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을 위한 현대미술강의: 펠릭스를 아십니까?
<이반을 위한 현대미술강의>의 수강료는 문화비판적인 미술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미술가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강사: 오인환 (현대미술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정체성의 이슈를 중심으로 개념적이고 문화비판적인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는 오인환 작가는 2015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2019년 “My Own Blind Spots” (Commonwealth and Council, Baik Art, LA, USA), 2018년 “나는 하나가 아니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등 다수의 개인전 개최와 2021년 “ㄱ의 순간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2017년 “아시아 회랑” (교토아트센터) 등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비전문가(이반 직장인)들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현대미술강의, "펠릭스를 아십니까?"는 미술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는 물론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퀴어문화의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1회씩 개최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은 전통적인 미술의 역할을 너머서 시각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는 예술분야로서 게이들의 삶과 문화가 가장 활발하게 반영되고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특히 정체성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었던 9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은 새로운 시각에서 정체성의 이슈 및 타자 문화의 중요성을 성공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 유무와 상관없이 이반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현대미술을 통해서 퀴어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향상하는 것은 의미있는 경험일 될 것입니다
현대미술은 무엇인가?
‘미술’이라는 보편적인 개념과 구분되는 ‘현대미술’은 아름다움, 감정, 내면을 표현하고 감상하는 제한된 미술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전반에 작동하고 있는 이미지 체계를 연구하고 대안적인 시각 문화를 창안하는 창조적인 예술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실용적인 기능 영역이었던 미술이 ‘순수 예술’이라는 독립된 영역으로 전환된 지난 200여년 동안의 사회문화적인 조건과 그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즉 현대미술의 역사는 시민사회의 변화 및 발전에 조응하는 조형성을 탐구하고 미래지향적인 예술을 추구했던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과 노력이 축적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했던 진보적인 미술가들은 예술과 삶의 일치, 미술가와 관객의 관계, 미술공간과 제도비판 등을 다루면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데 공헌합니다.
현대미술과 퀴어미술
퀴어미술은 우리의 일상과 문화가 ‘주체 중심’으로 구성되었음을 진단하고 창조적인 미술활동을 통해서 타자 문화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게이커뮤니티와 현대미술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LGBTQ 작가들은 단순히 동성애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수자 문화의 중요성을 폭넓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데이비드 위나로위츠, 로버트 고버, 글렌 라이곤, Act-up 등 1980년대 이후 다수의 게이 미술가들의 등장과 그들의 작품은 현대미술은 물론 퀴어문화의 성숙과 발전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성과입니다.
강의 내용
1. 퀴어미술과 지금, 여기
현대미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금(21세기), 여기(한국)에서 현대미술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살펴봅니다. 특히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문맥을 차지하는 퀴어미술의 위상을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미술의 현재와 미래지향성을 타자의 시선으로 점검합니다.
2. 순수미술의 기원과 미술의 동시대성
래리 샤이너 Larry E. Shiner는 오늘날 우리가 ‘미술’ 혹은 ‘순수미술’이라고 일컫는 활동이 지난 200여년에 걸쳐 생성된 문화적인 발명품으로 설명합니다. 19세기 시민사회의 형성은 (유럽)근대미술의 중요한 사회적 배경입니다. 19세기 전후 미술 제도의 초기 형성 과정을 통해 순수미술의 기원을 살펴보고 동시에 1990년 이후 전개된 오늘의 미술을 통해 순수미술은 어떻게 변화되고 현재화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3. 추상의 탄생과 모더니즘:
재현적인 미술의 종말을 이끌었던 추상미술은 작품 창작에서 표현의 체제를 본격화하면서 20세기 형식미술을 주도했습니다. 인상주의 미술 이후의 추상미술의 전개는 20세기 중반 모더니즘을 통해 정점을 이루었고, 그린버그의 순수추상 이론은 추상미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형식주의 모더니즘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을 제공합니다. 아울러 모더니즘의 이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출발점을 발견하도록 합니다.
4. 레디메이드와 일성성:
모더니즘의 ‘예술을 위한 예술’에 반대하면서 ‘삶을 위한 예술’을 지향했던 팝아트, 미니멀리즘과 같은 새로운 미술의 출발에는 ‘레디메이드 Ready-Made’라는 기원이 있습니다. 마르셀 뒤샹의 대표적인 작품이면서 아방가르드 미술의 ‘암호’였던 레디메이드는 오늘날 어떤 진영을 불구하고 삶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보편화된 현대미술의 방법론이 되었습니다. 레디메이드의 역사를 통해서 ‘삶을 위한 예술’의 전개과정을 소개합니다.
5. 아방가르드와 미술제도
20세기 초반의 역사적 아방가르드와 이를 계승한 네오-아방가르드가 전개한 20세기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합니다. 1960대 네오-아방가르드가 주도한 미술공간, 미술가, 관객에 대한 탐구는 미술제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 나아가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출발점을 제시합니다.
6. 관객의 탄생과 장소 특정성:
‘작가 중심 미술’에서 ‘관객 중심 미술’로의 전환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미술작품의 초월성을 해체하는 문맥 중심 미술의 등장은 20세기 중후반 목격되는 가장 유의미한 변화입니다. ‘관계의 미학’, ‘관객 참여미술’, ‘장소 및 커뮤니티 기반 미술’ 등은 ‘탈-작가중심 미술’과 ‘장소 및 시간 특정적 미술’을 결합했던 90년대 전후의 다양한 미술실천들의 대표적인 결과들입니다.
7. 타자의 미술을 향하여: 페미니즘
‘정체성’은 1980~90년대 전후 미술 담론의 대표적인 용어이면서 주제입니다. 정체성의 담론을 이끌었던 여성주의 미술과 후기구조주의는 (남성)주체의 미술에서 타자의 미술로의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페미니즘은 기존의 미술사가 ‘백인/이성애/남성’들이 주도한 His-story임을 발견했고, 타자의 미술은 기존의 주체 미술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성과 차이를 위한 미술실천으로 90년대 예술을 주도합니다.
8. 퀴어미술과 재현의 정치학
‘본다’는 것은 곧 욕망하는 것입니다. 내가 욕망하는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이며, 미술은 물론 광고사진, 영화 등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들은 개인의 삶에 주류 또는 보편적인 문화가 개입하는 통로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게이들의 이미지 또는 소수자의 표현을 너머서 주류 문화가 구축한 단일한 이미지 체계를 해체함으로써 다양성과 복잡성이 공존하는 대안적 문화로서의 퀴어미술의 역할과 중요성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