 파격적인 변화보다 약간 개선된 익숙함을 선호하잖아요.” 맞다. 그렇게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서 고객의 비위를 맞춰도 한동안은 생존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 동안이나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기회들이 빛의 속도로 왔다가 가버리는 시대에 그 시도들이 적절할까?
카르슈타트-크벨레 백화점은 2001년을 자신들의 ‘최고의 해’로 선언하고도 샴페인에 취해 있지만은 않았다. 이 거대 유통사는 모든 고객을 위한 무료 신용카드제를 도입해서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했고 그렇게 모인 자금으로 기업 매수에 나섰다. 스포츠 페른제인, 골프 하우스, 스타벅스 등을 매입하거나 지분을 인수하면서 성공적인 변화를 꾀했다. 단, 1970년대 풍의 구닥다리 본점만 빼고.
백화점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직원을 계속해서 줄였다. 언젠가부터는 직원들이 아예 고객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방치된 매장에서는 가난한 이민자와 연금생활자 들만 몰려들었다. 진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이베이에 들어가 ‘클릭’했다. 새로 회장이 된 토마스미델호프가 ‘백화점은 고객에게 더 없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때에만 미래가 있다’고 천명하고서야 카르슈타트-크벨레는 서서히 회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할까? 왜 모두들 어제의 성공비결, 과거의 전략에 그렇게 집요하게 매달릴까? 경영자들이 실험실의 쥐처럼 반응하기 때문이다. 쥐를 다섯 개의 통로가 있는 미로에 넣고 매일 치즈 조각을 넣어준다. 이때 매일 다른 통로에 놓아두면 쥐는 매일 새로운 길을 탐색한다. 그러나 치즈를 4번 통로에만 놓아두면 쥐는 곧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4번 통로로만 달려간다. 이 지식이 쥐에게는 치명적이다. 치즈가 갑자기 2번 통로로 옮겨져도, 4번 통로로 달려가서 좌절에 빠질 뿐 탐색할 생각을 못한다. 성공의 기억이 탐색의 기억을 지운 것이다.
당신의 기업도 ‘4번 통로 신드롬’에 사로잡히지 않았는가? 아직도 어제까지 놓여 있던 치즈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가? 내일의 치즈는 다른 곳에 놓여 있다. 언제나! 세상은 원래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경영학 책의 저자인 찰스 핸디는 이것을 s자 형태의 시그모이드 커브를 가지고 설명한다. 성공과 함께 곡선이 서서히 올라가다가 정점에서 급격하게 아래로 내려간다. 마치 파도타기처럼 말이다. 아무도, 영원히 같은 파도를 탈 수는 없다. 지금 최고조인 파도가 에너지를 잃고 가라앉기 전에 갈아타야 한다. 하나의 파도에서 다른 파도로 제때에 갈아타는 것이 파도타기의 기술이다. 한 파도에 머물러 있다가는 물속에 잠겨서 익사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찰스 핸디는 “역설적이게도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 당신을 성공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도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이란 낭만적인 꿈일 뿐”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그들이 이루었던 성공을 빨리 잊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실을 이해한 기업과 경영자들도 많이 있다. 루프트한자의 전 회장 위르겐베버처럼.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경쟁사가 아니라 성공이 우리를 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렌 로리와 빌 게이츠, 건망증의 대가들
혈액투석기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자타공인의 업계 선두주자였다. 이쯤 되면 이제 저금통에 든 동전이나 세면서 매년 기계에 들어가는 톱니바퀴 몇 개씩만 최적화하는 ‘점진적인 개선’의 유혹이 무척 클 것이다. 그렇지만 이 회사는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상품 개선에 힘쓰고 있었으며, 자신들보다 기술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동종업계라도 동향 조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를 감동시킨 특별함은, 소규모 전담 팀을 꾸려서 지속적으로 전체 의료시장의 동향을 꼼꼼히 챙기고 있는 ‘깨어 있는 리더’들이었다. 어느 날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되면 투석기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시장의 주변부를 서성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루키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그들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전구 생산자에게 밀려난 가스등 생산자나, 개인용 PC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타자기 생산업체 올리베티와 달랐다. 올리베티는 자신들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던 정점에서 수직으로 몰락했지만, 혈액투석기 회사는 자신들의 히트작에도 도전할 대안 상품을 스스로 구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미래에 완벽하게 다른 상품을 공급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발명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만이 아니라 회사의 구조와 생산과정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여기에 역동적인 직원들, 집중적인 지식 교환, 감량 경영체제, 서열의식의 탈피 등도 꼭 필요하다.
2005년 여름,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에 있는 신국립박물관 앞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 거대한 문화 이벤트는 미술박물관을 새롭게 ‘발명’하려는 글렌 로리의 천재적 전략의 일부였다. 글렌 로리는 모마라고 불리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관장이다. 베를린에서 벌어진 거창한 쇼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그 결과 모마는 유럽에서도 세계 최고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각인되었다.
뉴욕 현지에서 일어난 일들은 더 놀랍다. 그때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인 건축가 요시오 타니구치가 약 5억 달러를 들여서 모마를 세상이 아직까지 보지 못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로리는 이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평생 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동의 경험을 주겠다고 결심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박물관에 대한 보수 문화비평가들의 거센 비판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로리는 이들을 깨끗이 무시했다.
로리는 사실 이런 모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1995년에 관장으로 왔을 때 모마는 이미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었다. 문화에 대한 공공지원금이(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나라에서 그는 무엇에 이끌려서 작품 구입비까지 포함해 거의 10억 달러가 들어가는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을까?
“모마는 언제나 최고여야 한다. 우리는 비전이 필요하다.”
박물관 운영위원회는 그때까지 확보되지 않은 거금 8억 6,000만 달러를 승인했다. 그러나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박물관은 더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간단하게 잊어버리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항상 모든 통로에서 치즈를 찾는 그런 기업들 말이다.
>>>> 마이크로소프프는 항상 실패를 2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년이란다! 이 회사의 업계 시장점유율이 90퍼센트나 되는데도, 빌 게이츠는 늘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준다. 알리안츠를 인수한 다음 모든 기법을 동원해 분할해서 팔아버린 미하엘 디크만을 보라. 시장에 나온 지 3년이 안된 상품으로 최대한 빨리, 적어도 총매출의 30퍼센트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헨켈의 사장 울리히 레너는 어떤가? 요즘 시장에서 선발 기업과 후발 기업의 차이는 말 그대로 ‘간발’이다. 과거의 성공은 빨리 잊어버려라.
경영전문가 게리 하멜이 시장조사기관 갤럽과 함께 공동으로 만든 설문지로 CEO 500명에게 다음의 질문을 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 오래된 경쟁사, 자신의 기업 중 누가 자신들의 분야에서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을까? 대부분 새로 진입한 회사라고 답했다.
그리고 300여 명(62퍼센트)의 CEO가 ‘그들은 게임의 규칙을 새로 발명했지, 기존의 법칙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령 아이튠즈로 음악산업을 깊은 겨울잠에서 깨운 애플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사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략은 오히려 쉬운 부분이다. 진짜 문제는 실천이다.” 과거의 사고방식에 매달린다면 전략은 단순하다. 구태의연한 전략은 어떠한 경제적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특별하게 성공한 기업들을 상세하게 살펴본 적이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비슷한 현상들을 찾아냈다. 전략 토론은 현명한 원로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활달한 젊은이들의 과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원로원에서는 대부분 진부한 조언만 나온다.
젊은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그 특성상 미래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영리한 사장은 젊은 사람들이 입을 열게 만들고 그 자신이 의문의 대상이 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코카콜라의 본사에는 다음과 같은 표어가 걸려 있다.
>>>> 세상은 불만을 품은 자의 것이다.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애틀란타의 음료수회사 코카콜라는 100년 이상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혁신적인 기업에서 만족감은 전염병과 같은 퇴치의 대상이다. 유능한 기업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우리 시대에 가장 특이하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여성 기업가인 애니타 로딕은 이렇게 말했다. “바디숍이 마음에 드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규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변화해가는 세계에서는 정해진 답이 없다.
02 내일의 히트작, 공식이 없다.
어느 기업의 강연회에 가든 ‘혁신’이라는 주제만 꺼내면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동시에 반짝거린다. “오, 혁신은 중요하지요!”
“우리는 매일 우리를 새롭게 발명해야만 합니다!”
“마지막까지 유일하게 남는 것은 변화입니다!”
모두가 혁신을 완전히 멋진 것으로 생각한다. 누가 기꺼이 흐름에서 벗어나 밀려나고 싶겠는가? 경영자들은 자신을 앞다투어 ‘혁신적’이고 ‘유연하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그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이는 걸까? 경영자들 앞에서 새로운 사고에 대해 강연을 하면 전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새로운 사고? 멋진 주제네!’ 대부분은 인내심 있게 귀를 기울이지만 몇몇은 팔짱을 끼고 눈을 내리깔고 있다. 노골적으로 피곤해하면서 불만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꼭 있다. ‘혁신? 참내. 이 사람들아, 우리 회사에서는 당연한 것이라네! 우리는 매년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고. 고객들의 만족도, 회사에 바라는 요구사항 등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회사 내부적으로 경영에 관한 제안서도 받아. 물론 직원들이 개선안 제안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약간의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지만, 그래도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세계 최고라고. 그러니까 혁신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설명할 필요 없어. 당신들이 오늘 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이미 어제······.’
전형적이다. 신기술로 신제품을 만드는 것을 혁신으로 아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적 사고방식이다. 엔지니어들은 박람회나 기술-컨퍼런스를 찾아다니다가 최신 기술로 만든 장난감을 발견하면 흥분해서 말한다. 천재적인 기술이야! 이렇게 멋질 수가! 이것을 우리 상품에 접목할 수 있을까? 그러고는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서 도날드 덕에 나오는 미친 기술자 다니엘 뒤젠트리프처럼 급하게 작업을 한다.
‘골프5’ ‘질레트8’·············실패한 혁신들
폴크스바겐에서 고급승용차의 기술을 소형차에 접목하는 시도를 한적이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 생각을 대단히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벤츠나 BMW 급에나 장착되는 후륜멀티링크를 단 소형차 ‘골프5’를 출시했다. 시도는 참신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박수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 자동차 전문지의 테스트 운전자들도 일반적인 서스펜션을 단 자동차와의 신뢰성 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단순하게 만들어진 오펠 아스트라가 비교 테스트에서 대등한 평가를 받았고, 역동적인 기동성 면에서는 오히려 더 박수를 받았다.
왜냐고? 전문가들도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집 근처 화초시장에 차를 몰고 가는 어떤 영감님에게 후륜멀티링크 기술이 무슨 소용인가? 전혀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구매자는 값비싼 기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폴크스바겐은 너무 높은 소비자가격 때문에 이 차종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자 무료 에어컨을 추가로 달아주는 방법을 통해서 고객들을 끌어들여야 했다.
골프 5에 장착된 후륜멀티링크는 왜 실패했을까? 고객의 진정한 욕구와 무관하게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감동한 기술이라고 해서 그것이 꼭 고객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는 그런 현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는 시장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일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우리는 우리의 기술을 너무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잠재적 고객의 욕구를 외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엔지니어들이 그들의 기술이 바로 시장이 원하는 것이라는 거만한 생각을 하고 있는 한 그 상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업은 신제품이 필요하다. 기존의 상품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혁신의 절대적인 대체물은 아니다. 혁신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신상품이 이전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을 놀라게 했을 때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빠져 있는 엔지니어적 사고의 함정을 우리는 ‘질레트 8중 면도날 신드롬’이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그 시작은 1970년대의 ‘2중 면도날’이다. 그 아이디어는 매우 좋았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질레트에서는 더 많은 면도날을 면도기에 붙이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나 보다. 3중, 4중, 심지어 6중 면도날까지 나왔다. 앞면에 5개, 뒷면에 1개란다. 우리가 8개의 면도날까지 경험할 날이 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사무라이 검으로 하는 면도가 더 실용적일지도 모른다.
혁신은 이벤트+체험+감성, 그리고 돈지갑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항상 ‘상품’과 ‘고객 체험’이라는 두 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해야 한다. 그렇다. 고객 체험이다!
>>>> 이벤트+체험+감성, 고객에게 3E를 제공하라.
진정한 신기술을 상품에 도입하는 것이 고객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보다 확실히 쉽다. 그렇지만 이제 결정적인 승부처가 신기술 도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애플 사가 아이팟으로 보여주었다. 기술적으로 더 좋은 MP3플레이어는 많다. 그러나 모두가 아이팟을 가지려고 한다. 왜냐고? 그 이유는 기술적인 사항과 전혀 상관이 없다.
아이팟은 정말로 디자인이 멋지다! 미니멀리즘에 뚜렷한 차별성을 더한 외양이 환상적이다! 아이튠즈라는 천재적인 고객서비스도 놀랍다. MP3플레이어에 딱 맞게 설계된 웹싸이트에는 한 곡당 99센트에 다운받을 수 있는 수만 곡의 노래가 있다. 탄탄한 기술, 멋진 디자인, 유일무이한 서비스. 이렇게 상호보완적인 혁신이 합쳐져서 각각의 요소들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진정한 혁신의 기준은 무척 간단하다. 고객들이 “야호!”라고 소리치면서 돈지갑을 열 때가 혁신이다.
