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영그는 여름이면 어린 시절의 외할머니댁이 생각이 난다
여름 방학이면 나는 엄마를 졸라 아래 동생 세 명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을 찾아 방학이 끝날 때까지 두 달간 동생들과 외할머니댁에서 보냈다.
그 시절엔 학교에서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내어주는 숙제는 방학 일기, 글자 따라 쓰기,
방학 시험 문제집이었는데 며칠 만에 방학 문제집 한 권을 뚝딱~ 다 풀어서 마무리 짓고
일기는 쓰지 않고 미루어 두었다가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한 번에 몰아서 급하게 하였기에
날씨 기록을 하지 않아 친구나 오빠에게 종이나 신문지로 접은 딱지와 술병, 음료수 뚜껑을
찧어 납작하게 누빈 딱지 몇 장을 나눠주고 일기장을 빌려 날씨를 맞혀가며 대충 적어가도
선생님께서는 " 참 잘했어요. "라는 보라색 도장을 꽝~ 찍어 주셨다.
할머니는 때를 맞추어 옥수수를 심으셨는지 매년 방학 때마다
할머니 댁에 가면 옥수수밭에 먹음직스러운 옥수수가 맛있게 영글어 있었다.
할머니와 삼촌이 밭에서 꺾어온 옥수수 껍질을 벗길 때면
뽀얀 속살을 내밀며 웃고 있는 옥수수의 하얀 치아가
예쁘고 가지런하며 썩은 내 치아가 옥수수였으면 하였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옥수수를 먹이려고 무더운 여름 저녁
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부채질로 불씨 살려가며
가마솥에 불을 지펴 삶은 맛있는 옥수수
시원한 평상에 앉아 옥수수 한입 베어 물면 달짝지근 고소함이
입안에 번지고 톡톡 터지는 알갱이와 쫀득쫀득 씹히는 옥수수
하모니카 불며 맛있게 먹고 단맛이 좋아 버리기 아까워
옥수수 속대 쪽쪽 빨아 당기면 입안에 가득 고이는 단맛
살짝 깨물어 꼭꼭 씹으면 그것도 먹을 만하였다.
다 먹은 옥수수에 삼촌은 가장 통통하고 길쭉한 속대를 깨끗이 씻어
옥수수 가장자리에 싸리나무 막대를 조심스레 끼워 넣어 햇볕에 말리면
여름철 할머니 등긁개로 훌륭한 효자 노릇을 하였고
다른 속대는 햇볕에 잘 말려 불쏘시개로 화력을 높이기도 하였다.
꺾는 시기를 놓쳐 너무 익은 옥수수는 딱딱하여 먹을 수 없기에 햇볕에 잘 말려 두었다가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할머니께서는 읍내에 가져가서 옥수수 튀밥을 튀겨 주셨다.
그땐, 먹거리가 부족하기에 옥수수 뻥튀기는 가장 행복한 주전부리였다
하나하나 집어 먹다 보면 어느새 바가지는 바닥을 보이고 방안은 옥수수 껍질로 어지럽혔지만
할머니는 " 내 새끼들 많이 먹어라." 하시며 광에서 한 바가지 퍼다 주셨던 할머니의 옥수수 뻥튀기
그땐,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해서인지, 단맛을 내는 사카린이란 알갱이로 튀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옥수수 뻥 튀기 과자에선 옛날 튀밥에 맞을 찾을 수가 없다.