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ECD74A5F892AEB2D)
#.Epilogue [ 부제 : 그들의 Diary]
: Jeon Byul Nim Diary :
2012년 12월 11일 날씨 : 미치도록 화창함.
그놈을 보낸 지 어느덧 2개월이 흘렀다.
괜찮은 척도 죽도록 해봤고, 미친 사람처럼 헤죽헤죽 웃기도 했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그놈과의 좋기만 했던 기억들이다.
퇴근길에 전달님이 작업실 앞으로 마중을 왔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씩씩한 누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험한 말도 막 하고,
통 크게 패밀리 레스토랑 가서 근사한 저녁도 사주고,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노래방도 갔었다.
뚝. 뚝. 도 아니었다.
주르륵. 도 아니었다.
좍좍이 적합했던 내 눈물.
안하겠다던 전달님에게 강제로 마이크를 쥐어주고 부모님 생각을 하며 썼었던 가사 말이.
그놈과 헤어지던 그 순간만 떠오르게 만들어서 주체할 수 없이 울어버렸던 날.
전달님한테 창피하다.
그리고 날 무진장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휴.... 그놈 참 대단하네, 날 이렇게까지 약해지게 만들고.
그동안 버텨왔던 단단한 내공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여려터진 전별님.
오늘 난 그런. 그저 그런 이별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 Yoon Joon Diary :
2012년 12월 11일 날씨 : 그저 그런 파란하늘
보고 싶었다.
기회를 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그냥 안부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예리한 놈 전달님 때문에 수포로 돌아간 통화.
날 먼저 만났더라면 내가 그녀의 기억 속에 특별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까?
지금껏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다.
내가 Sweet.B의 리더로 우준성과 친하다는 것이.
나보단 더 훨씬 힘들어하고 있는 우준성이 눈에 떡하니 보이니까.
도와줄 수밖에 없는 내 입장이 답답한 하루다.
: Jeon Dal Nim Diary :
2001년 8월 4일 날씨 : 찝찝하게 흐린 날
난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눈앞에 영안실이라고 적혀있는 병원 복도에 내가 서 있었다.
나보다 먼저 왔었던 누나는 쓰러져서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누나랑 나만 두고 엄마 아빠가 눈을 감고 숨을 쉬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침대보를 덮은 채로 누워 있었다.
눈물도 안 났다.
상상도 할 수 없었고. 한 적도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까.
사람이 너무 놀라면 그렇다고 하더니 내가 그랬다.
난 지금 너무 지친다.
누나가 빨리 날 챙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너무 불쌍한 애덜이 됐다.
소년소녀가장.
하루아침에 우린 그렇게 됐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난 지금 이 순간에 눈물 흘리지 못했으니까.
계속 눈물 흘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누나... 내가 지켜줘야 된다. 오늘부터.
: HeeRa (Bae Soo Jeong) Diary :
2012년 9월 21일 날씨 : 비가 온다.
또 한건 했다.
기자를 포섭해서 거짓 장면을 사진 찍게 했다.
제대로 걸려들 것 같다.
아니, 걸려들었다.
이대로라면 잘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빠 마음에 딴 여자만 없다면…….
: Woo Joon Seong Diary :
2009년 2월 14일 날씨 : 함박눈을 위장한 폭설이 내림.
오늘같이 눈도 오는 날.
열심히 연습하던 연습실에서 퇴출당했다.
노래를 못해서도 아니고 춤을 못 춘다는 이유로.
얼굴이 못생겨서도 아니고 키가 작다는 이유로.
성형외과 가서 다 뜯어 고칠 돈도 없는 가난한 내 신세로 화풀이 할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퇴출당한 소속사에서 나오던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폭설로 대중교통도 운행을 안 하고, 오갈 데가 없었다.
호빵하나를 사들고 밖으로 나와서 호호 불면서 호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꿀떡 삼키면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저 붉은 바다 해 끝까지 그대와 함께 가리 이 세상이 변한다 해도 나의 사랑 그대와 영원히"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뿌드득뿌드득 눈을 밟고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힐끔. 힐끔.
나도 힐끔. 힐끔.
꿋꿋하게 노래는 불렀다.
예뻤는데, 오늘 밸런타인데이였는데.
아쉽다. 화이트데이였으면 고백했을 텐데.
에잇, 내성적인 우준성의 첫 설렘은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