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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육의 공공성이 먼저 강화되어야 한다.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어린이집 내의 아동학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네 살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교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으며, 처벌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면 많은 학부모는 내 아이는 안전할까 불안하고 계속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교사는 따가운 눈총과 의심 속에 직업에 대한 자괴감을 갖게 된다.
이번 사건으로 학부모의 분노가 크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방편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중대한 아동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학대 교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가 불안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지만 이런 방식이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이번 조처 중 중대한 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을 폐쇄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사건 발생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부모에 대한 고려가 없는 조처이다. 해당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또다른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폐쇄보다 국공립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가 증가하면서 CCTV 설치가 증가했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실제로 아동학대는 줄어들지 않고,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결국 사후 대처인 감시와 처벌은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아동학대는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있다면 학대를 유발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부터 정부가 각 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하면서 어린이집 이용이 활성화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학부모가 원하는 국공립어린이집보다 민간어린이집을 활성화시켰다. 이것은 ‘보육의 민영화’로 어린이집을 사업장으로 전락시키고 이윤을 우선시 하게 만들었다.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민간어린이집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저임금으로 교사를 채용하고 시간제 교사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양질의 교사가 근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보육교사 자격기준을 완화해 국가가 나서서 보육의 전문성과 가치를 떨어뜨리고 보육교사 자질 문제를 양산해 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 한 사람이 돌보는 아동의 수가 너무 많고,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보육교사의 직업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평가인증이라도 있는 달이면 서류준비로 한 달 내내 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조건은 교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그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이들도 행복하지 못하고 부모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학부모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등·하원시 잠깐 교사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이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가 있으나 매우 형식적이어서 부모가 실질적으로 어린이집 운영에 개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렇게 부모의 개입이 통제되어 있고 어린이집과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CCTV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CCTV 설치는 보육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도 침해하는 행위이다.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누군가를 감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의식이 확산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CCTV나 평가인증 모니터링단처럼 형식적 감시를 강화하는 것보다 어린이집에서 교사의 권리가 신장되고,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아동학대가 줄어들 것이다.
비단 아동학대는 어린이집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것은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6년째 어린이 행복지수가 하위권이다. 이는 사회 전체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보다 어려서부터 경쟁의 우위에 서야 한다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보니 아이들의 권리와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과 권리가 존중되기 위해서는 교육체계와 보육철학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교사들이 아동의 인권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제도화 해야 한다.
인천 아동폭행 사건 이후 언론은 선정적으로 아동폭행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특히나 보수 언론들이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국공립어린이집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상보육을 선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재정부족으로 무상보육을 선별로 전환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위해 포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전부터 "안심보육, 국가책임보육"을 약속했지만 보육재정을 삭감하며 오히려 보육환경을 악화시켰다. 이번 사태로 보육현장과 전문가들은 보육의 공공성 부재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정부는 처벌과 감시 강화로 성난 부모들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잠재우고 국가권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명분삼아 정부는 결국 맞벌이 중심 지원을 하면서 비맞벌이 가정의 보육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식으로 선별지원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은 무상보육에 재정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하면서 선별지원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보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나 부족했다. 양육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가정에 떠넘기고 국가책임을 최소화 했던 정부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보육료 지원을 확대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보육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붇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국가가 방기했던 책임을 이제야 하려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도 공공성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고, 개별 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해 주면서 엄청나게 생색만 내면서 말이다. 정부는 이마저도 기껏 3년 시행하고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전업주부가 어린이집을 장시간 이용하는 것을 비난하면서 비맞벌이 가정의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국가재정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술수로 무상보육을 파기하는 것이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다수의 여성은 지금의 보육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직접 양육을 선택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할 수 있는 질좋은 직장이 없기 때문에 취업을 보류하거나 포기한 것이다. 정부의 대책은 결국 여성에게 양육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노동정책은 비정규직 양산으로 저질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가 보육은 맞벌이 중심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여성에게 양육과 일을 병행하면서 혹사당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돌봄에 대한 가치를 저평가 하면서 일하지 않은 여성은 지원도 적게 받어야 한다는 불평등한 정책이다. 정부는 보육을 맞벌이 중심으로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서 부모들이 걱정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여성은 자신의 의사와 상황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편,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상황과 상관없이 모든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권리가 있다. 맞벌이 중심의 지원은 아이들에게는 매우 차별적인 정책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더이상 경제논리로 단기적 방침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보육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심도깊게 고민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는 아동학대를 유발하는 박근혜 정부의 보육정책을 비판하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국공립어린이집 대폭 확충하라!
1. 보육교사 처우 개선하라!
1. 아동인권 교육이 보육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라!
1. 관련 공무원 확충하여 관리, 감독 철저히 하라!
2015. 1. 18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