우리가 기업들에게 두 가지 면(상품과 고객 체험)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원래 맞는 이야기’라는 답을 듣게 된다. 기본적으로 당연한 것이지만 누구도 그런 식으로 보지 않았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이치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 사는, 혁신이 덜 혁신적인 기업에 얼마나 결정적인 위협이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아이튠즈를 가지고 전체 음악 산업을 휘저어버린 지금, 과거와 똑 같은 것은 설 자리가 없다.
다시 반기를 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좋아, 좋다고. 애플이 음악시장을 좀 휘젓고 다니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물건을 팔아먹게 놔두자고. 그런데 우리는 가구, 수도관, 유압펌프 같은 것을 만들거든. 여기서는 애플과 같은 것이 통하지 않아!’ 정말 그럴까?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한 덴마크 기업 이케아는 혁신을 위해서 무엇인가 대단히 획기적인 것을 발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책상, 침대, 의자, 소파, 전등, 옷장, 책장····· 이케아는 한마디로 기존에 있는 상품들, 가구를 판다. 그들이 만든 혁신은 사람들이 가구를 사고 다루는 ‘방식’이다. 상품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 혁신적이었던 것이다.
첫 번째 요소는 카탈로그다. 세계 23개 언어로 매년 1억 1,800만 부가 발행되는 이케아 카탈로그는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되어버렸다. 이 화려한 지면들에서 ‘이케아 철학자’들은 인류에게 세 가지 가치를 전달한다. 다문화, 함께하는 즐거움, 자녀 사랑, 바로 이케아 월드!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집은 더욱 굳건한 사랑의 요새가 되어간다.
남자는 요리하고, 여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아이들은 소파 위에서 놀고 있다. 멋진 가구들과 멋진 가격 아래서. 어쩐지 사진 속 사람들은 자기 커피 잔은 스스로 설거지하고 정확한 시간에 친환경적인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것만 같다. 그는 면화농장에 농약을 살포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 1년에 면으로 된 셔츠를 한 벌 적게 산다. 그녀는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아이슬란드어, 폴란드어, 중국어, 영어를 연습하고, 아침 7시에 뮈슬리로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컨디션이 좋다.
이케아 월드에 공감한 사람들이 매장으로 간다. 녹색 초원 위에 있는 이케아 매장의 위층에는 모든 것이 잘 조립된 가구들이 예쁘게 배치되어 있다. 모두 이케아 디자이너들의 도안 대로 하청업체에서 만든 것이다. 엄청나게 큰 아래층 창고에 모든 상품이 분해된 상태로 놓여 있다.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 즉시 싣고 집으로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 고객은 이제 집에서 작은 조립 연장 하나만 있으면 가구를 조립하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케아는 전체 가치창조의 고리를 지배한다. 그래서 자신의 고객을 무보수 직원으로 묶고, 급기야 전세계적인 매니아를 거느린 컬트 상표로 자리잡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말고, 기대를 자극하라.
우유처럼 단순한 상품도 무한 혁신이 가능하다. 덴마크의 낙농기업 아를라는 ‘속도’에 주목한 마케팅 모델 창출로 경쟁 기업을 압도했다. 아를라는 매일 밤 젖소의 젖을 짜서 자정까지 포장을 마친 다음, 아침에 모든 상점의 판매대에 진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를라의 덴마크 내 시장점유율은 순식간에 50퍼센트로 뛰었다. 키위, 망고 등등 새로운 10가지 맛을 개발하고 다시 그것들의 지방함유량 단계를 14와 2분의 1가지로 나누는 대신, 훨씬 천재적인 관점을 택한 결과다. 이 단순한 혁신은 고객들로부터 보상을 받았다.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들고 계산대로 달려간 것이다. 그런데 고객들이 야호를 외치며 지갑을 꺼내 들고 계산대로 달려갈 것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 수는 없을까? 많은 기업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직접 물어보지 뭐.” 원칙적으로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고객들은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매달리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그대로, 그렇지만 조금 더 좋고 싸게.”
고객들은 경험의 범위 내에서 즉, 익숙함 안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시장조사에 제공되는 대답도 그 범위 안에서 주어진다. 고객들은 새롭고, 혁명적이고, 대단한 제품이 일단 시장에 나온 다음에야 멋지다고 결론 내리고, 그제서야 옛날 상품을 외면한다. 당신에게 성공적인 혁신이 무엇이라고 미리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어제까지 모두가 갖기를 원했던 옛날 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을 당신도 생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각해내야 한다. 당신은 어떤 고객이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팟을 발명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생각하는가? 3M사에 포스트잇을 개발해 달라는 청원서가 빗발쳤을까? 누군가가 질레트 사에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을까? “이봐요, 나는 면도날이 3개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부터 포드사는 수만 명의 자동차 소유자들에게 새로운 자동차에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조사했다. 시장조사에 대한 결과가 나왔을 때 엔지니어들은 고객들의 바람에 정확하게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 고객의 요구에 100퍼센트 부응한 포드 자동차는 이제까지 나온 차 중에서 가장 평범하고 지루한 자동차였다.
우리는 그 차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 차는 아무 특징도 없었고 어떤 감성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수준 이하의 차였고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잠재고객의 기대에 100퍼센트 부응했다니 놀랄 일도 아니다.
아이디어 보상제는 닫힌 기업 문화를 만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두려움 때문이다.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위로 붕 떴다가 땅에 처박힐까 봐 두려워한다. 두려움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상품이 죽을 만큼 지루해질 때까지 시장성을 테스트한다. 이런 사람은 결정적인 성공을 이룰 ‘위험’도 함께 회피한다.
이런 짓을 하지 않는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에서 아이디어의 씨앗은 직원들이 낸다. 그리고 어느 특정한 시기까지는 자체에서 인큐베이팅한다. 그러다가 고객이 최종적으로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는 시점이 오면,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베타 버전을 제공한다. 그러면 잠재고객들은 다양한 버전들의 인기 실험에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구글은 그렇게 모인 데이타를 기반으로 가장 인기 있는 버전을 최종 상품으로 출시한다.
많은 기업들이 구글처럼 하지 못하는 원인은, 기업 문화에 있다. 혁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손가락질이 시작되는 문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혁신은 창백한 얼굴에 안경을 코끝에 걸쳐 쓰고 사진 찍기를 부끄러워하는 괴짜들이 모여 있는 특정한 부서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은 저쪽 팀 담당이에요. 저 사람이 아이디어 담당자죠.” “저들이 따로 떨어져서 연구하다가 성과를 내놓죠.”
실제로 과거에는 품질관리를 책임지는 ‘품질확보부서’가 있었다. 일본의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싸게 생산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부터 대부분의 기업들이 품질이란 모든 직원들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치 있는 상품을 생산하려고 한다면 모든 직원들이 마음에서 가치 있는 상품을 추구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지식은 지구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특출한 한 명이 현자의 돌을 실험실에서 발견하기 위해 홀로 고립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공부벌레가 다른 아이가 자기 답안을 베껴 쓰지 못하게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막는 것처럼 제품을 개발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손해를 끼치게 된다.
>>>> 오늘날, 혁신은 팀워크로 진화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식과 경험을 교환하고, 때로는 반대되는 입장 차이로부터도 의미 있는 결합을 만들어낼 때 새로운 지식이 탄생한다. 전공을 뛰어넘고, 세대를 뛰어넘고, 위계질서의 벽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독일의 설치미술가 요셉 보이스의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그의 선언은 예술을 선택된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기면서 자신들만이 세계정신을 만난 것으로 생각한 시민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의 혁명적인 발언을 오늘날의 기업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가 있다. “모든 직원은 혁신가다.“ 현대에는 모두가 자신의 기업이 생존하는 것에 책임이 있다.
이런 일은 사장이 오후에 직원들에게 “이봐, 오늘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나?”라고 물어본다고 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결의대회를 통해서 맥 빠진 직원들과 편협한 관리자들을 기발한 아이디어 천재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 고급 종이에 출력한 사장의 ‘혁신캠페인 지시문’을 내려보내도 소용없다. 이런 방식은 사장이 직원들로부터 등을 돌릴 때까지 혁신적인 척하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전체 직원을 혁신가로 만들고 싶다면 경영자의 실천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미국의 가전제품 생산자 월풀이 그렇게 했다. 현재 월풀에는 500명이 넘는 ‘혁신 멘토’가 있다. 누구든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들은 단순히 직원들을 격려하거나 보너스를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각각의 아이디어를 검토해서 다른 직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그들은 특별교육을 받았다. 1만 5000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을 수료했다. 공룡처럼 거대한 기업 월풀이 오늘날까지도 활기차게 생존해 있을 수 있는 비결이다.
>>>> ‘혁신 멘토 제도’는 열린 기업문화에서 작동한다.
어리석은 경영자는 아이디어를 권력의 문제로 만든다. 아이디어가 권력의 문제가 되면, 단지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부각될 뿐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가는 무시된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아직 그 기업에 권력 기반이 없는 신참으로부터 나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기회는 날아가버리고 아이디어는 사라진다. 그리고 보통 그 신참은 기업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영리한 회사는 모든 아이디어를 모아서 그것들이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가를 심도 있게 검토한다. 그것이 설사 청소부 아주머니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아이디어를 올바르게 다루는 유일한 방법이다.
경영자는 이런 사고방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만 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직원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 가지 일을 매일, 집중적으로 작업을 하면 당연하게 나오는 결과다. 누구라도 장기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단지 문제는 주변 여건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밖으로 드러낼 만한가에 있다. 누군가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모든 직원이 혁신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혁신가가 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형이상학적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유일한 생존기술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실시간사회, 소비사회에서는 샌디에고, 모스크바, 바카르타 혹은 뭄바이의 생산자가 당신의 신상품을 몇 주 안에 복제해낸다. 당신은 복제업자를 고발하고 특허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복제품으로부터 장기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지 못하면 소송을 진행하는 중에 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디어 경영’ 혹은 ‘기업 제안제도’와 같은 기름이 잘 쳐진 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하나의 함정이 있다. 아이디어 경영은 현재 존재하는 것들을 개선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다. 현재 상태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옳지만 혼동은 금물이다.
>>>> 좋은 기업에는 아이디어 경영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나쁜 기업에 아이디어 보상제가 있다. 아이디어 보상제는 물개 사육사를 연상시킨다. 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넘겨주는 행동에 자극과 보상을 지불하는 기업을 보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보상이 너무 적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 문화가 뭔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무리 세밀한 자극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어제의 보상이 오늘은 일상이 되고 내일은 요구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구사항은 갈수록 커진다.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무료로 내주겠는가? 인간의 천성이 그렇다. 인간의 본성이 모든 자극 시스템을 언젠가는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보상시스템을 폐지하라! 당신의 직원들은 물개가 아니다. 혁신은 명령이나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상하고 장난치고 놀아라!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 그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창의적인 환경이 만들어지는 걸까? 다시 구글을 살펴보자. 구글의 직원들은 유급 노동시간의 70퍼센트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20퍼센트는 여러 가지 기능성 모색과 학습에, 나머지 10퍼센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여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 그들은 공상하고, 취미를 즐기고, 그냥 논다.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면 전례없는 발명품 구글 어스를 떠올려보자. 한 직원이 그저 곁다리로 개발한 이 상품을, 수백 만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컴퓨터에 설치해 두었다. 그리고 문득 세계 어떤 지역이 궁금해질 때, 여행을 가고 싶을 때, 구글 어스를 열고 집이나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언제든 훌쩍 떠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어마어마한 시장 조사와 벤치마킹으로 이루어졌을까? 천만에. 그저 이 기업에 취미로 위성사진에 관심을 가진 직원이 하나 있었을 뿐이다.
03 ‘확 깨는’ 아이디어에 답이 있다.
우리는 독일의 구경제 상징인 한 기업에 초대를 받았다. 중공업, 루르 지역, 석탄과 철, 19세기에 뿌리를 둔 기업 말이다. 초대한 사람은 여성이었다. 보수적인 콘체른에서 여성 CEO는 손에 꼽는다. 그녀는 기업의 연례 전략회의에 우리를 참석시키려고 했다. 수평적 사고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그녀의 콘체른에 자극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어주기를 바란 것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외부인은 우리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프리메이슨의 입회의식만큼이나 폐쇄적이었다고 했다.
우리가 초대된 더 정직한 이유는 전후 50년간 성공에만 길들여져있던 루르 지역의 콤비나트가 처음으로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프의 숫자들은 아직까지 좋아 보였지만 사람들은 위기의 전조를 느끼고 있었다. 회의에 앞서 가졌던 전화 브리핑에서 한 중역이 이윤 감소, 동유럽과 아시아로부터의 저가품 공세, 고객 충성도 하락에 관해서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략회의용 기획서까지 보내주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파워포인트로 예쁘게 작성된 48페이지에 달하는 기획서를 받아들고 무수한 막대그래프, 숫자가 가득한 표, 매끄러운 단어들과 씨름을 한 결과,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전략기획서는 이 콘체른의 경쟁사가 쓴 전략기획서와 조금도, 정말로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로고만 바꿔버리면 한순간에 경쟁사의 기획서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다.
