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수만 마리의 흰나비떼가
강 뜨락에 몸을 풀었을 때
꿈을 꾸 듯
나는 ...
하얀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뿌리로 살아서, 뿌리를 앓는 겨울나무 소리를 등에 지고
눈바람이 강 너머에서
스르르 멈추었을 때
아무도 살지않는
허물어져가는 집, 장독대 옆에서
이름모를 피다 시든 꽃대가 바람에 눈을 털어내고 있었다
오래 참아냈던 커다란 슬픔 하나가
빈 항아리 속에서 뭉게 뭉게 피어오르며
나비가 되어 하늘로 사라져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닿을 수 없는
감나무 아래
눈썹이 하얀 노인이 서 계시었다
울고 있는지 굽은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쪽과, 저쪽에서 가없이 바라보기만 한
카페 게시글
♡이성옥시인님글♡
첫눈 오는 날, 아버지를 만나다
이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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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26 11:1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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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처음과 나중을 아시기에 , 출생과 죽음을 아시기에, 시작과 끝의 비밀을 아시기에 굽은 어깨 흔들림이 있으셨는지요, 행운을 기원한 빕의 흔들림이었는지요, 가득찬 환희의 슬픔이었는지요, 그 어깨 흔들림의 떨림이...........
첫눈이 오는 날, 이 세상에 없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이쪽과 저쪽에서 가없이 바라보기만 했지만.... ..아마 지금쯤 산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한창이겠지요.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