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사람 없다. 하나도 없다. 아무리 좋은 엄마라도 자기 아이를 혼자 기를 수 없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혼자 모든 걸 터득할 수 없다. 자신의 됨됨이를 알고 , 그 됨됨이 됨을 믿고, 그 됨됨이답게 자라고, 바뀌면서 영글어가며 살 터이다. 같이 살아갈 다른 이들의 됨됨이도 잘 살펴 알아 보고, 아끼는 그 마음을 한데 모아, 서로 형편과 마음을 잘 살펴 알아주고, 서로를 향한 뜻을 주고받으며, 좋은 이웃 되어 살아가야 한다. 저마다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이웃으로 서로 기대고, 소통하며, 돕고, 갈등하면서 같이 살아갈지니. 순조롭게 물 흐르듯 지나기도 하고, 심하게 파도치듯 물보라 치켜 높이기도 할 참이다. 노곤히 평안히 졸려 잠에 빠져 게으름 부려도 되고, 격랑의 싸움판을 펼치기도 한다.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길을 가기도 하고, 울퉁불퉁 거친 길을 땀 흘리며 쩔쩔매며 걸어야 하기도 한다. 감미로운 평화를 누리기도 하고, 참아내기 어려운 아픔을 견뎌내기도 한다. 우리 흔히 바라는 '꽃 길'만 걷지 못할 거다. 아니,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
모두에게 기나긴 삶의 여정에 끝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출발 시점이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생일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눈이 멈추었다. "입양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고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이 있었다. 우리 모두 생일이 있다. 대부분 그 순간을 같이한 부모, 엄마가 있다. 완전히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부터 그 존재를 돌봐줄 사람, 양육자, 거의 모두에게 부모, 적어도 어머니라는 '니'가 있다. 오!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그 어머니에게 아기를 촘촘히 완벽하게 알아주고, 온전히 돌봐줄 수 있는 존재일 것을 기대할 수 있나? 엄마와 아가, 서로 감사하는 복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아귀와 속도가 잘 맞아, 포근하고 푸근하게 서로를 품는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서로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받아주어, 서로 비틀지 않고, 자기 쪽 뜻에 따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아도 되면, 자라면서 남들과도 서로 무리한 요구해 대지 않을 것이고, 고집부려 서로 불편하게 하지도 않을 테고, 그러니 서로 공감하며 순조롭게 소통하며, 무리하지 않게 이웃 사랑하며 잘 살 거라. 이웃은 무한정 넓어져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달려 끝 간데없어라! 이웃 '사촌'에 멈추지 않고, '무한대 촌'일 수 있으니 애국심이 따로 없을 터이니, 전쟁도 없이 세상이 평화를 누릴 거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눈을 들어 휘둘러보니 그게 아니로구나. 엄마는 아기 마음을 몰라보고 엄마 마음대로 하려 든다. 그것도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다는 사랑을 내세우면서... "내가 너보다 너를 더 잘 안다"! 하니, 아가도 마음 편히 엄마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이 든다. 서로 눈치가 어긋나게 되어 자기 마음도 편하게 먹을 수 없다. 엄마 마음도 고맙게 들어오지 못한다. 엇갈리는 기제는 서로의 마음을 빗나가게 한다. 그러니 기대에 어긋나 믿을 수 없어진다. 믿음을 잃고 기대할 수 없어 실망하는 것이 우울증이다. 어린이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걸 우리 다 알고 있다. 우리네 엄마들의 우울증도 드러나 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만 그럴까? 아주 작은 오해가 어긋나게 해서 비극을 불러온다니까... 어미의 의도를 오해한 청개구리가 날이 궂으면 시끄럽게 울어댈 수 밖에.., 게다가 대대로 오래도록 꾸준히 내려온 우리네 전통 가르침은 "어른들 말 잘 듣고 순종하라"는 것이렷다. 자기 느낌, 생각, 판단 따위에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걸! 그러니 자신의 됨됨이, 느낌, 판단, 생각, 행동에 대한 신뢰감을 키울 수 없었다.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니 엄마만이 아니라, 동무들 사이, 이웃들도 서로 알아주기를 기대할 수 없어졌다. 어른이 된 엄마도 한때 아기였고, 그 엄마도 이런 기초 신뢰감을 기르지 못했을 거다. 서로 아끼고, 도우면서 살기 힘들게 된 것이다. 서로 방해나 하지 말면 좋으련만... 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이라는 걸 보면 어찌할꼬 깊어지는 한이 꼬리를 문다. 우리 모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한 세상을 같이 살기에 서로 알아주고, 축하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살려주는 응원을 할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아기 때 못했어도 환갑이 다 되어서라도 그 마음을 갖추면 남은 날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지라. 백성이 주인이라는 세상이라니, 자기 권리만 우기지 말고, 서로 귀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서로를 살리는 세상을 만들면 어떨까? "계엄령이 성공했으면 목록에 적혀있던 사람들 죽었을 거라"는 말에 백성들을 대변한다는 이가 "그렇게 대꾸하면 안 되지요!" 여기저기 사는 식구들과 zoom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 제 생각에 빠져 같은 역사를 쓰고 있다.
힘이 빠져 포기해야 하나? 했다가도, 그래도 우리 니들 이런 세상 바꾸는 일에 함께 나서지 않겠어요? 모두가 우울증 거둬내고 마음 건강하게 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