벤치마킹일랑 집어치우고 “유니크!“를 외쳐라
우리는 접대용 인사치레는 생략하고 회의석상에서 경영층과 제대로 부딪쳐야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것이 명확하고 좋습니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내부의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자원을 더 잘 활용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한다. 네, 대단히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객의 엉덩이를 차서 쫓아버리고 내부의 의사소통을 무시하겠다’라고 말하는 기업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우리는 여러분의 경쟁자들도 이것과 똑 같은 기획서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것을 여러분의 경쟁장에게 이메일로 보내보십시오. 그들은 분명히 ‘이봐, 이건 우리 전략기획서잖아’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것은 상투적이고 미온적이고 극단적으로 조심스러운 ‘미투 전략’입니다. 이런 전략으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유일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를 유일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매일 새롭게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고객들이 보는 우리의 유일한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경쟁자들이 우리를 빠르게 복제하지 못하는 가치는 어떤 것인가? 여러분은 이런 질문에 답을 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 대답에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의외로 꽤 많은 기업들이 이런 질문들을 가볍게 건너뛰는 것을 목격한다. 그 대신에 어디에선가 성공을 거둔 것을 복제한다. 물론 그들은 그런 행동을 복제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더 예쁜 개념이 있다. 벤치마킹 혹은 최고의 경영실천사례.
벤치마킹, 최고의 경영실천사례,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아이디어가 없음을 감추려는 애절한 시도일 뿐이다. 그런 식이면 한 산업분야 전체가 다른 사람의 노래나 따라 부르는 노래방 수준으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다. 벤치마킹이 최우선 전략이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상품들로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경쟁자와 거의 구별이 안 되는 상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기업의 자살행위와 같다.
>>>> ‘그런대로 괜찮은’ 상품은 실패다. 비정상적인, 비일반적인, 비일상적인 것들이 시장을 점령한다.
해답은 ‘다르게!’다. 이것은 경쟁자들을 곁눈질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유일함’과 ‘가치’, 이 두 가지를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가능하다. 아마존, CNN, 이베이, 이케아, 이들이 모두 미투 전략이 아니라 ‘유니크하게’ 자신을 자리매김함으로써 성공을 이루어낸 기업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한시적 독점권을 창조했다. 그들은 경쟁자가 자신들의 원래 생각을 모방하려고 할 때 언제나 이미 한 발 더 나가 있었다. 언제나 자기 업계의 경쟁자만 관찰하는 기업은, 또 언제나 그들의 뒤에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동일한 것들끼리의 경쟁에서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눈을 크게 떠라! 눈을 크게 뜨고 자기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자의 주변을 넘어서 바라보라! 이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수평적 사고’의 한 가지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자동차 산업을 바라본다. A은행은 특정 자동차 모델이 사양에 따라서 ‘클레식, 엘레강스, 아방가르드’로 구분되는 것을 봤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어본다. ‘우리 은행도 구좌를 클래식, 엘레강스, 아방가르드로 나눠볼까?
처음에는 이런 아이디어가 매우 이례적으로 들린다. 사람들이 미친 소리로 여기고 키득대거나 화를 낸다는 말이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아. 그건 고객들 앞에서 우리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짓이야.”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아이디어가 테스트에 합격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당신이 새로운 것, 유일한 것을 창조해내기로 목표를 정했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웃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댈 만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 그래. 말이 된다“라고 동의한다면 그것은 이미 수십 개의 경쟁사에서 실행하고 있는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최근에 미래의 생산공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독일 자동차 생산자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곳의 발표자들에게서 우리가 들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아는가? “도요타, 도요타, 도요타, 도요타, 도요타.”
모두가 도요타 이야기만 했다. 우리는 회의장 밖으로 뛰쳐나갈 뻔 했다. 여기에 메르체데스 벤츠, BMW와 같은 강력한 상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앉아서 ‘도요타처럼 되기를 바라 마지않고 있다’고 되뇌고 있다니! 그대들에게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고객들을 위해서 유니크한 어떤 것을 만들어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단 말인가! 도요타가 세계에서 최고의 이윤을 내는 자동차 생산자라는 사실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경쟁자를 가장 세세한것까지 모방하려고 노력해서는 새로운 것,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직업상 여행을 많이 한다. 그런데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 언제나 호텔을 12시까지 비워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화가 난다. 이 업계만의 전혀 의미 없는 낡은 법칙이다. 우리가 저녁 9시에 공항에 내려서 차를 렌트했을 때 그 차를 다음 날 12시까지 반납하는가? 호텔은 렌터카 회사에 비해서 훨씬 안전하지 않은가? 당신은 뮌헨에 있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다음날 그 방을 하노버에서 다시 돌려줄 수 있겠는가? 왜 호텔에서는 자동차 렌트업계의 예를 받아들여서 고객에게 방을 24시간 동안 주지 않는 것일까? 이 12시 규칙은 완전히 고객을 무시한 처사다.
그러나 당신이 호텔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라. 아마도 당신을 마치 개구리들에게 그들이 사는 늪을 말려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취급할 것이다. 12시 규칙은 법이다, 잔말 마라,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해왔다, 끝. 이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이 규칙을 마치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받은 열한 번째 계명쯤으로 여긴다.
수평적으로 사고하는 낙소스, 수직으로 날다.
기존의 업계에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개 외부인과 신입이다. 한 업계에서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관습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말하는 외부인이란, 요상한 복장과 튀는 사회생활로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정신적 이상 징후를 보여주는 직장의 왕따가 아니다.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은 눈으로 밖에서 기존의 시장과 목표그룹을 바라보면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사업을 새롭게 발명해 버린다. 클라우스 하이만처럼.
1980년대 클래식 음악 CD의 겉표지가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매끄럽고 완벽했다. 천박하지 않은 색상에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었고 카라얀, 베른슈타인, 무티 등 스타 지휘자들의 사진이 전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배경사진은 항상 세계의 대형 오케스트라였다. 베를린, 비엔나, 암스테르담 그리고 미국의 ‘빅 파이브’ 오케스트라. 당연히 스타 지휘자와 대형 오케스트라는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아주 오래된 것을 제외하고는 30마르크를 훌쩍 호가했다. 클래식, 저명한 스타들, 언론의 조명, 고급스러움 그리고 비싼 가격. 이것이 클래식 CD의 특징이었다.
독일 밖, 홍콩에서 활동하던 사업가 클라우스 하이만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의문을 합리적으로 제기할 줄 아는 브레인이었다. 클래식 CD 가격이 30마르크나 나가야 하는 건가? 전 세계에, 특히 동유럽 같은 곳에도 훌륭하게 교육받은 음악가들이 있는데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을 연주하기 위해서 꼭 세계적 스타가 필요할까? 클래식을 팔기 위해서 현재 포르투갈의 국민총생산과 같은 금액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할까?
>>>> 수평적 사고는 올바른 문제를 제기하면서 생겨난다.
‘아니다’가 하이만의 결론이었다. ‘다르게’도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1987년에 낙소스가 탄생했다. 낙소스 CD는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장식되었다. 표지로 비싼 예술가의 사진 대신에 저작권료가 없는 오래된 동판을 사용했고, 스타급 대신에 당시에는 철의 장막 뒤에 있던 브라티슬라바의 카페라 이스트로폴리타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낙소스 CD의 가격은 10마르크 밑으로 떨어졌다.
30마르크 대신에 27마르크를 받은 것이 아니다. 10마르크. 일반적인 시장가격의 3분의 1 수준. 이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지자 디페쉬모드의 골수팬들도 베토벤의 음악은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졌다. 하이만은 완전히 새로운 고객 집단을 발굴해낸 것이다! 낙소스의 고객 창출은 이어졌다. 클래식 초심자를 위한 CD, 꿈꾸기 위한 클래식, 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클래식, 식사를 위한 클래식 등은 당시에 문화적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CD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 동안 경쟁자들은 뭘 했을까? 처음에는 그를 비웃었다. 사람들은 홍콩에 있는 이 남자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업계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쉽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이번에는 낙소스를 몰아내려 했다. 이것도 여의치 않자 음반업계는 낙소스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하이만에 대한 얼마나 대단한 찬사인가! 그의 강렬한 성공 덕에 클래식 음악시장 전체가 변화되고 젊어졌다. 유니버설, EMI 등도 역시 저가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낙소스의 선점 효과, 한시적 독점은 그가 다음 단계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제공했다. 1990년대 경쟁자들이 저가 시장에서 1960년대에 제작한 특별판을 제공하려고 기를 쓸 때 낙소스는 더 높은 품질로 관심을 옮겼다. 최신 제작판, 흥미로운 젊은 예술가를 포함해서 상품의 레퍼토리를 점점 더 넓혀갔다. 바흐와 브람스에 리케티와 헨체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가격과 상관없이 절대로 동시대의 진지한 음악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고객으로 만들었다. 1995년, 낙소스는 칸에서 올해의 상표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브라티슬라바의 예술가들만 이 상표와 계약하려고 뛰어오는 것은 아니다.
낙소스는 사업 방면에서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청사진을 제공한 셈이다. 하이만은 최고 수준의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그는 업계 내부인이 아니었고 바로 그 점이 그의 장점이었다. 그의 사업관은 ‘경외심 가득한 태도로 기존의 전통을 따라하는 어리석은 업계 선배들을 따라하지 말자’였다. 그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무언의 법칙에 결코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이 그의 성공비결이다. 여기에 용기 그리고 지구력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바디숍을 만든 애니타 로딕도 그랬다. 그녀는 화장품산업의 구태의연한 법칙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바디 숍이 다른 곳보다 더 좋게 다르기만을 추구했다. 리처드 브랜슨도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복사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는 버진 애틀랜틱의 비행기가 즐겁게 날아오르는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첫 번째 성공을 거두는 순간 기존 업계의 위협은 시작된다. 수평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겁먹지 않고 충돌을 즐긴다. 좋은 아이디어가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기존 경쟁자들이 가하는 위협에 꺽이지 않는 소신이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이런 태도를 매우 적절하게 묘사했다. “기업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겉보기에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경제적, 사회적 ‘진실’에 반기를 들고 무엇인가를 실천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옳다고 우직하게 믿고 관철할 때 비로소 처음으로 기업가다운 기업가가 된다. 이때 그 아이디어 자체는 그것을 고집하는 태도보다 덜 중요하다.”
외부인과 초입자가 처음에는 더 쉬운 것이 당연하다. 그들에게는 교육생시절부터 주입되는 업계의 무언의 규칙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대장 수사슴 앞에서도 경외감 때문에 몸이 굳어지지 않는다.
키위에 특허를? 미쳤지만 기발한…
변화해야 한다는 자극이 선도 기업으로부터 시작된 사례도 있다. 제스프리 골드를 알고 있는가? 과일 진열대 앞에는 거의 멈춰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해주자면 이것은 황금색 과육이 있는 키위다. 그리고 특허가 있는 키위다. 그렇다. 전기모터나 깡통따개처럼 과일이 특허를 받은 것이다. 제스프리 골드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1970년대부터 뉴질랜드의 농부들은 키위를 수출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이 과일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농부들도 키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꼭 뉴질랜드에서 온 과일만을 사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부숭부숭 털이 난 갈색 껍데기와 녹색 과육을 가진 동그란 과일’이면 아무거나 샀다.
이때 뉴질랜드 농민들은 정부에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니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취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업계의 주변부와 다른 업계를 ‘수평적으로’ 둘러보다가 해결책을 찾았다. 과일이라는 상품의 혁신과 특허출원이었다! 2,500개의 모든 뉴질랜드 키위 농가가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사로 합쳐졌고 국가의 과일과학연구소와 함께 새로운 키위 품종을 개발했다. 그러나 신품종 키위는 2000년부터 ‘제스프리 골드’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황금색 과육에 열대과일을 연상시키는 달콤한 맛이 나는 이 과일은 대중시장의 수요를 적중시켰다. 2005년 제스프리 골드의 매출액은 약 1억 5,000만 유로에 달했다. 영어 사용국 사이에서 ‘키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2009년까지 매출액을 6억 5,000만 유로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제스프리 사는 좋은 조건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한국, 칠레, 미국 등의 농민들과 특허계약을 맺었다. 다른 나라의 키위 경작 농민들은 뉴질랜드 농부들에게 특허료를 지불한다.
영리한 뉴질랜드인들은 한 번 배운 교훈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매년 품질개선, 신품종과 환경친화적 생산방식을 연구하는 데 6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특허법으로 보호되는 새로운 과일이 이미 개발되었다. 이번에는 빨간 과육의 키위다.
