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의 효율성만 고려한 보육정책으로 보육환경 더 열악해 진다.
재정건정성을을 이유로 복지부가 지난 9월에 맞벌이와 취약계층은 종일제, 전업주부는 반일제 보육서비스를 지원하는 내용의 ‘보육지원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호되게 된서리를 맞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발언 내용을 사과하면서 무마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기획재쟁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주관한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복지부문 담당자인 KDI 김인경 연구위원이 또다시 만 0~2세에 대한 보육료를 맞벌이 부부에게 종일반 지원을 하고, 외벌이 부부에겐 반일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토론자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전업주부 차별로 반발에 직면했던 지난 9월복지부의 발표를 수정해서 만0~2세만 분리해서 차등 지원하려는 정책으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는 전통적 보수 가치관을 활용해 보육지원을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KDI 연구를 토대로 보육료 정액 지원이 여성의 고용 유인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보육지원에 대한 축소를 이야기 해 왔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보편적 복지보다는 여성의 고용창출의 일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개별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해 준 후, 기대했던 만큼 영유아 가정의 여성 고용율이 늘어나지 않자 당장 재정을 줄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영유아 가정의 여성의 고용율이 오르지 않는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고, 고용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정지원을 줄이고 싶어 한다.
한국의 여성 취업률을 보면 M자 형태이다. 취업률이 가장 낮을 때가 아이가 영유아 시기이다. 결국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무상보육 정책으로 개별 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원하는 국공립 시설 대폭 확충,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 부모의 민주적 참여, 돌보미 서비스 확대 등 부모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공보육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또한 여성에게 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여성이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보육료 지원으로 출산율도 올라가고 여성의 취업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안이한 생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보육정책은 불가피하게 외벌이를 선택하게 만든다. 정부 규정상 보육지원은 12시간이지만 보육교사 근무시간과 어린이집 운영 방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은 드물다. 이 때문에 맞벌이 가정의 대부분은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이조차 허락되지 않으면 사설학원 및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며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여성이 양육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성이 일하지 않은 외벌이 가정의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매우 차별적이고 가계경제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상당수 외벌이 가정은 소득이 많아서가 아니라 양육을 분담할 사람이 없어 불가피하게 외벌이를 선택하며 적은 소득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벌이 가정의 여성 대부분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맞벌이와 외벌이로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간제 보육 기관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현재 시간제 보육기관은 일부 국공립 시설 외에 전무한 상황이다. 보육시간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엄마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보완 시스템이 구비한 뒤 지원 체계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그동안 보육에 대한 지원이 형편없이 낮았던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개별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상보육을 시행했다. 그동안 투자하지 않은 결과 당연히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조차 아까워서 줄이려고 한다면 이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재정적 효율성’으로 보육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안심하게 키울 수 있고, 여성이 마음놓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보육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이에 필요한 재정지출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국가 지원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아 재산을 불린 부자와 기업들의 세금을 인상해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5.6.3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