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9월 잡지 합기도 제3호 「지금 남한 전역 방방곡곡에는 수많은 합기도장이 있다. 도시의 골목골목에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심지어는 농어촌에도 혹은 외딴섬에도 합기도 도장의 간판 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나는 그들 간판을 보고 그들의 기합소리를 들을 때 한편으로는 마음 흐믓하기도 하고 하지만 또한편 그들의 동작(술기)을 살필때마다 서글픈 심경을 누를 길이 없다. 나는 이 땅에 합기도를 심은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기합소리와 그들의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까지 모두 내손길의 연장인 것이다. 물론 현재 수련장에 있는 사람들중에서도 아직 내 얼굴 한 번조차 못본 사람이 허다할 것이지만 그들의 사범 혹은 그들의 관장 혹은 그 관장의 스승은 분명 나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서글픈 심정에 사로 잡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그들의 술기에서 내가 가르쳤던 합기도를 찾아내기란 너무도 어렵도록 변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이것을 가르쳤는데 지금의 이들은 엉뚱하게도 다른 것으로 변해버린 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원리에서 벗어난 임기응변적인 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나의 불찰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합기도 관장들중에서 그래도 나에게 직접 지도를 받은 사람들에게만은 내가 꼭 해야할 한마디 말이 있다. "너희들은 너무 컷고 또 일찍 자만심에 젖어버렸다" 얼핏 모마땅할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 나에겐 너희에게 전할 술기가 너무나 많이 남아있다. 아니 반듯이 전해준 다음에야 이세상을 떠나고 싶다. 그런데 왜 기를 쓰고 다른길을 걸으며 방황하고 있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습니다." 그렇다. 지금이라도 가르쳐주고 싶다. 그러나 똑똑히 알아야하는것은 너희의 자만심을 버리지 않는한 더이상 아무런 술기도 배울수 없고 나는 또 가르칠 수도 없다. 보라, 너희들의 그 삐뚤어진 자만심이 낳은 현재 한국합기도의 분열을, 나는 그 분열을 개탄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나였던 단체가 얼마안가서 둘이 되더니 근자에 와서는 그것도 모자라 또 하나가 더 생겼다고 한다. 도대체 이렇게 나가다가는 앞으로 또 몇갈래가 될 것인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뿐 아니다. 그러지않아도 도사다. 국사다며 돌아다니는 자가 있는가하면 무슨도 무슨도하여 사이비까지 횡행하는 판국인데 대체 어쩔 작정들인가. 자기개인의 자만심 을 위해 이나라의 합기도가 천갈래 만갈래로 쪼개져 도깨비가 나와 춤을 추어도 좋단말인가. 생각할수록 통탄할 일이다. 모두들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반성해보라. 원래 스승이란 선생님 이만 물러나십시요. 하기전에 현명한 제자를 만나면 스스로 물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아직 물러나고 싶지않다. 아니 한국합기도를 이대로 두고는 물러날 수가 없다. 그것은 내욕심만의 탓이 아니다. 적어도 전국의 술기를 통합시키고 내가 지닌 술기 모두를 전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술기가 통일되면 마음이 통일되고 마음이 통일되면 분열이 있을 수 없다. 그렁게 되는 것을 보는 것이 내평생의 소원이요, 참으로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다. 이제부터라도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원래 "구도자에 있어서는 자만심만은 금물" 인 것이다. …모든 욕심을 떠난 순수한 마음에서 합기도 재건을 생각하자. 그렇게만 된다면 내 손수 전국 도장을 순회하면서 사범진용만이라도 철저한 교육을 시키고 합기도 술기의 통일을 기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