혁신은 재미가 있을 수 있다. 새롭게 사고하고, 업계를 넘어 더 멀리 바라보고, 특별한 콘셉트를 개발하는 일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것에 속한다. 수평적 사고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타오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 업계 내부에서도 수평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있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이 목까지 차야만 움직일 뿐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인도의 안과의사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도 그런 사람이다. 그가 젊었을 때 인도에는 2,100만 명의 백내장 환자가 수술을 받을 능력이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살고 있었다. 그때 청년의사의 눈에 맥도날드가 보였다. 빅맥이나 튀긴 감자 사진이 아니라 표준화와 특허 출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표준화 공정을 하면 1년에 수천 명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닥터 브이’의 의료진들은 의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효율적으로 1년에 23만 명의 환자를 수술한다. 극빈층인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무료로 수술해주고 여유가 있는 3분의 1 정도의 환자에게만 치료비 일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닥터 브이의 병원은 연간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젊은 안과의의 열정이 찾아낸 아이디어가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우리 모두가 닥터 브이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도 시도해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04 담벼락 너머를 유혹한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우선 플라스틱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플라스틱 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이 있었다. 플라스틱 홈은 플라스틱 창호 생산자가 사가서 플라스틱 창호에 조립해 넣었다. 즉 플라스틱 창호 생산자가 플라스틱 홈 생산자의 고객이다. 그의 성장 가능성이 플라스틱 창호 시장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플라스틱 홈 생산자들은 플라스틱 창호 생산자에게 납품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우리가 만난 그 중소기업 사장도 오랫동안 그래왔다.
이제 혁신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이 회사의 사장이 고객카드를 살펴보던 중에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회사 이름을 보았다. 이 고객은 많은 양을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규칙적으로 주문을 했다. 플라스틱 창호를 생산할 것 같은 회사명이 아니었다. 사장은 인터넷에서 새 고객에 대해 조사했다. 그 회사가 광고기획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광고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이제 플라스틱 창호 사업에 뛰어들었나? 부업으로 창호를 용접하나?
사장은 이 일을 머리에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 플라스틱 홈이 어디에 필요한 것인지 그 광고기획사에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광고기획사는 플라스틱 홈을 톱으로 썰어서 조각을 낸 다음, 끼워 맞춰서 광고면을 만든다고 했다. 광고기획사는 이 새로운 물질에 완전히 열광하고 있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매우 질기며 무게도 적게 나가고 항상 다양한 모양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번뜩 사장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잠깐, 광고면에 딱 맞는 부분을 바로 제공하면 어떨까?’ 사장은 광고기획사와 함께 앉아서 그 회사가 필요로 하는 플라스틱 홈을 개발했다. 그 다음 단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플라스틱 홈 생산자는 다른 광고기획사에게도 제안을 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갈수록 많은 광고기획사가 이 새롭고 유연한 광고면 제작 부품에 열광했다.
이제는 이 중소기업 매출의 10퍼센트를 광고기획사가 차지한다. 대단히 큰 금액이 아니지만 이 새로운 매출이 의미있는 이유는, 다른 플라스틱 홈 생산자들과 치열한 퇴출경쟁, 가격경쟁을 하는 대신에 새로운 고정 고객을 찾음으로써 한시적 독점 지위에 쉽게 올라섰기 때문이다. 우연히 ‘창문’으로 기회가 날아든 것 같은가? 성공비결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아서 부러운가? 천만에.
케이크, 스콘, 와플······계속 다른 파이로 유혹하라.
오늘날 기업이 성장하고 싶다면 경계선을 넘어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고객 집단을 연결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 굳이 남을 밀치고 나갈 필요가 없다. 영리하기만 하면 된다. 더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들의 시장을 커다란 파이로 보고 있다. 매일 최대한 큰 조각을 떼어내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파이. 다른 기업도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고객, 경쟁 우위, 시장점유율 등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티스푼에 들어갈 만한 건강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도 이미 존재하는 것을 가지고 싸우는 일이 멍청한 짓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할 것이다.
당신의 기업에서 파워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거짓된 ‘파이’ 그래프를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에너지의 일부를 파이의 가장 큰 조각을 가지려고 싸우는 데 소진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냥 다른 파이를 구하라! 그것이 한 번에 되지 않을 때에는 (플라스틱 생산자가 이윤이 좋은 제2의 사업거리를 만들었던 것처럼) 최소한 맛있고 부드러운 머핀이라도 만들어라.
혁신의 카테고리를 넓게 봐라. 상품과 함께 시장구조도 자동적으로 변한다. 그에 따라서 새로운 잠재고객 집단도 무한히 등장한다. 자신의 업계 내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고객, 유니크한 상품(서비스)을 유일한 방법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고객 말이다. 지난 20년간의 경제사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업계의 게임규칙을 깨고 새로운 고객 집단을 끌어들인 예들을 발견한다.
스위스인 베르너 키저는 헬스클럽에 고객을 모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기계를 더 들여 놓을까? 가입비를 낮출까? ‘헬스클럽에 오랫동안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 건강의 ISO-9000 기준에 상응하는 빨래판 복근을 만들지 못해서 자포자기에 빠진’ 만년 잠재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로 보였다. 그러나 키저가 선택한 콘셉트는 엉뚱했다. ‘강한 등은 통증을 모른다!’
키저는 ‘건강을 지향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이라는 모토 아래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국민질병 ‘요통’을 상기시킴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했다. 그는 독특한 기업이미지통합전략을 만들었다. 그의 피트니스 스튜디오는 금욕주의적이고 검소하고 거의 청교도식의 엄격함이 흐른다. 요란한 댄스음악 대신 담당 의사가 대기하고 있고, 러닝머신 대신 육체 지지 기능에 관련된 근육을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 있는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다. 키저에 오는 고객층은 평균연령 44세에, 특별히 운동에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다. 고객의 80퍼센트가 이전에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본 적도 없었다.
키저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피트니스센터들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고객’들을 모아서 한시적 독점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가 피트니스센터라는 개념을 새로 발명한 건가? 그가 피트니스센터라는 개념을 새로 발명한 건가? 아니다. 그는 단지 ‘피트니스센터의 고객은 누구인가’, ‘어떤 환경으로 그들을 끌어들일 것인가’에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그는 현 상황을 일관되게 파헤쳤고 새로운 길을 갈 충분한 용기가 있었다.
진정한 경기장은 경계선 밖에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자를 너무 좁게 정의하고 있다. 최근 참석했던 오스트리아 혁신상 수여식에서의 일이다. 그곳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길로 가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많은 중소 기업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업계의 비슷한 기업들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알려주고 싶었다. ‘그들은 1차 경쟁자일 뿐이에요. 그들이 경쟁자의 전부가 아니라고요!’
>>>> 오늘날 경쟁은 ‘우선 관심’과 ‘시간’에서 발생한다.
고객은 그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상품과 기업에 관심을 준다. 감성의 방향이 직접적인 관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관심이 가는 쪽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점점 더 익숙하게 느낀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일은 우선 자기 사업을 어느 정도까지 최대한 확장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스스로를 아주 좁게 ‘무엇(상품과 서비스)을 하느냐’ 만으로 정의를 내리면 경계 너머를 볼 수 없다. 가령 그들은 “우리는 과자류를 생산합니다”라고 천명하면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설명한다. “우리는 하노버, 뉘른베르크, 그라츠에 3개의 전자동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가끔씩 스스로에게 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로 시작하면, 이 기업은 도넛이나 케이크 같은 제품을 만드는 다른 대형 빵집과만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회사, 카페 등 ‘소액으로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것’과의 경쟁 관계를 검토한다.
핵심 역량을 다르게 정의 내리면 전개가 달라지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지만, 고객은 언제나 사과를 배와 비교한다! 환상적인 맛의 에스프레소와 특별한 공간을 결합하는 데 성공한 작은 카페를 황량한 내부 인테리어를 한 대형 빵집 체인점은 두려워해야 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우리는 네바다 사막 위에 세워진 전세계 오락의 수도, 라스베이거스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감상했다. 가히 환상적이었다! 전세계를 돌면서 이런 최고의 쇼를 매일 밤 공연하는 이 기업이 한 무리의 캐나다 히피들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것을 해결해볼까?’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이 회사의 사장 다니엘 라마는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력한 말이다! 우리는 아쉽게도 하루를 ‘도대체 금요일 오후는 언제 오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가 전하는 열정은 아주 생생해서 즉각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캐나다 최고의 무희수출 상품인 이 대형쇼는, 1984년 퀘벡의 히피들이 최대한 소시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조촐하게 먹고살만한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게 시작했던 이 기업은 현재 1년 매출액 6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차원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되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을 때 말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들은 서커스를 보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서커스로 끌어들였다. 그들은 서커스를 아예 새롭게 발명했다. 그래서 태양의 서커스에 그냥 서커스를 대비하는 것은 실내악 연주단과 롤링스톤스의 조합만큼이나 동떨어져 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텐트, 먼지 덮인 바닥, 딱딱한 의자, 지루한 동물 공연, 적당히 우스운 광대, 이런 것들은 태양의 서커스에 없다. 이 기업은 징징대는 아이들과 신경이 곤두선 부모 대신에 요구 정도가 높은 성인과 회사들을 목표 고객으로 삼았다.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 연극, 오페라, 영화, 식당, 나이트클럽, 그 모두와 경쟁하되 압도적이다. 각각 별개의 서커스 공연이 아니라 연극이나 오페라처럼 일관된 줄거리 속에서 서커스가 연출된다. 직원들의 성과를 치하하는 행사를 하거나 최고의 고객에게 접대하려는 기업 및 개인 고객은 이들의 입장권에 일반 서커스보다 몇 배의 돈을 기꺼이 지출한다.
이 기업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세부적인 비결은 멀티캐스팅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동일의 ‘최상의’ 쇼를 연출한 것이다. 연기자를 모집하기 위해서 20여 명의 선발 요원이 항시적으로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나 쇼’O’에 나오는 아제르바이잔의 궁수, 인도 서커스에서 온 ‘뱀 소녀’도 이들이 선발했다. 선발된 연기자들은 파견되면 어디서든 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도록 훈련 받는다. 기계적인 습득이 아니라 표현력과 즉흥성까지도 말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행기로 날아가는 대신에 공연장 문 밖으로 날아간다.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적인 상표가 되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터브랜드에 의하면 이 기업은 세계의 브랜드 중에서 디즈니보다 앞인 22위를 차지했다. 이 기업은 결코 비용을 낮추면서 창의성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수입의 70퍼센트는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서 재투자된다. 다시 한 번 다니엘 라마의 말을 인용해보자. “’태양의 서커스’는 곧 창의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뉴욕, 모스크바, 라스베이거스의 수준 높은 쇼를 보는 관객마저도 이들이 제공하는 꿈의 세계로 납치되기 위해서 기꺼이 150유로를 지불한다. 잘해봐야 어린 시절의 추억에 불과했던 서커스에 태양의 서커스가 새롭게 마술을 건 것이다.
그렇다. 가능하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시장과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쟁을 잠시 뒤로 하고 수평적 사고를 함으로써, 유사-독점 상태를 만들어내고 파괴적인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포지셔닝, 즉 ‘성장이 가능하도록 출발점이 되는 위치’를 새롭게 찾아내서 일시적으로 독점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독점을 ‘시장의 실패’라고 표현하지만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좋은 사업 모델이다. 원조 쇼비즈니스의 중심지 라스베이거스처럼 말이다.
얼마 전 독일에서 라스베이거스가 공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베를린 출신 스타 건축가 한스 콜호프가 높은 실업률과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독일의 수도가 본받아야 할 경제 발전 모델로 라스베이거스를 들었다. 그는 이 발언으로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물론 그는 동물조련사인 지그프리드와 로이를 독일 의회에서 공연하게 할 생각도, 쿠담에 카지노들을 지을 생각도 없었다. 주요 항구나 항공 거점도 없고 콘체른과 대형은행의 본사도 몇 개 안 되는 데다 섬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 거의 완전하게 산업공동화된 대도시 베를린의 상황을 기회로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했을 뿐이다. 라스베이거스도 사막 한가운데 있지만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거대한 가치창조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 도시로 몰려오고 있다. 유니크한 체험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베를린은 역사, 정치, 문화, 쇼핑 등이 아우러진 유일무이한 조합을 가지고 방문자들에게 어떤 잊을 수 없는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베르너 폰 지멘스와 에밀 라테나우가 다시 살아나서 제2의 산업혁명을 일으켜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적인 사례가 없지는 않다. 한스-페터는 아직 다니엘 라마만큼은 아니지만 <허황된 오리와 그의 사정>과 <야수와 미치광이>같은 쇼로 식당업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그는 절대로 고급 식당에는 들어가지 않을 손님들에게 100유로가 넘는 저녁식사를 팔고 있다. 그가 식사와 함께 유니크한 쇼를 연결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른 요리사와 식당 주인들은 여전히 그들의 경쟁자를 옆 골목 식당으로만 믿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는 영화, DVD, 쇼핑, 연극, 스스로 요리하기, 기타 수많은 것들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같다. 이것을 확실히 머리에 집어넣은 사람은 경기장 바꾸기의 두 번째 단계도 성공하게 된다.
