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28 무등산은 천연에어컨.hwp
무등산은 천연에어컨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이학박사 조영관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에 어쩔 수 없이 에어컨에 의지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몸이 뻐근하며 피로감이 쌓인다. 이럴 때 무등산 계곡을 찾으면 시원함은 물론, 덤으로 음이온과 피톤치드와 같은 건강치유물질을 듬뿍 마실 수 있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실제로 필자가 휴가기간 동안 폭염을 피해 방문한 원효사 계곡에서는 바위틈의 편평한 곳에 자리 잡은 노부부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시원한 계곡물에서 꼬마아이가 물장구치고 노는 등 숲속에서 시민들이 힐링하는 모습을 친숙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등산에는 흐르는 물로 인해 음이온이 계곡에서는 2,000~2,400개/㎤, 경사면에서는 1,200~1,600개/㎤ (도심 50~150개/㎤)로 매우 풍부하며, 피톤치드는 최고 2,080pptv 까지 측정되었고, 기온은 여름철에 도심보다 최고 4.5 ℃, 평균 3.5 ℃ 낮아 시원하면서 음이온과 피톤치드와 같은 치유물질로 상쾌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천연에어컨 역할을 하는 것으로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로 입증되었다.
이처럼 무등산에서의 천연에어컨 효과는 도심보다 높은 고도차와 울창한 숲으로 인해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그늘효과, 나무의 증산효과, 빗물이 땅속에 침투하였다가 수온이 낮은 찬물이 조금씩 흘러나와 계곡을 이루는 찬물효과로 인하여 나타난다.
숲의 그늘효과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 직사광선을 막아 지면에서 복사에너지로 인한 기온상승을 줄여 주변보다 시원하게 하고, 숲의 증산작용은 나무뿌리에서 물을 끌어 올려 잎의 기공을 통해 수증기로 방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립산림과학원에 의하면 이때 물 1g당 596 cal의 에너지를 끌어들여 주변을 시원하게 만든다 한다.
올해 여름에도 거의 40도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염으로 소위 ‘찜통더위’니 ‘불볕더위’니 하는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하였다. 여름철에 도시가 용광로처럼 더워지는 것은 건물과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와 같은 지면이 뜨거운 태양열에 노출되어 발생한 복사열이 빽빽한 빌딩 숲으로 바람길까지 차단되어 나타난 열섬현상으로 인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여름에도 폭염으로 인해 5월부터 8월 초까지 피로, 발열, 두통, 혼수 등과 같은 온열질환자 수가 909명에 달하며, 불행하게 1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폭염에 대비하여 무더위 쉼터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횡단보도 앞에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게 하는 그늘막 설치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도 인위적으로나마 그늘을 만들어 불편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사람이 느끼는 체감 더위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다르지만,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사람이 땡볕에서 활동하다 숲속에서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약 15분 정도면 정상 체온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나 숲이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폭염 피해를 줄이는데 숲의 역할이 큼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즐겨 찾는 원효사에서부터 토끼등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인 ‘철쭉 빛깔 고운 길’은 아름드리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 길이 이어진 덕분에 폭염을 잊게 한다. 걸으면서 만나는 누리장나무의 향기와 풀벌레 소리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너덜겅 약수터에 도착하고, 약수 한 모금에 온몸이 상쾌해진다.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고, 세계지질공원 지정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까운 곳에 있어 너무 익숙한 나머지 경관과 생태, 환경 측면에서 소중하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무등산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숲의 천연에어컨 기능이 도로에 접목되어 대남로와 같이 두 줄 가로수 길로 이어지고, 푸른길 공원과 같은 도시 숲으로 연결되어 도심에 나무들이 가득하여 최첨단 기술로도 맛보지 못할 폭염이 없는 천연에어컨이 가동된 광주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