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효를 낚다
성영희
꼬부라진 비늘 끝에 낚시의 특효가 걸려있다.
나의 특효는 달리 먹는 마음 지금부터 당신은 멀리 던져진 미끼다.
바늘에 꿰인 시간들을 건져 올리는 동안 수면으로 떠오르다 사라질 몇 번의 입질을 나는 아직 사랑할 것이다.
미동을 맏은 적 있다.가장 자리를 품고 더 많은 물결을 견디는 일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새들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고 흐트러진 수면을 수습하지도 않았다.
세상의 특효에는 다 병이 붙어 있다. 저무는 해의 지병은 지평선 끝에 있는 노을, 저녁의 병에겐 몰락만 특효가 없다.
누군가 서쪽하늘에다 바늘을 찔렀다. 웅크린 노을이 거뭇거뭇 번져 나온다. 부작용이 없으며 비교적 빠른 효능은 바늘만의 장점이다.
내 손톱에 달이 산다. 달집을 따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번지는 노을,몇 번의 헛손질 끝에 미끼만 떼인 바늘을 보면서 꼬부라진 것은 절대 삼키지말라는 특효 1항을 정독한다.
어쩌면 좋을까
성영희
누가 야생의 뿔들을 사육에 가둬놓기 시작했나
목책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염소
어떻게 좁은 틈으로 내밀었는지
딱 걸려서 빠지지 않는 목이 우리 밖에 갇혀 있다
목이 걸린 순간 우리가 된 바깥
거둬들이지도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휘어진 뿔에 바람 탑을 쌓고 있는 염소가
득도 중인 듯 눈 뜨고 있다
동물이란 머리만 아는 존재일까
제 머리 크기도 모르면서
답답한 우리를 내다본 일이 고작
바깥에 갇히는 일이었다니
내친김에 저 좁은 틈으로
봄을 빠져나오는 건 어떨까
들판과 마을과 천지가 다 안쪽이 된 지금
가끔은 목을 거둬들이는 일보다
몸을 빼내는 일이 더 쉬운 일이라는 듯
한 뭉치의 바람이 훅, 염소 우리를 훑고 지나간다
염소의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어린 말인지도 모른다
늙어서도 아기 소리를 내는 염소들
자꾸 언덕을 오르려는 것은 어린 소리 위한
늙은 발목의 채근 아닐까
어쩌면 좋을까
거둬들이지도 빼내지도 못하는 저 목,
2021년 〈인천문단〉50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