05 하품은 조직의 적신호다.
비엔나 경제대학 국제경영학과에서는 정기적으로 실물경제에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다. 학생들에게 졸업 후 사회에서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그날의 강사는 갓 민영화가 된 대기업의 이사였다. 맞춤 양복을 입고 완벽한 자세로 등장한 나이 지긋한 이 남성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과거에 그가 다녔던 국영 기업 집단의 모든 면을 과장되게 자랑했는데, 특히 멋진 인턴사원 프로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마무리를 할 때가 되자 그는 즉흥 질문으로 강의를 멋지게 끝내려 했다. “우리 회사의 인턴사원 프로그램에 지원하겠습니까?”
갑자기 강의실에 죽음과 같은 침묵이 흘렀다. 학생들은 공책을 들여다보거나 천장을 보면서 강사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도 조금의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말할 수 없이 난감한 상황이었다. 초청자인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부드럽게 처리해야 할 의무를 느꼈다. 그래서 이 대기업 간부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 매끄럽게 상황을 구해낼 적절한 말을 찾아내느라 몇 초 동은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의 운전사가 그를 고급 리무진 뒷자석에 태우고 출발한 후에, 학생들은 그가 설명한 그런 기업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이런 반응이 왜 나왔을까? 그 경영자는 강의를 하면서 커다란 실수를 하거나 학생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과도한 자기자랑만 빼고 본다면 상당히 괜찮은 강의였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경영자와 직원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놀라서 도망을 치거나 두려움을 가질 만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인턴 사원 프로그램이 그의 말대로 과연 그렇게 훌륭할까’라고 심각하게 의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절대로 이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저 그들의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 안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나쁘다!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회사를 학생들에게 매력 있게 보일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젊은 인재들 앞에서 1시간이 넘게 떠들면서 어떤 메시지도 전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 회사에 맡기기에는 그의 호소력이 ‘빵점’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찻잔에 든 미지근한 무알콜 맥주 맛만큼이나 자신의 회사가 맛있다고 얘기한 것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이 남자는 가슴에 포켓치프를 집어넣고 와이셔츠의 커프스단추까지 완전히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이었다. 단지 너무 지루했을 뿐. 나쁜 분위기는 없었지만 좋은 느낌도 없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의 감이 옳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회사에 대해서 나중에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계급 체계가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것처럼 경직되어 있었고 이 회사 직원들은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곧바로 그들의 창의성과 자발성 그리고 열정을 문 뒤에 설치해 놓은 옷걸이에 걸어놓고 일을 시작했다. 재능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사막이었다. 지금은 그곳도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는 우리도 이렇게 말했다. “누가 여기서 일하기를 원하겠어?“
‘누군가 원한다’,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 과거에는 기업이 직원을 선택했다.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와서 면접에서 얌전하고 온순한 인상을 주는 사람에게 자비롭게 일자리를 주었다. 그러나 최고의 인력을 위한 노동시장은 지난 몇 년간 180도 변했다.
>>>> 최고의 인재들은 스스로 자신의 회사를 찾는다.
우리는 지금 최고의 인재, 신창조적 계급, 부가가치 창조의 보증수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높은 잠재력을 소유한 사람들은 구글이나 BMW에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촌구석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업에서 일할 필요를 느끼겠는가?
실리콘밸리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곳은 재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다. 창조적이고 수평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각 분야의 천재들이 그곳으로 모여든다. 실리콘밸리의 명성에 이끌려 저절로 그렇게 된 것 같은가? 아니다. 그곳 CEO들은 이미 훌륭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들이 기꺼이 입사원서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 몸소 스타처럼 회사를 홍보하고 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최고의 작업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 회사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이 되어야 한다.
인재를 잃는 확실한 방법은 ‘나사 돌리기’
기업 전략에서 직원이 얼마나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는가? 가끔은 아주 작은 것을 통해서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비싼 양복에 어울리지 않게 지저분한 구두를 신은 모습 같은 것 말이다. 유통 체인 슐레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업원칙’을 한 번 보라. “직원들의 자발성과 함께 생각하는 의욕을 고취한다.” 이것이 목표라고 한다. 듣기 좋다. 그런데 실질적인 정책들의 어디에서도 이 목표를 찾아볼 수 없으니 문제다. 구매정책, 판매정책, 고객정책, 홍보정책, 인사 및 조직 정책····인사?
>>>> 인사정책이란, 사람을 향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의 수요에 적응하는 얼굴 없는 대중을 말하는 것이다.
직원이 아니고 ‘인사’라니, 이렇게 거리감을 느끼기도 힘들다. 슐레커와 거의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디엠은 완전히 다르다. 디엠의 세 가지 기업원칙 중 두 번째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발전 가능성을 제공한다’이다. 그리고 그 아래 ‘디엠의 고객을 위한 원칙’과 ‘디엠의 직원을 위한 원칙’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른 정신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디엠의 표어는 ‘여기에서 나는 인간이다. 나는 여기에서 구매한다’이고 슐레커의 표어는 ‘현대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회사’다. 가격? 중요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얼마나 더 중요한가?
영리한 조직은 자석이다. 자석은 최고의 인재를 끌어당긴다.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찾는다. 그들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 직장에서 보낸다. 디엠의 직원들은 항상 ‘많은 상점에서 일을 해봤지만 이곳 디엠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회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 투자자? 모든 것을 얻는다! 왜냐하면 직원이 회사이기 때문이다. 계속 발전하고 혁신하고 싶은 회사에는 ‘재밌어서 자꾸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환경을 창조’해가는 직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직원이 ‘조직정책’의 첨가물이 아니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청의적인 인재는 기업에 혁신력을 끌어온다. 그러나 그 힘을 발현할 수 있게 해주어야만 한다. 사람들이 최고의 상태로 실력을 발휘하려면 ‘그냥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순수하게 기능적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이 나사를 오른쪽으로 돌리라고 말하면 기꺼이 모든 나사를 오른쪽으로 돌릴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낫다. 왜 최고의 인재를 채용해 놓고 할 일과 말 일을 지시하는가? 치과의사에게 드릴을 어느 치아에 가져다대라고 지정하는가?
베스트 11은 경기마다 바뀐다.
바이에른 뮌헨이나 첼시, 레알 마드리드의 매니저는 선수들을 뭐라고 부를까? 피고용인? 노동자? 인적자원? 그렇지 않다. 그들은 ‘우리 선수들’ 혹은 ‘재능 있는 사람들’, ‘게임메이커’, ‘능력자’ 등과 같이 훨씬 더 그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호칭을 사용한다. 선수들은 언제든지 다른 곳에서 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다. 축구계는 오래전부터 선수가 팀이자 축구 클럽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비즈니스 세계는 그걸 모르는가?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음대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이어서 이렇게 묻는다고 상상을 해보자. “여러분 중에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뭐라구요? 학생들은 당연히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묻는 것은 질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베를린 필하모니, 비엔나 필하모니, 암스테르담 콘세르헤보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는 다음 해에 연주자들의 수가 줄어들까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최고의 음악가들을 끌어당긴다. 현재 문화사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충성과 복종의 대가로 평생 ‘사무실 감옥’에 채용하겠다는 조건이 매력적인가? 일이 회색빛이고, 직원들은 회색 건물 안에서 꾸물꾸물 기어 다니고, 회색 경영자가 회색 직원들을 통치하는 이런 기업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이것은 기업들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맞는 최고의 인재를 찾고 또 발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번 새롭게. 시스코나 SAP, BMW 같은 기업은 이미 프로젝트 구조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들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엄청난 흡인력을 발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노련한 수비수의 경험보다 젊은 공격수의 스피드
기본적으로 무척 간단한 이야기다. 스타가 스타를 끌어당기고 패배자가 패배자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중간급은 중간급을 끌어당긴다. 항상 그래 왔다. 단지 과거에는 그 차이가 그렇게 결정적이지 않았을 뿐이다. 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천천히 돌아가서 마지막에 파이가 모두에게 충분히 돌아갈 것처럼 보였을 때는 최고와 중간과의 사이에 거리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최근에는 그 거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승리자는 계속해서 거리를 넓히면서 앞서 나간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게 패배자로 추락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추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빨라야 한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충분한 ‘경험’을 쌓을 때까지 관심을 보여줄 만한 시간이 없다. 기업이 어떤 일자리를 놓고 특정한 사람이 경험을 쌓아서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 되기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일은 갈수록 보기 어렵다. 지식과 경험이 갈수록 빠르게 노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 오늘날에는 경험이 아니라 잠재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프로축구 구단은 왜 청소년 팀을 운영할까? 왜 클래식 케이블 TV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원할까? 왜 캐스팅 에이전트가 연극학교를 눈여겨볼까?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서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최고의 인재는 이미 오래전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충분한 ‘경험’을 쌓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곳 대신에 처음부터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직원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선사업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청소년들이 타락해버릴 수 있기에 이타적인 동기에서 청소년을 장려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기업은 사회사업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결국에는 누군가가 자신의 고객 앞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기업이 하는 일에 시장이 포상을 주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지루한 직원은 지루한 회사를 의미하고 지루한 회사는 지루한 브랜드를 의미한다. 반대로 강력한 브랜드는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이것이 메달의 양면이다.
구글은 여기에서도 모범이 된다. 이 기업은 성장하고 성장하고 또 성장한다. 매주 50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있고, 구글은 사원들의 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최고 중의 최고다! 최저 IQ 130의 인재들이 쓰러질 정도로 힘든 인터뷰와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이런 마라톤식 입사시험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구글은 미국에서 가장 매력 있는 기업이다. 느슨한 작업환경, 무료 구내식당과 휴게실, 높은 임금······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구글에서는 환상적인 것들을 실현할 수 있다. 그것도 최고 중에 최고인 직장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끊임없이 받아가면서! 인재가 인재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도 정기적으로 ‘고객서비스 상’을 시상한다. 그들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렇다. ‘우리는 삶의 태도를 채용한다!’
과거 독일의 <주간경제>가 회사 경영층에게 ‘어떤 브랜드를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는가’라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포르쉐, 구글, BMW, 페라리,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답이 나왔다. 이 각각의 회사에는 현대, 네노보, 닛산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최고 인재들의 입사원서가 들어온다. 내기를 해도 좋다. 브랜드는 기업의 외적 모습이나 상품으로서만이 아니라, 그 기업의 핵심, 심장, 정신을 관통한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그렇게 살려고 하는 경영자는 모든 강연과 공적인 모임에서 빛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여러분 중 누가 우리 회사의 인턴사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태풍처럼 모여들 것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많은 기업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명확하다. 그러나 실제는 아쉽게도 많은 기업들이 뒤에서 절뚝거리면서 쫓아가기 바쁘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저돌적인 공격수’를 견뎌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유순하게 적응 잘하는 ‘예스맨’을 채용하기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 기업에서는 자발성과 단호함, 위험을 감수할 마음은 그들이 중간 관리자까지 승진하는 동안에 단계적으로, 조직적으로 제거된다. 그것도 기업이 돈을 대고 권장해서 말이다.
06 완벽해질 시간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여름이 여름다웠다고, 겨울은 겨울다웠다고, 돼지머리는 더 살쪘으며, 모든 것이 더 좋았다. 우리는,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옛날이 훨씬 단순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와 대박 상품 하나만 있으면 샴페인을 터트리고 10년을 편히 지내던 호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한 번의 실력행사로 진정으로 강력한 시장 위치를 점령하면 되었다. 그러면 당분간은 사무실에 있는 고무나무에 물이나 주고 은행구좌나 관리하면서 살 수 있었다.
폴크스바겐이 그랬다. 어느 날 털털거리는 전형적인 엔진 소리가 나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자동차, 비틀을 시장에 내놓고 30년 이상이나 컨베이어벨트를 돌려서 조립만 했다. 그러다 가끔씩 아주 최소한의 변화를 주었다. 한 번은 뒤쪽 유리창을 조금 키우고 한 번은 와이퍼 길이를 조금 늘였다. 그게 다였다. ‘그는 달리고, 달리고, 달린다.’ 이 전설적인 광고 문구는 경영층의 구호로도 통했다. 그때는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템피 파사티!’ 다 지나간 일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급격하게.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경영자들은 여전히 구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한 방’ 터뜨리면 평생 경쟁 우위에 설 거라는 미신을 여전히 믿고 있다.
>>>> 지속적이고 모방 불가능한 경쟁 우위란 더 이상 없다.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로타 슈페트는 ‘세계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세계화에게 전화를 걸어서 항의하라’고 했다. 세계적인 초경쟁 시대에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란 없다. 다트머스 대학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다브니 교수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기사도는 죽었다. 새로운 행동 코드는 현 상태를 뒤흔들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 속에 있다. 한 동작, 한 동작마다 일시적 경쟁 우위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 속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영악함, 빠름, 기습 전략이 요구된다.’
기업 비밀이 꽃가루처럼 퍼져나간다.
