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의 눈사람에는 군데군데 혹이 달렸다. 그런데 잘보면 그 혹도 눈사람 모양이고, 거기에 더 작은 혹들이 또 있다. 잘 안보이겠지만 이 작은 혹들을 크게 확대하면 그것 자체도 혹이 달린 눈사람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옆 그림의 특징이다.
중국 속담인 '한 부분의 무늬를 보고 전체를 안다(一斑全斑)'는 말에 어울리는 형태라고 할까.이처럼 점점 작은 부분을 들여다봐도 전체와 같은 모양이 계속해 나오는 것을 '프랙탈'(사진)이라고 한다. 꼭 눈사람일 필요는 없고 소용돌이 나선에 더 작은 소용돌이가, 또 거기에 더 작은 소용돌이가 붙은 것 등 다양한 프랙탈이 있다.
자연계에는 이런 프랙탈의 형태를 가진 것이 많다. 겨울에 내리는 눈의 결정, 고사리 잎이나 먹는 브로콜리도 프랙탈이다. 2000년 발표된 서태지의 앨범 '울트라맨이야'의 표지도 프랙탈 그림으로 장식됐다. 당시 서태지는 노래를 부를 때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었는데, 빨갛게 물들여 흑인풍으로 꼰 헤어스타일도 자세히 보면 꼬이고 꼬인 자꾸 반복되는 프랙탈 패턴이었다.
프랙탈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수학자는 만델브로트다. 그는 우리나라 서해안 만큼이나 복잡한 영국 서부의 해안선을 보면서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 관심을 가졌다. 사실 영국의 해안선 자체도 프랙탈 모양이다.
해안선을 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니 대신 옆의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한없이 울퉁불퉁한 이 도형의 둘레는 그냥 밋밋한 눈사람 모양의 둘레보다 길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얼마나 길까.
프랙탈처럼 점점 작아지면서도 같은 모양이 무수히 반복되면, 길이는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이 만델브로트의 연구 결과다. 어떤 프랙탈에서는 둘레의 길이가 무한대도 된다. 바꿔 생각하면 프랙탈 모양이란 게 한정된 공간에 아주 큰 것을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적절한 프랙탈 모양을 그리면 둘레를 나타내는 선의 길이가 무한대도 되니까 말이다.
좀 다른 이유지만, 상추 이파리 끝의 우글쭈글한 모양도 프랙탈이다. 상추처럼 잎이 넓게 퍼지면서 자랄 때 여러가지 힘이 균형을 이루려면 프랙탈 모양이어야 한다.
허파꽈리든, 상추 이파리든, 최적을 추구하는 자연의 본성은 이렇게 프랙탈과 잇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