그러면 누가 이 초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굼뜬 거대 유조선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조정되는 재빠르고 유연한 쾌속정이 살아남는다. 똑 같은 상품은 이제 안 된다. 요즘은 고객이 전세계 어디에나 있고 그들의 요구는 갈수록 더 개별화되고 있다. 그래서 공급자는 최대한 빠르게 새롭게 만들어지는 틈새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메르체데스 벤츠는 이것을 이해했다. 그 동안에 얼마나 많은 모델이 나왔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A,B,C,D,E,G,R,S,CL,CLK,CLS, SL, SLK, ML, GL······빼먹은 거 없나? 그리고 모델 순환 속도도 짧아진다. 1980년대에는 순환주기가 10년이 조금 안 되던 것이 이제는 6년에 한 번은 새 모델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빠른 속도의 경쟁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는 M-TV스타일로 움직인다. 그래서 좋았던 옛 시절은 이제 완전히 지나가버렸다. 더 이상 안락함은 없다. 여러분은 이 말을 믿어도 좋다. 왜 그럴까? 무엇이 변한 것인가? 네트워킹이다. 지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던 사람들 사이의 연결망이 생겨났다. 우리는 어떤 비밀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소한 기업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새로운 지식이 생겨나면 그것은 봄에 꽃가루가 퍼지듯 당장에 확산된다. 그러면 당신은 그것으로 인공수정을 시키거나 아니면 알레르기를 얻게 된다. 어느 쪽인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
>>>> 지식은 더 이상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네트워킹으로 새로운 지식은 즉각 확산되고 기업 비밀은 깨진다. 혁신적 기업의 대명사격인 SAP가 종이 한 장 차이로 인터넷 기술에 접속하는 시기를 놓쳐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모토롤라도 단 10년 내에 두 번이나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 자동차업계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지금은 BMW의 디자인 최고 책임자를 영입해서 기존의 경쟁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적 자본 흐름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거대한 몸통만 믿고 우직하게 한 방향만 고집하는 기업은 갈수록 빠르게 위기에 처하게 된다. 스미스 선장과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는 초호화 정기선 ‘타이타닉 호’를 생각해보라.
최첨단 관료주의 ‘CC 신드롬’
침몰하지 않으려면 짐을 버려라! 갑판 위에 놓여 있는 짐들이 구명보트로 가는 길을 막는다. 관료주의를 버려라. 큰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그리고 단단한 땅 위로 돌아와라. 덕목 강박증을 버려라(가령 완벽주의나 성실 같은 것).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절대주의’라는 장벽을 부숴라. 그렇지만 호네커식의 무조건적이고 대세순응적인 구조도 함께 없애버려라. 이런 것들을 해내는 기업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고태도를 갖추게 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함께,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어떤 것도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올바른 사고태도는 오늘날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규모와 시장권력보다 더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자. 짐은 어디에 있는가? 4곳에 있다. 관료주의, 크기에 대한 집착,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것, 마지막으로 절대주의(폐쇄주의)라는 장벽.
비엔나의 한 대형 은행에 갔을 때였다. 비엔나에서 대화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메랑에와 물이다. 우리의 만남도 그랬다. 우리를 초대한 사람은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인터폰 버튼을 누르고 비서에게 음료를 주문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음식배달회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음료가 조금 늦게 도착할 것이라고 사과를 했다. 1분이 지나자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오더니, 주문이 회사업무 규칙에 따라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서류에 상관의 서명을 받았다. 10분쯤 후에 음식배달회사 직원 두 명이 메랑에와 물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물론 우리 대화의 동기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을 추가로 요구하는 서류와 함께. 서류, 확인, 서명, 서류, 확인, 서명······. 이 모든 것이 질서를 위한 것이고 이 커피를 개인적인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업무상 필요해서 마시는 것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절차다. 그렇다면 이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하지요. 나는 언제나 관료주의에 반대해왔습니다.” 모든 경영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관료주의와 싸워왔다! 우리 회사에는 이미 오래전에 관료주의가 사라졌다! 관료주의를 서류에 구멍을 뚫고 철을 하는 것, 기자의 피라미드 높이로 쌓인 서류더미, 길고 긴 결재과정 등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것이 전산망으로 연결되고 팀 단위로 조직되어 있어서 대화 채널이 짧아졌다 해도 이런 의사소통의 새로운 형태가 관료주의적인 구조를 정말로 파괴했을까?
요즘에는 이메일을 36명이나 되는 프로젝트 팀장들에게 CC로 보내는 열풍이 불고 있다. CC(참조메일) 신드롬 혹은 CYA(조심해라) 신드롬. 이것으로 한 가지는 이루어냈다.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 받은 편지함이 늘 꽉 찬다. 잘해봐야 간접적으로나 도움이 될 소식들로 말이다. 그러나 실수로 어떤 메일을 편지함에서 지워버렸다가 “CC로 보낸 정보인데 왜 모르고 있죠?“라는 말이 돌아온다. 많은 기업들이 일단 인쇄된 이메일만을 유효한 서류로 간주한다는 미신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기로 한다.
작업장, 프로젝트 팀, 위원회 등에서 행해지는 끝없는 회의는 어떤가? 적지 않은 수의 기업에서 직원 개인당 회의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대학졸업을 위해서 공부하느라 보낸 시간의 합보다 더 많다. 회의중에 소비되는 커피와 과자들 때문에라도 의사들은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특히 회의가 어떤 일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집단에 넘기려는 목적의 것이라면 없어져야 마땅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열리는 회의 중 절반을 직원들의 일정에서 지워버린다고 해도 무엇인가를 놓쳐서 업무에 지장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
관료주의를 비난하는 일은 CEO들의 오래된 권리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요즘은 좋은 직원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 행동이 뒤따르고, 언제 실천하는가이다. ‘바보 같은 규칙 하나를 없애라!’ 미국의 커머스뱅크는 이 캠페인을 하면서 불필요한 규칙을 하나 발견할 때마다 발견한 사람에게 50달러씩 주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몇 달 동안 회의를 하고 결국에는 관료주의를 없애기는커녕 더 만들어내는 ‘관료주의 타파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종이 위에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규칙들을 3줄로 쓰시오. 그러면 당신은 오늘 저녁 장을 볼 때 50달러를 더 쓸 수 있을 것이오.’ 우리를 실질적으로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이처럼 간단한 것들이다.
2005년 마크 허드가 칼리 피오리나의 후임으로 휴렛 팩크드의 대표이사가 되었을 때, 그는 고객과 그 사이에 약 12개의 관리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체 1만 7,000명의 마케팅 직원들 중에서 1만 명이 고객과 어떤 접촉도 없고 어떤 물건도 판매하지 않는 관리직에 있었다.
마크 허드는 그것을 흔들어서 바꿔놓았다. 그는 계급 체계를 없애버리고 마케팅을 새롭게 조직했다. 그는 오늘날 불필요한 계급 단위와 그것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관료주의를 더 이상 허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기업의 관료주의는 수영선수가 발레복을 입고 출발선에 선 것과 같다. 기업이 크면 클수록 그 특성상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두 마리 공룡이 뭉치면 빙하기를 견디기 쉬워질까?
자신의 문제를 지속적인 매입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기업은 두껍고 과대하게 불어난 기구가 생겨나고 결국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다. 두 마리 공룡이 다음에 오는 빙하기에 살아남기를 기대하면서, 훨씬 더 커다란 공룡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결혼식을 계획한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업은 종종 자만심과 자기만족으로 스스로를 결박한다. 대기업의 대표자들은 언론과 이웃 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아부를 받아서 언젠가부터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기만족에 평범함이 추가되면, 그 기업은 추락이 예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산업연맹의 전 회장 한스 헨켈의 말은 옳다. 그 형태는 언제나 똑같다. 합병이 발표되면 주가는 하늘로 치솟는다. 왜냐하면 아주 많은 것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그릇된 기대를 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과 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짝짓기를 하면서 동시에 달리려는 엄청나게 어려운 시도다.
냉정한 현실은 다르게 나타난다. 사실 기업이 클수록 이윤을 많이 낸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합병 다음에 광범위한 각성이 이루어진다. 부족한 유연성, 내부 권력투쟁, 높은 통합 비용 등이 앞서 계산했던 합병의 장점들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최소한 기업 구조가 상호호환성이라도 있었다면! 그러나 이미 늦었다. 공룡들끼리 합병에 정신이 팔린 사이 경기장 밖에서 빠른 전환성을 내세운 새로운 기업이 어느새 진입해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합병을 통해서 지배하려는 노력을 내부 및 외부와의 일시적 동맹으로 대체해야 한다. 네트워크가 유연하면 할수록 체력이 강해진다. 동시에 정체성과 핵심 가치가 합병 상대방과의 타협으로 희미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더 강력해진다. 고어-텍스라는 브랜드명으로 더 유명한 기업 고어가 이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어떤 조직 단위에서도 직원이 200명을 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에어 베를린과 니키 두 항공사의 운영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광범위하게 업무 협력을 하고 공동으로 예약 사이트를 운영하지만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다.
불완전한 상품을 출시하라.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미리 말하자면, 우리는 사람들이 두통약을 먹자마자 잘못되어서 상해보험을 청구한다거나 새 에어버스를 타자마자 얼마 안 가서 추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제약업계나 항공기 제작 산업에서는 극단적인 철저함이 분명히 필요하다. 단지 문제는 모든 분야에서 같은 정도의 ‘완벽한 안전성’을 추구하는 일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신제품마다 죽을 때까지 테스트하고, 패널 테스트를 실시하고, 연구 그룹이 다시 테스트를 하고, 시장 테스트를 한 직후에, 또 나머지 테스트를 진행할 만한 시간이 없다. 그런 옛날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 오늘날에는 시도하고 수정하고, 시도하고 수정한다.
그리고 또 다시 시도하고 수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신제품을 베타 버전으로 시장에 우선 내놓는다. 그러고는 작동 실수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잘못을 수정한다. 기업이 공정하고 베타버전도 공정한 것으로 알려지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뒤에는 단순한 진실이 숨어 있다. 기업은 그들의 적응 속도가 최소한 그들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환경의 변화 속도보다 빠를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
철저함의 정신 외에 절대주의라는 벽 또한 타파 대상이다. “이 모든 것은 내 것이다. 내가 이 제국을 지배한다. 신하여, 나를 카이사르라고 부르는 것을 하락하노라!“
이렇게 명확하게 주장하는 경영자는 앞으로 꺽어지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게 될 것이다. 권위를 회사 내부에서만 찾는 사람도 통신망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지식사회에서 갈수록 찾을 것이 없어질 것이다.
‘개발은 네트워킹이다.’ 프록터 앤드 갬블의 구호다. 래플리 회장은 다음 1년 동안에 혁신의 50퍼센트가 기업의 외부로부터 오게 만들 계획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누군가 이미 시험관을 흔들고 있다면 당신이 직접 해볼 필요는 없다. 대신 그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를 알아보라.
프록터 앤드 갬블은 이런 네트워킹을 지원하기 위해서 ‘글로벌 네트웍스’라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구조의 목적은 원료 공급자, 대학, 연구소, 나인시그마, 이노센티브와 같은 혁신기술 중개회사들과 적극적인 연결 구조를 가지는 것이다.
프록터 앤드 갬블의 사례는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산업 분야에서 생각하고 있던 혁신경영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전적인 파이프라인 모델은 그 효력을 다했다. 혁신은 ‘기업 내의 분업’이라는 경계를 넘어서버렸다. 제조 산업과 마찬가지로 아이디어에도 원료공급자, 구매자, 상인이 있다. “외부에서 오는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심을 가져라. 왜냐하면 그것은 새로운 것이고 게다가 우리가 발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의 의미는 담 쌓기다! 래플리는 이런 전통을 급진적으로 파괴하려고 한다.
오늘날 혁신의 본질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혁신은 한 분야를 넘어서는 것이다. 혁신은 전세계적인 것이다. 그리고 혁신은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다. 기업을 둘러싼 벽을 허물어라! 자신을 고립시키면 결과는 처참할 것이다.
07 극도로 짜릿해야 반응한다.
런던에 간 적이 있다. 우리는 밤에 이 멋진 도시의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새 우리는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돌아섰을 때 갑자기 우리는 날카롭게 빛나는 커다란 광고판을 바라보게 되었다. BMW Z4 Coupe. 와우. 그 은빛 스포츠카는 우리를 향해 똑바로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기발한 디자인,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파란색 바탕에 큰 흰색 글씨로 단 두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극한의 짜릿함’
우리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했다. 바로 이거야. 오늘날 상품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타협할 수 없는 흥분감! 가속 수치 같은 이야기는 없다. 에어백의 개수나 차체 보증에 관한 이야기도 없다. 어차피 모두가 BMW에게 이 시대 최고의 기술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 사람들은 강력한 느낌, 유니크한 체험을 흥분한다.
그 광고가 주는 시각적 자극이 즉각 순수한 아드레날린으로 변했다. 극한의 짜릿함! 잠깐만, 이것도 쓸데없이 젤을 머리에 잔뜩 바르고 보라색 안경을 쓴 돈만 많이 받아내는 광고장이가 말장난으로 만들어낸 엑스터시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다! BMW의 사람들은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은행에서도 디즈니랜드를 꿈꾼다.
‘역동성, 도전, 문화.’
BMW는 이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대변하는 최고급 브랜드다. 개발 단계에서 BMW가 집중적으로 던지는 질문도 바로 이 세 가지다. 우리의 상품은 정말로 역동적인가? 도전적으로 느껴지는 강력한 감성을 가졌는가? 수준 높고 문화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인가? 새로운 자동차에 전형적인 BMW라고 정의할 수 있는 미학적인 자극이 있는가?
BMW의 ‘유니크한 체험’은 우연이나 광고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상품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섬세하게 기획된다. 엔지니어, 설계사, 그리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회사의 차가 BMW답게 되도록 팀워크를 발휘한다. 1년에 한 번 있는 워크숍에서가 아니라 매일. 이렇게 통합된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생명력이 있다. 반드시 고객에게 포상을 받는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명확한 것이 있다. 브랜드가 끝없이 확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명확한 한계를 가진 인간의 개성과 같아서 끝없이 확장할 수 없다. 그래서 브랜드도 능동적이어야 한다.
>>>> 브랜드는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사람들을 끌어당겨야 한다.
이와 정반대의 현상을 우리는 어떤 은행에서 경험했다. 은행이라는 업종이 롤링스톤스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은행이야말로 순전히 감성에 의지해서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신뢰’라는 덕목만 해도 그렇다. 여러분도 신뢰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얼마 전에 어떤 은행의 전략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형식적인 인사가 끝난 다음에 이 은행의 간부가 그의 동료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의 머리카락 중 제자리를 벗어난 것이 한 올도 없었다. 짐작컨대 그는 자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도 그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쥐색 같은 회색 양복. 그의 동료들도 양복 색깔에 대한 지배적인 교리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었다. 쥐회색, 돌회색, 맥빠진 회색, 얼간이 회색. 이 양복들은 본사 구매부에서 모든 간부들을 위해 일괄 주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 외에는 이런 믿을 수 없는 복장의 동질성에 대해서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의 비서가 건네준 메모를 보면서 우리를 그의 동료들에게 소개했는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들어 있었다. ‘아냐 푀르스터와 페터 크로이츠 두 분은 기업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업계를 넘어 멀리 바라보고 직접적인 경쟁에서 해방되라고 말합니다. 저서 <디퍼런트 씽킹>을 보면 이분들은 멋진 상품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가 ‘열정’과 ‘멋진’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기 전에 몸을 살짝 떨었다. 이 단어들을 마치 징그러운 것을 집게로 집어서 눈앞에 들고 있는 것처럼 길게 발음했다. 그가 말하는 도중에 우리가 끼어들었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면서 그의 단어를 따라 외쳤다. “열정! 멋진!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여러분은 이런 개념들을 회사생활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하십니까?“
은행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당신들은 왜 창구에서 벌거벗은 채로 물구나무를 서면서 고객들을 맞이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것처럼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리는 설명했다. 은행이 가치창조에 대해 약속할 때 비물질적인 관점이 더 중요해질수록 (사실 은행 창구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제외하고 은행에서 물질적인 것은 또 무엇이 있는가?) 감성을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서는 가치로 이동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유용해진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욕구가 다양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아리엘 컬러, 아리엘 소프트&클린, 아리엘 콤팩트, 아리엘 컬러&스타일, 아리엘 순수, 아리엘 후레쉬 등등 제품의 종류를 다양하게 구비하면 되는가? 틀렸다. 오늘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과도하게 다양한 제품군을 본다면 옛날 클레멘티네는 헛갈려서 아마도 정신을 못 차렸을 것이다.
현재의 고객들은 환상적이고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품에 더해서 총체적인 체험을 원한다. 디즈니 파크나 극장에서만 그런 체험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업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과 감성적인 접촉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프록터 앤드 갬블, 지멘스, IBM, 루프트한자뿐만 아니라 은행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기업, 모든 부서, 모든 프로젝트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입 베어 물고 싶은 디자인
체험은 여러 가지 감각에 호소하고 그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느낌과 연결되어서 그 체험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확장하고, 감성을 깨우고, 친지들 사이에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어떤 것. 해프닝이 중요한 것이다.
가령 스타벅스 체험은 그곳에 가기 전의 설렘에서 시작된다. 고객은 시내로 간다. 좋은 카페를 향해서. 어떤 시시한 싸구려 카페가 아닌 고객에게 현대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는 그런 곳이다. 상품을 고를 때부터 고객은 직원들로부터 친구처럼 환영받는다.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는 여유가 있다. 손님은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안락한 소파나 부드러운 의자에 앉아서 긴장을 풀 수가 있다. 스타벅스에는 당연히 무선 랜이 설치되어 있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일자리가 신분의 상징인 이 시대에 카페에서 그냥 빈둥거리는 짓은 아무도 누릴 수가 없는 사치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손님들에게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서 자신이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무선 랜 시설은 ‘우유와 휘핑크림을 5대5로 섞어서 진한 우유 맛이 나게 한 다음 레몬즙을 떨어트린 커피’를 온라인으로 바리스타에게 주문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 발음의 악센트와 억양이 틀리거나 그 외에 주문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민망한 상황들을 피할 수가 있다.
전세계의 스타벅스 팬들은 시내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드시 ‘스타벅스를 마셨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제3의 장소’를 창조했습니다. 그 점이 우리를 경쟁자들과 차별화시킵니다. 이 ‘제3의 장소’는 직장과 집의 저편에 있는 장소입니다. 우리 고객들이 도피할 수 있는 곳이지요.“ 스타벅스의 총괄매니저 낸시 오솔리니의 말은 ‘스타벅스는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가치)를 판매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낸시의 말은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가 했으면 훨씬 더 자연스러웠을 일을 왜 하필이면 역사상 지금까지 (상품의 시각에서 봤을 때) 특별한 커피문화를 보여주지 못했던 미국이 이런 카페로 세계를 뒤덮고 있는가를 설명해준다. 그저 한 잔의 커피일 뿐인 것을 삶의 느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점도 눈에 뛴다. 당연히 스타벅스의 커피 품질은 대단히 좋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계 전체가 그렇게 오랫동안 작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품과 가격이 최고인 만큼 판매수익도 당연히 높다.
디자인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기업 알레시의 사장 알베르토 알레시 역시 이런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은 제조업이 아직 이해 못한 예술적, 시적 영감에 대해 엄청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비누 받침, 화장실 청소 솔, 주스 컵 등은 일상생활의 객체가 아니라 디자인된 꿈이다!“
알레시 말고도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몇몇 다른 기업이 있다. 노키아, 나이키, 버진 등은 모두가 상품을 강력한 체험 요소와 함께 판매하는 데 최고의 선수들이다. 애플을 예로 들어보자. 한입 베어낸 사가 모양을 한 이 컴퓨터 상표는 빠른 모델 순환기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이 회사의 모든 상품을 애플 사의 제품이라고 알아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우리는 화면의 단추들을 빨어먹고 싶을 만큼 천재적으로 디자인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운영 체계 Mac-OS가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디자인이 결정적이었다.
아픈 사람만 치료하는 의사는 도태된다.
강의 차례가 오기 전에 그 의료보험회사의 자부심에 가득 찬 경영진들은 지난번 워크숍의 성과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자랑할 만했다. 새로운 공격적인 판매전략, 신선한 광고행사, 직원들에 대한 친절교육, 매장마다 새로운 인테리어, 개장 시간의 연장 등등. 그리고 직원들을 위한 동기부여 주말행사와 아이디어경영을 위한 최신 이론의 적용. 그들이 게으르게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조치들의 홍수를 보면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다.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 없었던 것이다.
>>>> 당신들은 누구이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무엇이 당신들을 유니크하게 만드는가?
당신들은 고객들에게 어떤 체험을 제공하는가? 지점에서뿐만이 아니라 주차장에서 혹은 버스정류장에서, 그곳으로 가는 길에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서 무슨 체험을 하게 만드는가? 당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미래의 고객들에게 진정한 효용을 제공하는 최신 기술을 결합한 당신들만의 행동을 어떻게 새롭게 발명할 것인가?
거기에 아픈 곳이 있었다. 이렇게 설명해보자. 건강이라는 주제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을 찾았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자, 여전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자신의 일로 이해하고 있는 수많은 의사들에게 누가 ‘건강 컨설턴트’의 길을 가르쳐 줄 것인가? 의료보험사가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존재의미는 무엇인가? 의료보험사는 어디에서 어떻게 자신의 고객이 최고로 멋진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
감성적인 공룡이 살아남는 법
벌써 몇몇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앉아서 이렇게 말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로 멋진 기분을 선사하는 것만으로 다 될 수도 있겠지요. 세계적인 브랜드들 역시 그들의 상품에 감성을 부여하기 쉽겠죠. 고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상품을 판매하는 틈새시장 공략자들도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나는 B2B(기업간의 상거래) 분야에서 일한단 말입니다! (혹은 ‘나는 네트워크 공급업자예요.’ 혹은 ‘나는 나사를 판단 말입니다.’) B2B에서는 열정, 감성 같은 약해빠진 이야기들은 의미가 없어요. 여기에서는 그런 것이 안 통해요. 오직 확고한 사실만 쳐줍니다.“
감성과 체험이 역할을 하지 않는 산업 분야는 없다. 오늘날에는 B2B영역 역시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영역에서도 앞으로는 고객들이 가장 좋은 느낌을 선사하고 이해받고 있다 느끼게 하고, 고객들의 세계에 잘 맞는 그런 공급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뇌연구 학자들은 근본적으로 감성에 의해서 조정되지 않는 의사결정은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했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프라다 매장에 있든 혹은 대형기계 납품업자와 협상을 하는 중이든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B2B 영역에서도 영리한 브랜드 관리와 감성화를 통해서 어떻게 고객들을 팬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멋진 사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농기계 및 건설용 기계를 생산하는 존 디어는 1837년에 설립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말하자면 진정한 공룡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 성공한 공룡이다.
존 디어가 트렉터를 개선하기 위해서 포르쉐의 디자이너를 영입했을까? 미안하지만 아니다. 이 B2B 회사는 기존 상품을 보완하기 위해서 고객을 위한 지식 플랫폼을 만들었다. 존 디어의 농기계 혹은 건설용 기계를 구입하는 고객은 집중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지식 커뮤니티의 회원이 된다. 디어는 쌍방향 시스템을 통해 중요한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농부들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그들의 일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여기에 감성이 첨가된다. 이 회사의 시스템은 비슷한 문제를 가진 농부들을 서로 연결해준다. 그럼으로써 능동적으로 지식을 교환할 수 있는 주제별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주춧돌을 놓아준다. 이 시스템은 개개인의 농부들 그리고 그들의 생산성과 유일한 경험들의 중심에 서 있다. 수백 개의 비슷한 농기계 생산회사들이 있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이해받고 있다는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지원받고 있다는 느낌을 어디에서 받을 수 있겠는가?
당신의 좋은 친구, 여기서 기다립니다.
미국의 물류 거대기업 UPS 역시 B2B 영역에서 매우 일관되게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에는 소포를 정확하고 빠르게 세계 모든 곳으로 배달하는 것을 대단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은 대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러나 매끄럽게 흐르는 물류는 소리 없이 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감동을 받을 만한 일이 없다. 그래서 미국의 UPS가 내건 구호는 이렇다. “브라운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 구호는 건강한 자긍심을 일깨운다. 독일에서 노란색 차를 보면 우체국 자동차가 생각나듯이, 사람들에게 갈색을 보고 곧바로 UPS의 자동차가 생각나게 하려면 엄청나게 강력한 브랜드여야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일한다’라는 느낌이 더 결정적인 것이다.
UPS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의지하게 되는 좋은 친구와 같다. 믿을 수 있는 동반자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 바로 이것이 오늘날 UPS가 판매하는 것이다. UPS의 홈페이지에서 ‘브라운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를 클릭하면 지루한 상품개요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 도우미’라는 멋진 도구가 나온다. 우선 당신은 이 해결책 도우미가 물어보는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당신이 회사에서 맡은 일이 무엇인지. 당신의 회사가 어떤 분야에 속하며 지금 당신을 힘들게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질문들이다.
당신이 중소기업 사장인데 국제무역을 하고 싶지만 그곳의 게임규칙을 알지 못한다고 써넣을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웹사이트 중에 ‘국제무역 조언자’로 보내진다. 그곳에서는 당신에게 국제무역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들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 직접적인 UPS 상품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당신이 UPS의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무역에 관해 배웠다고 한다면 당연히 당신이 남아프리카로 보내는 첫 번째 수출상품을 UPS를 통해서 보내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좋은 친구는 항상 당신을 위해서 그곳에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사고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빠르게 이해한다. 유통콘체른 두글라스에는 140명의 관리자들 중에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두글라스는 이해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성의 고용비율이나 ‘정치적인 옳고 그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제는 경제이지 사회적 정의가 아니다. 다만 두글라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냐고? 두글라스는 대부분의 경쟁자들과 달리 우리가 우리의 잠재 능력 중 절반을 포기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두글라스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회사다. 그리고 고객의 대다수가 여성이다. 다른 여성에게 무엇인가를 판매하려는 여성은 그녀들을 바비인형처럼 취급하지 않고 그들의 욕구와 바람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향수와 화장품만 판매하려고 하지 않고 고객의 꿈을 채워주려고 한다. 요구 수준이 높다고? 맞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보상도 큰 일이라는 것이다.
희망, 변화, 자아 세계·····, 당신은 이 모든 것들을 두글라스가 비엔나에 개장한 ‘하우스 오브 뷰티’에서 경험할 수 있다. 가격경쟁에 끌려가는 대신에 이 기업은 고가격 전략을 선택했고 최고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향수 판매점을 세웠다. 여성 고객들은 그곳에서 좋은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은 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고객들이 되고 싶어 하는 그것이 되도록 도와준다.
08 최적화보다 꿈을 원한다.
독일에는 포르쉐를 타는 노조위원장이 있다. 포르쉐 911 중에서 은색 카레라S4 모델, 19만 유로짜리다. 조합원들이 그를 비난하느냐고? 노동자 계급의 배신자라고 싫어할까?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포르쉐의 노조위원장이기 때문이다.
포르쉐 복스터보다 더 좋은 컨버터블도 있고, 포르쉐 카옌보다 더 좋은 지프차도 있다. 포르쉐 911보다 더 좋은 스포츠카도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훨씬 더 가격이 저렴한 대안들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포르쉐 운전자들은 항상 이 회사 자동차만 산다. 왜 그럴까?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비록 스스로 포르쉐를 타지 않더라도 자신이 꿈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친구와 지인들에게 자기가 이 자동차 회사에서 일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노조위원장이 포르쉐 911을 타는 것도 진심을 축하해준다.
전설에 올라타면 전설이 된다.
독일의 은행, 철도청, 우체국에도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열광하는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포르쉐와 비교해보면 경제의 과거와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를 빠르게 이해가 된다. 포르쉐를 타든 포르쉐에 다니든 어쨌든 ‘포르쉐’가 특별하다는 것에는 직원뿐만 아니라 하청업자나 물류업자, 심지어 경쟁사들까지도 동의할 것이다.
>>>> 사람들은 포르쉐라는 전설의 한 부분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슈투트가르트 대학의 경영학과 학생은 어디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싶어 할까? 당연히 포르쉐 본사가 있는 추펜하우젠에서다. 아직 포르쉐를 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기다림이 조금 쉬워지기를 기대하면서 멋진 포르쉐 선글라스를 살지도 모른다. 포르쉐는 스포츠카 생산자에서 꿈의 실현자가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포르쉐의 노조위원장은 사실상 포르쉐 외에 다른 차를 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자동차의 두 가지 큰 단점, 엄청나게 비싼 가격과 집 앞 빵집에만 타고 가도 노르웨이 유전 매장량의 절반이 타버리는 높은 연료소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포르쉐를 타는 사람에게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
이 기업은 그 동안 자신의 상품을 완벽하게 감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포르쉐는 자체 태양계의 항성이 되어서 반짝이고 싶어 하는 천체의 별들을 마력처럼 끌어당긴다. 이 기업은 스스로 빛을 내며, 그 빛은 업계 너머까지 비추고 있다.
딜버트가 냉소적인 이유
은행들도 지난 세월 동안 게으름만 피웠던 건 아니다. 그러나 고객과 직원, 사업 협력자들의 자석이 되려하기보다는 감량경영, 비용 절감, 수익률 향상 등과 같은 구체적인 것들에만 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로 작지만 추한 불행이 일어났다. 고객과 직원이 경영층의 레이더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1990년대 말, 프랑크푸르트 한 은행의 최고위층으로부터 ‘계좌에 20만 마르크 이하의 잔고도 없는 고객은 수익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픈 이야기다. 특히 오랫동안 은행의 고객이었던 소액거래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한 이 은행의 직원들도 현재는 더 이상 그들의 가치를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종종 부담스러운 비용 유발자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대 은행의 많은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스스로를 ‘열 명의 꼬마 인디언’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다음은 누구를 쏘는지 보자. 그 다음에 우리는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딜버트(대기업 문화를 풍자하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미국 만화)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경영 관련 책에 속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머는 두려움을 밀어내는 수단이 된다.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찌되었든 분노와 실망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니까.
이제는 은행업계에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명확한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의사결정 단계도 줄이고, 불필요한 지방은 잘라 버리고······ 더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과거에는 마지막 10퍼센트의 효율을 ‘어떻게’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새로운 ‘무엇’에서 찾아야 한다.
공정의 최적화, 비용 절감, 효율적인 제고 등은 무엇보다도 과거의 잘못을 제거하고 현재 상황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최적화하기보다 우리를 새롭게 발명해야 한다. 그리고 은행들도 바로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가시적인 표시는 베를린 도심, 부자들의 거리인 프리드리히 가에 세워진 도이체방크의 지점에서 볼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미래’라는 구호 아래 이곳은 명확하게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즉 카페, 라운지, 트렌드 제품 매장, 아이들을 돌보는 공간과 같은 체험공간이 존재한다.
은행과 관련해서 ‘감성’과 ‘체험’이라는 단어를 입으로 말하고 은행 창구 앞에서 실행해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포르쉐가 스스로 빛을 낸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트렌드 제품 매장에서 변기 청소 솔 받침을 살 수 있는 은행 지점 하나를 연 것 가지고 충분하지 않다. 이 두 가지를 하기 위해서 은행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파란색 신용카드 외에 6가지 화려한 색깔의 카드를 더 제공하는 것으로도 모자란다. 최소한 은행 자체가 화려한 색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기업 전체의 정체성, 브랜드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당당하게 비싼 고급 브랜드의 힘
기업들은 오랫동안 최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운영관리를 추구하는 테일러 시스템을 점점 더 완벽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해왔다. 비용 제어, 품질확보, 공정의 최적화 등이 키워드였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 이 모든 것들이 자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도 결승점까지 들어오는 시간이 9점 몇 초가 아니라 1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더 빠르게 달릴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신기록은 아무리 더 좋은 최첨단 신발과 강력한 트레이닝 그리고 더 완벽한 약물복용을 통해서도 더 이상 신뢰할 만큼 좋아지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가치창조가 완전히 새롭게 정의된다.
>>>> 고객의 꿈과 상상을 실현해줄 수 있는 능력이 클수록 더 비싼 상품 가치가 창조된다.
할리 데이비슨의 직원이 언젠가 이 회사가 진정으로 팔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43세의 소심한 경리직원에게 검은색 가죽점퍼를 입고 이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사람들에게 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판매한다.”
할리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와 반항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할리의 고객은 마르크스 수염을 기른 늙은 혁명가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자유와 모험을 선망하고 사무실에서 힘든 일주일을 보낸 다음에 허리가 편안한 의자가 달려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자연 속으로 달리고 싶어 하는 윤택한 남성이다. 할리는 그가 꿈을 꿀 수 있는 면허증인 것이다. 이것이 할리와 같은 강력한 브랜드와, 탄탄한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약한 브랜드의 차이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마케팅 부서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이해해야만 한다.
오늘날 최고의 기업은 인생설계를 실현해주는 협력자다. 그들은 사람이 자아를 실현하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체험과 감성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추가된다. ‘체험사회’ 이후에 개인이 변화하는 시대가 온다.
>>>> 페라리의 고객이 되고자 하는 것을 도울 뿐이다.
우리는 여기에다 고객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 파트너, 주주들의 욕구도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을 추가로 말하고 싶다. <코즈모폴리턴>이나 <멘스 헬스>는 오래전부터 독자들에게 자아를 새롭게 찾아내고 뚜렷이 구별되는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길을 보여줌으로써 돈을 벌고 있다. 그것이 미래다. 새로운 인생설계에 대한 제안은 항상 사람들을 흥분시켰고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벨기에나 네덜란드에는 베기넨 공동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처음 뤼티히 지방의 신부가 1180년에 이 공동체를 생각해 낼 때는 모든 미혼 여성들의 기독교 공동체였다. 함께 살면서 수공업적인 공동 작업을 통해서 돈을 벌고, 원할 때는 언제든 떠날 수 있었다. 베기넨 공동체는 도시의 성문 앞 넓은 초원 위에 우스꽝스럽게 생긴 작은 집들을 원형으로 모이게 지었고 그 중심에 예배당이 있었다. 역사가들이 ‘중세 여성운동’으로 평가하는 이 아이디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종의 ‘사업 모델’이다. 이것도 완전히 새로운 인생설계를 제공하는 탁월한 사업 모델이었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그 당시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할 수 없었던 일,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그녀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현재의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먼저 인생설계가 실현될 수 있는 상품이 나와야 한다. 더 많은 자유와 자결권 그리고 남성들만 결정권이 있는 삶의 대안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꿈, 욕구, 희망, 이런 것들은 이미 그곳에 항상 있어왔다. 그것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눈앞에 상품으로 보여줘야 한다.
>>>> 꿈과 욕구와 희망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그녀들의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누군가가 초원으로 나가서 ‘집’을 지은 다음에 여성들에게 제공을 해야만 한다.
코끼리 떼에게 쫓기면 변화는 물 건너갔다.
‘꿈을 실현한다’는 말을 너무 거창하게 표현한다고 느끼는 경영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인생의 의미를 심어주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들의 상품을 가지고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다. 좋다. 그렇게 시도해보라. 우리도 전혀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 안전만 중요시하고 모험을 인정하지 않는 일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 자신의 꿈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현명함에 의해 희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집착,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해왔어’ 식의 태도는 그들을 완전히 짜증나게 만든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옳다고 정의내리는 것들을 뒤따라서 달리기보다 자기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해 들어가서 자기 별을 쫓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인식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그런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는 이제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꽉 막힌 상황이 되어서야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한다는 점을 자주 언급했다. 앞에서는 공격적인 모기떼가 윙윙거리고 뒤에서는 코끼리 떼가 소리를 지를 때에야 위기를 깨닫는 것이다.
의류기업 체운아가 그런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패션산업이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1860년 브렌닌크마이어 가족이 설립한 의료회사에게는 오랫동안 시간이 멈춰 섰다. 체운아는 원래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위치에 있는 넓은 매장에서 여성들에게 색깔이 화려한 폴리에스테르 스웨터를 판매했다. 남성들은 체운아의 대표 남성복인 스포티-블루종을 입으면 항상 약간 지위가 높은 경찰 분위기가 났다. 이 사업 모델은 성공을 거뒀고 덕분에 브렌닌크마이어 가문의 먼 친척까지도 많은 돈을 벌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1980년대, 이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계속 확장하면서 이 대기업은 갈수록 자만에 빠졌다. 이제 업무 감독관이 회사의 사업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사업 모델을 계속 발전시키기보다는 낡은 모델에서 마지막까지 짜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패션의식이 달리지고 이미 소비를 많이 해보았으며 실험정신도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운아는 꼼짝도 않은 채 싸구려로 남았고 싸구려처럼 보였다.
같은 시기에 전에는 체운아만이 제공할 수 있었던 저렴한 가격으로 젊고 신선한 제품들을 공급하는 브랜드들이 대량으로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다. 에스프리, 올리버, H&M 등이 자신만의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머리와 용돈을 공략했다. 체운아는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 기업의 고객이라고는 연금생활자, 이민자, 동독지역 독일인이 전부였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깊은 적자를 기록하면서 더 이상 위기 상황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야 체운아 경영층은 허겁지겁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체운아 매장 내에 맥도날드를 둘까? 매장에 튀김기름 냄새만 진동했다. 디자이너 의상? 사람들은 분위기도 걸맞은 곳에서 그런 의상을 산다. 제3의 고객층인 히피 디자인? 그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도 H&M을 이길 수 없다.
체운아는 적극적인 실험 대신 결국 과거의 고객층에게로 돌아가서 호소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매장 인테리어가 더 친근해졌고 판매원들도 그렇게 되었다. 고객들의 관심이 조심스럽게 돌아왔다. 경제위기와 ‘절약이 최고다’라는 구호가 간신히 그들을 도왔다.
월드컵, 그 꿈 같던 여름처럼
체운아와 같은 기업은 많다. 그들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중시한다. 물론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대의 부침을 감당하면서 경쟁사들을 관찰하고, 고객들의 희망 사항을 물어보는 일, 이 모두를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마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당신은 미래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당신의 기업은 세상을 풍부하게 만들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가? 오직 당신의 행동 안에서 당신이 유니크하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덴마크의 마케팅 전문가 예스퍼 쿤데의 말은 핵심을 지적한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당신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아무도 “흠, 월드컵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켰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소리칠 뿐. “와우, 끝내주는 여름이었어! 우리는 거리에서 춤을 추었고, 온나라가 온통 파티장 같았어!“ 그렇다. 우리는 전에는 꿈꿀 엄두조차 내보지 못했던 꿈을 꾸었고 꿈 같은 여름을 살았다. 우리는 그런 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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